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첨단 바느질, 이재용 구두 … 아이디어 가득 대구 스타트업

단 5분.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스타트업 선발 프로그램 C-스타에 오른 발표자가 심사위원에게 아이디어를 설명할 수 있도록 주어진 시간이다. 지난 23일 치러진 C-스타 선발 현장. 최준호 기자


지난 23일 오후 2시 대구시 신천동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1층 강연장. 센터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 선발대회 ‘C-스타’ 월간 결선이 열렸다. 경기도 고양의 대안학교 유콘국제학교 3학년 서형민군이 무대 스크린에 파워포인트를 띄우고 ‘소형 어선을 위한 드론 기반 관제 시스템’을 발표했다. 해상교통관제시스템(VTS) 적용이 어려운 소형 어선과 섬지역 소규모 어항들이 해상충돌 사고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문제점에 착안해 드론으로 해상관제를 해보겠다는 아이디어였다. 서군은 제한시간 5분에 맞춰 깔끔하게 발표를 마치고 심사위원들과 청중의 질문에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이날 서울과 포항·대구 등 전국 곳곳에서 온 7개 팀이 발표를 했고, 이 중 3개 팀이 선발됐다. 발표자 중 유일한 고교생이었던 서군은 떨어졌다. 심사위원을 맡은 삼성전자 임종태 박사는 “서군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실제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 구체성이 떨어져 아쉽게 탈락했다”며 “대신 전경련에서 나온 멘토 분들이 서군의 아이디어에 조언을 해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C-스타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선발과정 중 하나다. 주간 예선을 거쳐 월말 결선에서 선발된 스타트업에는 6개월마다 뽑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C-랩의 정식 ‘기생(期生)’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박근혜 정부의 ‘1호’ 창조경제혁신센터인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역 창업생태계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2014년 9월 스타트업 18개 팀(1기)으로 출발한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대표적 창업보육프로그램 C-랩은 현재 2기를 거쳐 3기(13개 팀)째를 맞고 있다. 이들은 스타트업임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총 61억원의 매출과 110억원의 투자 유치를 했다. 특히 16개 기업은 미국과 유럽 등지로 글로벌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C-랩을 졸업한 2기의 ㈜마이크로코어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발돋움한 대표적 사례다. 재봉기의 핵심 부품인 밑실 공급장치를 만드는 이 스타트업은 지난해 7월 대구센터의 창의아이디어공모전을 통해 창업했다. 재봉기 밑실 공급장치 기술은 지난 70년간 일본 기업이 독점해왔다. 마이크로코어는 일본 기술 대신 주름이 적고 매듭이 쉽게 풀리지 않아 튼튼하고, 작업 안전도도 향상된 체인형 바느질 원천 기술을 개발했다. 대구센터는 시제품 제작과 투자 유치, 박람회 참여 등의 지원을 했다. 최근까지 3억3000만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연규황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부센터장은 “마이크로코어의 독창적 기술은 기존 나선형 바느질 방식 시장을 상당 부분 대체할 것”이라며 “70년간 재봉기 핵심 부품을 공급해온 일본 기업의 아성에 도전해 세계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C-랩 3기의 구두제작 업체 ㈜러셔는 최근 ‘이재용 구두’로 대박을 터뜨렸다. 밑창에 미끄럼 방지 타이어 패턴을 댄 이 신발은 최근 대구센터를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발이 참 편하고 잘 맞는 것 같다”며 구입했다. 이 같은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퍼지면서 하루 10켤레 정도 팔리던 구두가 갑자기 10배 이상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이명박 대통령 등 역대 대통령의 구두를 직접 제작한 대구의 제화 명인과 아이디어를 갖고 있던 러셔의 이경민(29) 대표가 협업한 경우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C-랩과 C-스타 외에도 이달부터 대구·경북지역 29개 대학에 ‘창업컨설팅 과정’을 개설했다. 연간 2900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대구와 경북창조경제혁신센터가 함께 창업경진대회도 열 예정이다. 또 다음달부터는 대구·경북지역 12개 대학에 연간 교육인원 530명 규모의 ‘비전공자 소프트웨어 과정’도 열 계획이다.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원스톱 서비스 종합지원실.

센터 1층에는 아이디어 카페가 있다. 최준호 기자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는 오는 11월 북구 침산동의 옛 제일모직 부지에 건설 중인 대구삼성창조경제단지로 이전하면서 더욱 확대된다. 단지 내 5층짜리 혁신센터 건물의 2개 층에는 C-랩 스타트업 60개 이상을 입주시키고, 또 다른 1개 층에는 예비창업기업 지원·교류 공간인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도 마련한다. 혁신센터 맞은편에는 C-랩을 졸업한 ‘포스트-랩’ 기업 70개 이상이 최소 1년 이상 머무를 수 있는 ‘소호 오피스’도 들어선다. 또 제일모직 여공 기숙사 건물을 리모델링해 지역 예술가와 디자이너들을 위한 ‘문화예술창작센터’와 아틀리에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삼성그룹이 이끄는 혁신센터가 중심이 돼 인재를 양성하고 대구의 청년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해 대구 전통산업도 함께 재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갈수록 줄고 있는 스타트업 선발 경쟁률이 대표적이다. 18개 팀을 뽑은 1기에는 전국에서 모두 3719개 팀이 지원해 경쟁률이 200대 1을 넘었지만, 2기에는 직전 해의 10%인 316개 팀이 지원해 경쟁률이 17.5대 1로 떨어졌다. 3기에는 255개 팀으로 또 줄어 13개 팀을 선발하는 데 그쳤다. 당초 정치적 고려를 위해 전국 17개 시·도에 골고루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세운 것도 무리수로 지적된다.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대구 외에도 구미와 포항까지 3곳에 혁신센터를 설립했다.


박한우 영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보다 좁은 한국 땅에 지역별로 17개나 센터를 둔 것은 지나쳤다”며 “어차피 스타트업의 무대가 전국과 세계를 노려야 한다면 판교와 대구·대전 등 일부 지역에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또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관심과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다음 정권으로 계속 이어져야 미국 실리콘밸리나 중국 중관춘(中關村) 같은 글로벌 창업 생태계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별취재팀=최준호·문희철 기자?joonho@joongang.co.kr

도민이 행복한 더 큰 제주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