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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요정’ 된 신 스틸러 자신의 삶을 연기하다


오달수(48)는 굉장히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갖고 있는 배우다. 2002년 ‘해적, 디스코왕이 되다’로 충무로에 등장해 단숨에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압도적인 머리 크기와 지독한 사투리 등 ‘진짜 이상하게 생긴’ 외모 덕에 쉽게 잊을래야 잊기 힘든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그는 그저 그런 평범한 배우에 머무르지 않았다. 데뷔 이후 출연한 영화 50여 편 중 악역이 태반이었지만 악당에게도 사정이 있다는 걸 일깨워줬고, 슬픔 속에도 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줬다. 그는 그렇게 ‘국제시장’부터 ‘암살’ ‘베테랑’에 이르기까지 2015년 한 해 동안 3000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국내 최초로 ‘1억 관객 달성 배우’가 됐다.


‘신 스틸러’에서 ‘천만요정’으로 도약한 그가 이번엔 ‘대배우’로 돌아왔다. 30일 개봉하는 영화에서 처음으로 단독 주연을 맡은 것이다. 20년간 대학로 극단에서 무명배우로 일하며 줄곧 대사 한 마디 없는 파트라슈 역할만 맡아온 장성필 역할은 실제 오달수의 삶과도 제법 싱크로율이 높다. 극중 같은 극단에서 함께 시작해 스타 배우로 거듭난 송강식 역할을 맡은 배우 윤제문 역시 실제 오달수가 90년대 몸담았던 연희단거리패 출신이다. 오달수는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옛날 생각이 많이 나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기회를 잡는 일이, 꿈을 향한 길이 얼마나 고되고 험난한 여정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여전히 척박한 현실과 닮은 연기를 하는 것이 편치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그의 모습을 오랫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석민우 감독은 현장의 구석구석을 비추며 각본에 사실성을 더했다. 극중 새 영화 ‘악마의 피’에 등장할 새 얼굴을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하는 감독 깐느 박(이경영)에겐 스승인 박찬욱 감독의 모습을 투사시켰고, 사람 눈을 보며 연기하던 연극 배우들이 카메라를 보며 낯설어하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냈다. 본디 등장과 동시에 관객의 경계심을 허무는 게 특기인 오달수 역시 장기를 발휘하되 넘치는 에너지를 덜어냈다. 슛만 들어가면 연기를 못 하는 배우 성필을 연기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일상을 함께 담아내다보니 언뜻 언뜻 진짜 오달수의 모습이 비쳐난다고나 할까. 박찬욱 사단의 조감독 출신으로 ‘올드보이’부터 인연을 맺어온 석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오달수를 염두에 뒀다”고 말했다.


연기 인생 26년 만에 거머쥔 타이틀 롤이 감개무량할 법도 한데 그는 의외로 “다시 단독 주연 기회가 온다면 절대로 안 할 것”이라고 했다.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오는 부담감 때문이란다.


“사실 매 씬 마다 제가 주연은 아니잖아요. 각 장면마다 주연을 맡아야 하는 배우들이 따로 있지 않습니까. 같이 간다는 생각으로 최대한 부담을 덜어내려 했습니다.” 영화에서 처음 눈물 연기를 선보이다 보니 “너무 남발한 것 같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이 얼마나 겸손하면서도 신 스틸러다운 발언인가.


대신 그는 ‘믿음이 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대배우의 정의를 묻는 질문에도 “보기만 해도 삶의 연륜이 느껴져 그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믿고 볼 수 있는 배우”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미 대배우를 가진 게 아닐까. 그의 이름이 몇 번째로 나오든, 그의 역할의 크기가 어떠하든 우리는 오달수란 이름을 믿을 수 있으니 말이다.


단, 이번 영화는 대놓고 웃기진 않는다. 실실 웃음이 삐져나올 순 있지만. 포스터에 쓰여진 문구처럼 그는 “단 한 번도 웃기게 연기한 적이 없다”니 믿어주자. ●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사진 전소윤(STUDIO 706)·대명문화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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