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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띄워 가스 저장 역발상으로 2400억원 프로젝트 따낸 바다 사나이

사진 JSK


이달 19일 발리섬 남쪽의 부두 브노아항. 30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수많은 인부가 노란색 파이프를 연결하고, 철근으로 타워를 세우고 있었다. 부유식 LNG 저장·재기화 설비(LNG FSRU) 중 재기화 장비가 들어설 현장이다. 공사 1년 만에 마무리 공정에 들어가 다음달부터 하루 1000t의 천연가스를 발전소에 공급한다. 저장장치와 기화장치를 분리하는 아이디어로 2억 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해상 LNG 터미널 사업’을 따낸 이가 장상규(49·사진) JSK 사장이다.


 


햇볕에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다부진 체격이 장 사장의 첫인상이다. 1989년 한국해양대 항해학과를 졸업한 뒤 범양상선(현 팬오션) 항해사로 근무했다. 7년 동안 세계 바다를 누비다 96년 하역 감독관인 수퍼카고가 됐다. 곡물이나 광석을 운반하는 벌크선에 화물을 효율적으로 채워넣는 작업을 계획하고 감독하는 일이다. 장 사장은 “배를 타면서 해운 사업에 필요한 모든 지식이나 기술을 쌓았다”며 “바다는 내 삶의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배에 대한 이런 지식이 LNG 터미널 사업의 밑바탕이 됐다. 인도네시아는 2014년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존의 석탄 발전소 대신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LNG 발전소에 관심이 많다. 전력난이 심각한 데다 기존 석탄 발전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2019년까지 현재 전력 생산량의 70%에 달하는 3만5000㎿ 규모의 발전소를 확충할 계획이다.


저장장치 LNG선으로 대신해 시간 단축 문제는 LNG FSRU를 만드는 데 최소 2년 이상의 시일이 걸린다는 점이다. 본래 FSRU는 바다 위에 떠 있으면서 LNG선이 운반해 온 액화천연가스를 저장(FSU)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기화장치(FRU)를 통해 가스로 만들어 발전소에 공급한다. 장 사장은 18개월 이상의 공사 기간이 필요한 저장설비를 나중에 만들고 일단 기화장치부터 건설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저장설비가 완공될 때까지는 중국에서 빌린 LNG 운반선으로 대신한다는 구상이다. 중고 유조선으로 둑을 막아 간척사업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정주영 명예회장 못지않은 발상의 전환이다.


뱃사람이던 장 사장이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인도네시아 화교인 아내 덕분이다. 99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배에 파이프를 싣는 작업을 감독하던 그는 파이프 제조사의 매니저였던 아내를 만났다. 장 사장은 “리더십이 있고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에 반했다”고 말했다. 결혼 후 장 사장을 따라 한국으로 온 아내는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힘들어했다. 9개월 만에 아내의 고향인 자카르타로 돌아온 장 사장은 범양상선의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일하면서 사업을 준비했다. 이때는 아내의 도움이 컸다. 장 사장은 “인도네시아는 약 1200만 명의 화교가 살고 있는데, 이들이 경제권의 80%를 장악하고 있다”며 “아내 덕분에 자연스럽게 화교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 그는 자신의 이름 영문 약자를 딴 회사 ‘JSK’를 세웠다. 4만5000t 짜리 벌크선 한 척을 빌려서 석탄 운송하는 일을 시작했다. 광산에서 석탄을 실어다 인도네시아 전력공사(PLN)의 발전 자회사인 인도네시아파워에 공급했다. 초기엔 2년 계약으로 280만t을 운반했다. 3년이 지난 후엔 연간 700만~800만t으로 늘어났다. 장 사장은 “24시간 작업을 감수하는 한이 있어도 고객사의 약속 날짜를 지켰다”고 말했다. 부지런하게 일하다 보니 입소문이 났다. 석탄을 때는 발전소마다 비축량이 떨어지면 장 사장부터 찾았다. 그는 발전소가 요청하면 곧바로 배를 빌려서라도 석탄을 운반해줬기 때문이다. 2009년 매출은 8000만 달러로 5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었다. 석탄 운송 분야에서 인도네시아 1위가 됐다.


“섬 많은 동남아 등지로 사업 확장” 하지만 회사 매출은 2011년 1억7000만 달러를 찍은 후 정체에 빠졌다. 석탄을 운송하는 사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새 먹거리가 필요했다. 장 사장은 성장동력을 찾아 다양한 사업에 투자했지만 번번이 쓴맛을 봤다. 그가 신사업으로 처음 투자한 곳이 광산이다. 그는 2013년에 인도네시아 파푸아주의 니켈 광산을 1200만 달러(약 140억원)에 구매했다. 니켈을 채취해 중국에 수출할 계획이었는데 그가 광산을 산 지 1년도 안 돼 인도네시아 정부가 니켈 원광석 수출을 막았다. 현재 광산은 휴업 상태다. 원유시장을 노리고 오일·가스용 밸브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 역시 지난해부터 국제유가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성과가 저조하다.


장 사장이 포기하지 않고 새롭게 찾은 투자처가 LNG 발전소다. 10년 넘게 석탄 운송을 하면서 가장 많이 봐온 게 석탄 화력발전소였다. 인도네시아는 1만7500개가 넘는 섬으로 구성된 세계 최대 섬나라다. 섬마다 설비 규모가 큰 석탄 화력발전소를 세우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 앞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하기 때문에 석탄 사용도 줄일 수밖에 없다. 이와 달리 LNG는 석탄보다 친환경 원료인 데다 바다에 LNG 설비를 띄우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짧고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해상 LNG 터미널을 이용해 발전소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려면 안정적으로 기화해주는 기술력이 관건이다. 장 사장은 이강기 한국해양대 교수에게 자문해 이 문제도 해결했다. 뛰어난 해양산업 기술력을 지닌 국내 기업들과도 협업하기로 했다. 이 교수는 “발리 프로젝트에 사용된 1차 기화장치 제조에 국내 10여 개 중소기업이 참여했다”며 “앞으로 제작할 저장장치 부문까지 포함하면 국내 업체들의 매출은 8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도 “이번 발리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섬이 많은 동남아시아로 사업을 확대하겠다”며 “조선경기 악화로 고전하는 한국의 중소 조선업체들에도 새로운 활로를 찾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발리(인도네시아)=염지현 기자?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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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