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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쇠고기국수


“홍콩에 오면 꼭 이 국수를 먹습니다. 이걸 안먹으면 홍콩에 왔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죠.”


출장 마지막 날, 출국 직전 만난 작가 H의 말에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국수 한 그릇이 맛있어봐야 얼마나 맛있겠느냐 싶었죠. 점심에도 볶음 국수를 먹었기 때문인지도 몰랐습니다. 살인적인 교통 체증 탓에 지하철로 이동, 센트럴역에서 내려 언덕길을 올라갔다가 다시 꼬불꼬불 골목길로 내려가 도착한 식당 K.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목요일 밤8시에 줄을 서라니요. 합석은 기본. 주문을 독촉하는 종업원에게 사진이 있는 메뉴판을 부탁했다가 의사 소통 불가로 그냥 옆자리 손님과 같은 걸 달라고 했습니다(알고 보니 한국어 메뉴판도 있더군요).


속 깊은 주발에 담겨 나온 맑은 탕 쇠고기 국수. 아, 그런데 역시 명불허전입니다. 육수 맛은 깊었고 면은 쫄깃쫄깃, 무엇보다 국수가 잘 안보일 정도로 푸짐하게 얹혀 나온 부드러운 갈빗살이 압권입니다. 게다가 이 한 그릇이 45홍콩달러(약 6800원)라니. 문득 욕쟁이 할머니 얘기가 떠올랐습니다.맛있는 곰탕의 비법을 여쭸더니 “고기 많이 넣으면 맛있는 거지 비법은 무슨 비법”이라고 하셨다죠. 그러고 보니 카운터에 계신 할머니도 목소리가 걸걸한 게 분위기가 많이 비슷하네요.


할머니, 부담없는 가격에 한끼 맛있고 든든하게 채워주셔서 감사합니다. 60년 넘게 큰 복을 짓고 계시네요. 부디 만수무강하시길. 다음엔 카드도 받아주세요.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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