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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00억 헛돈 밀라노 프로젝트가 반면교사 … 정치논리 휘둘리면 안 돼


대구시가 연말을 목표로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대구 미래비전 2030’은 소요 자금의 절반 이상을 국비와 시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세금만 조(兆) 단위 이상 투입된다. 과거에도 대구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쏟아부은 적이 있다. 대구 섬유 산업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추진했던 밀라노 프로젝트다.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부터 2008년까지 총 6800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대표적 예산낭비사업(국회 국정감사)”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돈만 쓰고 실효성은 없는 실패한 프로젝트(감사원)”로도 꼽힌다. 전국 시·도 중 1인당 소득(GRDP) 꼴찌라는 타이틀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다. 대구비전 2030이 밀라노 프로젝트와 다른 길을 걷기 위해 기억할 교훈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정치적 산물이었다. 김영철 계명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밀라노 프로젝트가 “첫 호남 정권인 김대중 정부가 1998년 출범하면서 영남권 민심을 달래기 위해 급조됐다”고 기억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산업연구원은 ‘4대 지역 진흥사업 평가와 후속사업 기본방향 연구’에서 “패션어패럴밸리를 조성하겠다는 사업은 현실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대구 지역 내 봉제업체가 지나치게 적어 해외 기업 유치는커녕 국내 비(非)대구지역 기업 유치도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지적이었다.


단기 성과에 매달려서도 안 된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핵심은 이탈리아같이 고급 직물을 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길게 보고 섬유기계 부문에 투자했어야 했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당장 가시적 성과가 보이는 곳에 지원금이 몰렸다. 예컨대 섬유 기업의 홈페이지를 구축해주고 ‘정보화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고 포장하거나, 패션 정보지를 발행한 뒤 ‘섬유 기업의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는 서비스 사업을 추진했다’는 식이었다.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은 배제해야 한다. 밀라노 프로젝트는 지역에서 속칭 ‘힘센’ 섬유업계에 전략산업 선정을 맡겼다. 당연히 이들은 유관 분야를 지원 사업으로 골랐다. 국비 245억원이 들어간 섬유개발연구원과 270억원이 들어간 염색기술연구소는 국비를 ‘목적보조사업’이라는 애매한 항목에 써버렸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탓에 비자금 조성이나 정부보조금 횡령·유용 등 비리로 이어져 검찰 조사까지 받았다. 밀라노 프로젝트 관련 자료집인 ‘밀라노 프로젝트 백서’를 발간한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사업 자체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제왕적 지방자치단체장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린 사람들이 전략산업 선정을 주도했다”고 비판했다.


부동산 같은 유형 투자보다 기술·인재 등 무형 투자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밀라노 프로젝트 지원금의 상당 비율이 부동산에 몰렸다. 전시장 가동률이 50%대에 불과한 전시컨벤션센터를 설립하고도 불과 200m 옆에 패션디자인개발지원센터를 만들었다. 전시장·회의실이 남아도는데도 또다시 건물을 세운 건 불필요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반면 섬유산업 혁신을 이끌 연구개발(R&D)에는 인색했다. 대구·부산·광주·경남 등 4대 지역진흥사업 중 대구의 R&D 지원비(305억원)는 꼴찌인 반면, 인프라 구축비(1523억원)는 1위다. 그나마 305억원 중 205억원은 연구소 운영비로 쓰여 실제 연구개발에 투입된 금액은 전체 국비지원금 2320억원 중 100억원(4.3%) 미만으로 추정된다.


김연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밀라노 프로젝트는 선도자(first mover)가 아닌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을 추구하다가 실패했다”며 “밀라노 프로젝트가 남긴 교훈을 철저히 학습해 대구비전 2030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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