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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 구조적 장기침체에 대비해야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약해지고 있다. 주요국이 마이너스 금리를 비롯한 통화완화정책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경제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세가 지난해에 비해 개선되리라는 전망이 대다수였다. 그러나 연초 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좋지 않은 흐름이 이어지자 비관론이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다. 이젠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가 번번이 무산되고, 경기부진이 5년 이상 이어지니 현 상황이 일반적인 경기둔화와는 또 다른 어떤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저축 느는데 돈 쓸데는 없어이러한 상황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관이었던 로렌스 서머스 미 하버드대 교수의 2013년 연설을 다시 떠오르게 한다. 당시 서머스는 선진국들이 구조적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조적 장기침체론은 대공황 이후 미국 경제의 운명에 대해 전망하면서 미 하버드대의 앨빈 한센 교수가 1938년 처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센 교수는 서부개척 열풍과 유럽 등지로부터의 이민 열기가 끝나 미국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기가 어렵고 결국은 장기적인 침체에 빠질 것이라 결론지었다. 그러나 뉴딜정책으로 상징되는 대규모 정부 투자와 통화완화 등에 힘입어 미국 경제가 살아나며 결과적으로 한센의 예언은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났다.

강일구 일러스트


서머스의 예언은 훗날 어떻게 평가될까? 유감스럽게도 그의 예언이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한계에 부딪히며 지난 몇 년간 기록한 3%대 초반 성장세에 비해 한 단계 낮아질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하는 가운데 노동과 자본 투입이 한계를 나타내고 있다. 인구고령화는 은퇴 이후의 길어진 삶에 대비하기 위해 저축을 늘리는 힘으로 작용한다. 종종 지나친 검약정신으로 비난받는 독일에서 이 자금 규모는 1970년 국내총생산(GDP)의 2배에서 2010년에는 3배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선진국 뿐 아니라 중국 등 신흥국의 인구 고령화도 현재진행형이며 중남미도 인구 고령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뚜렷한 성장동력이 나타나지 않는 가운데 위험회피성향이 증가하며 자본의 추가 투입도 점차 어려워지고 있다. 정보기술(IT) 혁신으로 자본재와 같은 물적 투자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 또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혁신적 성장기업들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다 해도 과거 전통산업처럼 많은 자본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투자가 저축에 비해 부족하다는 것은 실질이자율이 낮아지는 것을 말한다. 결국 완전고용을 위해서는 마이너스 실질이자율이 요구된다. 이는 명목 이자율이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상황이다. 실제로 유로존을 비롯한 유럽 대다수 나라와 일본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매우 낮지만 마이너스 명목 금리가 확산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되면서 구조적 장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구조조정과 자원 재배분 필요과소투자로 구조적 장기침체 가능성이 커질 때 두 가지 정책 선택이 있다. 하나는 완화적 통화정책을 통해 투자를 부추기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 통화정책은 유효성이 많이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부채 증가와 경제주체의 투자 심리악화, 저금리에 따른 금융회사의 건전성 악화도 정책 효과를 제약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이를 통해 위험자산 선호를 늘리고 자산시장의 버블을 야기한다면 초과저축을 흡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여유자금이 있는 고소득 계층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하는 동시에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을 키우며 또 다른 금융위기의 씨앗이 될 가능성을 낳는다.


다른 한편, 재정정책으로 초과저축을 흡수하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주요국의 국가부채가 크게 늘어 재정정책 여력이 거의 소진됐다는 점이다. 일부에서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중앙은행이 이를 장외에서 매입한 뒤 국채를 소각하는 방법이 논의되기도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장기침체론은 기본적으로 선진국의 경기둔화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다. 그렇지만 소득 3만 달러에 근접한 한국에도 거의 적용된다. 고령화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거나 새로운 성장산업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는 오히려 한국 경제가 더 심각한 측면도 많이 보인다. 단기적 대응보다는 구조조정과 더불어 규제완화를 포함한 구조개혁을 통해 공급환경을 개선하고 투자를 부추기는 등 효과적인 자원의 재배분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구조적 장기침체는 금융위기처럼 엄청난 굉음을 내기보다는 소리없이 찾아오는 위기다. 종종 위기의식이 새로운 변화 모색의 강력한 추동력이 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안겨주는 부분이다.


 


 


신민영?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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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