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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당 부패가 최악의 경기침체 만나자 국민 분노 폭발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이 죄수복을 입고 있는 것을 묘사한 거대 풍선인형이 지난 21일 상파울루 시내에 서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 연루 혐의로 연방경찰에 강제구인돼 조사를 받기도 했다. 브라질 야권은 룰라가 후임자로 지명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AP=뉴시스]


올여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8월 5~21일)이 열리는 브라질의 정국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야권으로부터 탄핵 공세를 받고 있는이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갈등과 대립은 최고조에 달했다.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이은 친(親)호세프 정부 시위가 번갈아 열리면서 국론은 분열될 대로 분열돼 가고 있다. 여기다 지카바이러스 발생국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호세프 대통령이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탄핵 과정에서 하야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야권이 지난해 12월부터 탄핵을 추진하게 된 명분은 호세프 정권의 정부회계가 재정법을 위반했다는 법원의 판결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호세프 대통령과 전임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전 대통령을 배출한 중도좌파 노동자당(PT)의 부패와 최악의 경제침체가 작동하고 있다.


집권 노동자당에 대한 불신은 브라질 국영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의 부패 스캔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룰라 전 대통령마저 이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로 조사를 받아 그가 후임자로 지명한 호세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한 자릿수에 가까운 바닥 수준으로 떨어졌다.


룰라 집권 시절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라 불리며 급성장하던 브라질 경제는 끝이 모를 추락의 길로 들어섰다. 지난해 브라질의 성장률은 마이너스 3.8%를 기록했다.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한 1990년의 마이너스 4.3% 이후 25년 만에 최악의 결과다. 브라질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마이너스 3.05%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마이너스 3.5%, 국제금융협회(IIF)는 마이너스 4.0∼4.5%로 더 낮춰 잡았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두 자릿수인 10.7%로 2002년의 12.6% 이후 가장 높았다. 올해 재정적자는 966억 헤알(약 30조6000억원)로 예상된다. 3년 연속 재정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현재 브라질은 연금과 공무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 구조가 매우 취약한 상태다.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은 브라질 국가신용등급을 잇따라 정크(투기등급) 수준으로 강등시켰다. 유가 급락은 세계 10위권 산유국인 브라질 경제 침체에 큰 영향을 미쳤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마이너스 성장 이어져 호세프 지지도 급락위기에 몰린 호세프 대통령은 야권의 탄핵 공세를 쿠데타 시도에 비유하며 자진 사퇴할 이유가 없다고 연일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그는 “브라질에서 현재 쿠데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며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불법적이고 범죄적인 방법으로 내쫓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방 하원은 호세프 대통령 탄핵 문제를 다룰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여기서 탄핵 추진에 합의가 이뤄지면 의회 표결에 부쳐진다. 탄핵안이 통과되려면 연방 상·하원에서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랴에 따르면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지지한다는 의견이 68%였으며, 반대는 27%였다.


브라질에서 탄핵 과정에 하야한 대통령은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멜루가 유일하다. 1954년에는 제툴리우 바르가스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추진됐다. 1999년 페르난두 엔히키 카르도주 대통령은 하원의장이 탄핵서를 기각해 탄핵이 성립되지 않았다.현재의 브라질 위기는 부패에서 비롯됐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2003년 중도좌파 노동자당이 룰라 대통령을 배출했을 때 국민의 기대는 대단했었다. 취임 때 기록했던 83.6%의 국민 지지도는 8년 후 퇴임 때 무려 87%나 됐다. 하지만 집권 노동자당은 마치 사회주의혁명에나 성공한 것처럼 장기집권을 작정한 듯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고 또 모았다.


그중 세간을 뒤흔든 사건이 2005년에 터져 나온 ‘멘살라웅’이라 불리는 국회의원 매수 스캔들이다. 당시 노동자당은 10여 개 군소정당과 연립을 했는데 그래도 과반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전전긍긍했다. 노동자당의 정책을 통과시키려면 의회 장악이 필요했다. 멘살라웅은 그 방안이었다. 돈으로 의원을 매수한 것이다. 매월 월급성의 뇌물을 주었다. 멘살라웅은 ‘큰 월급’이라는 의미다. 연방헌법법원(STF)은 24명의 연방의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그렇다면 그 돈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는 공직 자리는 2만여 개나 된다. 연방이나 주의 공기업에 여당 사람들을 앉히는 고전적인 방법을 동원했다. 가장 큰 자금 창구가 연방우체국이었는데 조달이나 공사대금을 부풀려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자금을 조성했다. 노동자당은 이러한 불법정치자금을 돈세탁까지 해가며 조직적으로 관리했다. 이때 룰라의 오른팔이었던 주제 지르세우 전 수석장관과 왼팔이었던 안토니우 팔로시 재무장관이 실각했다. 권력 핵심이 책임을 짐으로써 룰라 대통령을 간신히 보호했다.


이후 노동자당은 스스로 이권 사업에 뛰어들어 정치자금을 조성함으로써 끊임없는 부패 스캔들을 만들어냈다. 연방이나 지자체의 인허가 권한을 이용, 복권사업이나 쓰레기 수거 등 돈세탁이 수월한 사업에 관련자들이 개입해 정치자금을 마련했다. 같은 불법행위라 하더라도 대기업과 직접 결탁하지 않으니 좌파의 원칙은 지킨 것이라 스스로 위로했다. 우파의 부정부패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에 초대형 부정부패인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시간과 규모의 문제이지 지뢰밭은 이미 곳곳에 심어져 있었던 것이다. 방식은 이전 방법과 같지만 민간 대기업까지 끌어들인 것이 다른 부패 유형과 차별된다. 노동자당의 성향으로 보아 대기업을 연루시키지는 않지만 페트로브라스의 조달과 공사 대부분은 국내외 대기업들이 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부패사슬에 대기업을 끌어들인 셈이 됐다.


장기집권 노리며 의원 매수한 노동자당이 사건은 2008년 단순 돈세탁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우연한 기회에 페트로브라스와 정계로 확대되기 시작해 2014년 3월 17일 정식 조사를 받게 됐다. 급기야 연방경찰과 연방검찰은 연방법원의 허가를 받아 룰라 전 대통령의 통화감청까지 하게 됐다. 브라질은 관급공사의 부정부패를 막기 위해 강력한 공공입찰법을 시행 중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룰라 집권 초기인 2004년부터 암묵적인 입찰카르텔이 형성되었다. 대부분의 대형건설업체는 카르텔에 가입되었는데 이 중 상당 금액이 여권 정치인들에게 들어간 것이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이 ‘라바자투(Lava-Jato·세차용 고압분무기)’라고 불리는 이유는 주유소를 통한 돈세탁의 비리를 수사하다 확대된 사건이기 때문이다.


페트로브라스는 정부가 우호지분을 합쳐 총 64%의 의결권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상장된 국영회사다. 따라서 회사 경영의 투명성이 요구되는 다국적 기업이라 미국 반부패법에도 저촉돼 조사를 받고 있다. 좌파는 일반적으로 이러한 공개 기업의 돈을 탐내지 않는다. 그런데 노동자당이 연합한 주요 정당에는 권력에만 관심 있는 브라질민주운동당(PMDB)과 2010년에 합류한 완전 우파인 진보당(PP)이 있다. 우파가 주로 사용하는 대기업을 통한 부패 방식을 좌파가 배운 셈이다.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부패금액은 이미 100억 달러가 넘었고 30억 달러 이상이 벌써 정치자금으로 샜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노동자당이 장기집권을 작정하고 진보와 보수를 불문하고 전방위 부패자금을 살포하던 중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부패방지법을 2013년에 제정했다는 것이고 놀라운 점은 노동자당이 정부발의하여 시행에 들어간 사실이다. 이 법은 2014년 월드컵과 2016 리우 올림픽 준비로 국고가 새는 것에 항의한 시민들의 시위 덕분에 신속 처리되었다. 이 법으로 브라질 최대 민간건설사인 오데브레시사의 마르셀로 오데브레시 회장이 연방법원에서 19년의 중형을 선고받았고, 연류된 건설업체 총수들과 경영자들이 줄줄이 심판대에 섰다.


페트로브라스 스캔들은 좌파가 대기업과 조직적으로 결탁한 정치부패다. 노동자당은 한편으론 우파와 차별되는 반 대기업 입장을 취했지만 사실상 돈줄이 되는 공기업과 민간 대기업까지 끌어들인 비도덕적 정당이라는 오명을 확실하게 얻게 되었다. 페트로브라스 검은 돈 대선유입 여부가 관건호세프 대통령이 실제로 탄핵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관건은 페트로브라스의 검은돈이 대선자금으로 쓰였는가 하는 점이다. 이에 대해선 현재 노동자당과 손을 잡고 있는 민주운동당(PMDB)도 자유롭지 못하다. 탄핵은 에두아르두 쿠냐 하원의장의 결정으로 시작하는데 그도 민주운동당 소속이며 수뢰자 명단에 이름이 올라 있기 때문이다.


탄핵 결정에는 야당인 민주사회당(PSDB)의 페르난두 카르도주 전 대통령의 입장이 중요하다. 카르도주는 2005년 멘살라웅 사건으로 룰라에 대한 탄핵설이 솔솔 흘러나왔을 때 민주사회당의 탄핵 입장을 바꾸었던 인물이었다. 덕분에 룰라는 2006년 재선에 성공했다. 이번에 카르도주의 입장은 다르다. 길거리를 메우는 민의에 따라 탄핵이 브라질을 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선을 그었다. 아마 1992년 콜로르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하원에서 탄핵 절차가 시작되면 사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각종 부정부패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호세프 대통령을 지켜왔다면 이제 호세프를 버리는 듯하다.


정치부패에도 불구하고 브라질의 민주주의 정착에 대한 희망은 있다. 사법부의 독립과 공정한 언론이 있어서다. 이번 사건이 권력 핵심부를 겨냥했지만 수사가 외압으로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브라질 검찰과 법원은 사법개혁을 통해 나름대로 독립성과 신뢰성을 얻었다. 88년 민주헌법에 따라 검찰은 정부에서 완전히 독립된 기관이 됐다. 만일 법원을 불신하고 검찰을 정권의 끄나풀이라고 생각한다면 과연 조사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그리고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언론이 브라질 사회를 지켜주고 있고 이를 믿는 국민이 있다.


리우 올림픽 개막을 불과 5개월 앞두고 있는 현재 전 세계는 브라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호세프 대통령이 탄핵 위기를 넘길 수 있을지, 아니면 브라질 역사상 두 번째로 임기 중 탄핵으로 물러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느 쪽이든 빨리 결정이 나서 브라질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하루속히 안정을 되찾아야 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조희문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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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