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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정신·혁신연구 강화만이 동독 경쟁력 회복 지름길”


옛 동독 지역 예나에 위치한 프리드리히 실러 대학 경제·경영학과의 비즈니스 동력·혁신 및 경제 변화 담당 교수인 미하엘 프리치(사진) 박사는 체제 변환에 따른 기업의 경쟁력 변화를 연구해 왔다. 서베를린 출신의 경제학자인 프리치 박사는 1990년 통독 뒤 동독 지역으로 이주했다. 체제 전환에 따라 시장경제 작동 메커니즘을 가르칠 경제·경영학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동독 경제상황은 통독 뒤 어떻게 변했나.“통독 직후 동독 지역의 실업률은 25%까지 치솟았다. 45세 정도를 기준으로 조기 정년을 실시했으며 젊은 층은 재교육을 통해 새 직장이나 직업을 구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 실업자 비율은 8%까지 떨어졌다. 나는 그 핵심이 연구 혁신으로 기업에 생존을 위한 자양분을 공급한 데 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자연과학과 기술은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이 생각보다 교육이 잘된 것도 한몫했다. 연구 혁신은 동독 지역 경제를 살려온 핵심이다.”


-독일연방정부가 통독 뒤 연구 혁신을 동독 지역 경제 살리기의 핵심으로 내세운 이유는. “통독 뒤 노사가 합의한 동독 지역의 임금 수준은 서독 지역의 90~92%에 이르렀다. 생산성은 70% 정도에 불과했다. 그 차이를 메우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결국 동독 지역 인력의 교육 수준이 비교적 높다는 점을 활용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연구·개발(R&D, 지금은 연구·혁신(R&I)으로 주로 부름)에 투자해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혁신적인 신상품을 개발하는 데 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지금 카를 차이스나 나일스-시몬스 같은 동독 지역 히든 챔피언의 탄생으로 나타난 것이다.”


-통독 26년이 지났는데도 동·서독 지역 간 경쟁력이 여전히 차이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악영향이 그만큼 오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아직도 일부 동독 지역 기업은 사회주의 체제 때처럼 원료를 필요 이상으로 확보하려는 경향이 남아 있다. 결국 고쳐지겠지만 통독 뒤 26년이란 시간으로는 아직 부족한 것 같다. 한국도 통일 뒤 이런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현재도 동독 지역의 경쟁력은 서독 지역의 75% 정도다. 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같은 옛 소련 지역보다 높은 수준이다. 심지어 서구권인 프랑스와 비교해도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니다. 서독 지역의 경쟁력이 워낙 높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동독 지역이 그나마 시장경제에 안정적으로 진입한 이유는.“무엇보다 연방정부와 옛 서독 기업·연구소·대학의 도움이 컸다. 서독이라는 시장경제 벤치마킹 대상이 있다는 것은 동독에 정말 큰 행운이다. 동독 지역의 과학자·엔지니어·경영자들도 새로운 경제체제는 물론 영어까지 정말 열심히 배웠다. 과거에 배운 러시아어로는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기 힘들다. 이런 노력을 통해 동독 주민은 시장경제 체제 변환과 국제화를 어느 정도 이룰 수 있었다. 통일을 준비하는 한국이 염두에 둬야 할 일이다.”


-동독이 서독 수준으로 경제가 발달하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우선 시간이 필요하다. 그다음이 기업가 정신이다. 통독 뒤 동독 엔지니어와 과학자들은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기술을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따라 과거 소련 방식의 공급자 중심 기업 수직계열화를 시장친화적인 체계로 바꾸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이처럼 동독 지역에서 기업가 정신을 되살린 것이 이 정도라도 발전을 이룬 원동력이라고 본다. 다음 과제는 여기에 연구 혁신을 접목하는 일이다. 어렵지만 가야 할 길이다.”


-동독 지역의 작센주에는 한때 닷컴 붐이 일어 수많은 정보기술(IT) 분야 벤처기업이 창업돼 ‘드레스덴 밸리’라고 불렸다.“예나는 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닷컴 붐으로 소프트웨어의 중심지가 됐다. 그곳에 있는 28층짜리 ‘인터숍’ 빌딩은 벤처기업이 줄줄이 입주해 ‘예나 인터넷 타워’로 불렸다. 지금은 거품이 사라지면서 쇼핑센터와 식당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제는 예나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광학 중심의 연구 혁신과 제조업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기술벤처는 닷컴벤처와 달리 유행을 타지 않는다. 연구 혁신에 바탕을 둔 제조업은 힘이 있다. 동독 지역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타격을 별로 받지 않았다. 연구 혁신 중심의 든든한 제조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채인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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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