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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 동맥경화, 수술보다 약물치료 먼저

일러스트 강일구 ilgook@hanmail.net


대기업 부장인 이모(52·남)씨는 얼마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하러 병원에 갔다가 경동맥(목 혈관)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됐다는 말을 들었다. 평소 술담배는 하지만 건강에는 자신이 있었던 이씨는 불현듯 3년 전 아버지가 뇌경색으로 쓰러져 경동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일이 떠올랐다. 정밀 진단을 받기 위해 신경과를 찾았더니 오른쪽 경동맥에 50% 협착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씨는 증상을 치료하려면 스텐트 시술보다는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생활습관을 개선하라는 얘기를 들었다. 담배를 끊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면서 고지혈증 치료제와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있는 이씨는 동맥 협착 정도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동맥경화는 동맥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섬유화가 진행되면서 혈관이 좁아지고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을 말한다. 일부 혈관에 지방성분이 쌓이는 현상을 죽상경화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동맥경화와 죽상경화를 혼용해 사용한다. 이런 변화는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기 쉽다. 흡연·음주·고지방식 등 잘못된 생활습관이나 고혈압·당뇨병·심장병·비만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젊은 나이에도 심해질 수 있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증상이 없는 뇌혈관 동맥경화는 건강검진을 받다가 혹은 다른 이유로 검사를 받았다가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경색이 없는 동맥경화증을 진단받은 환자수는 2011년 5만8413명에서 2015년 8만9938명으로 4년새 54%가 늘어났다. 2015년 기준으로 50대 이상 환자가 8만5893명(92.4%)으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국내에서 경동맥 동맥경화증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 이상 협착을 보이는 비율은 3.1~7.2%로 보고됐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인천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남성 1609명을 무작위로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중 116명(7.2%)이 50% 이상의 경동맥 협착을 보였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2만712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65세 이상 3256명 중 101명(3.1%)이 50% 이상 경동맥 동맥경화증을 진단받았다. 조사 대상을 남성과 만성질환 유무로 세분화했을 때 비율은 더 높아졌다. 65세 이상 남성은 4%, 고혈압이 있는 65세 이상 남성은 4.8%, 고혈압·당뇨병이 있는 65세 이상 남성은 6.7%로 나타났다.


뇌혈관 동맥경화는 협착 부위와 정도, 뇌졸중 발생 유무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협착이 나타난 위치와 정도는 경동맥 초음파 또는 CT나 MRI를 이용한 혈관촬영으로 확인한다. 경동맥 동맥경화로 50~70% 이상 좁아졌거나 뇌졸중이 발생했다면 수술이나 스텐트 시술을 우선 고려한다. 하지만 뇌졸중 증상이 없고 50% 미만 협착이거나 뇌졸중 증상이 있더라도 경동맥이 아닌 두개골 내 동맥경화라면 적극적인 약물치료가 먼저다. 최근에는 50% 이상 좁아진 경우에도 뇌졸중 증상이 없다면 약물치료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많아지고 있다. 수술이나 시술은 효과와 위험성을 신중하게 고려해 전문가의 판단으로 결정해야 한다. 수술과 시술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뇌졸중을 비롯한 심각한 합병증을 줄이기 위해서다.


2011년 머릿속 뇌혈관 동맥경화가 심한 환자를 대상으로 약물치료만 받은 그룹과 약물치료와 스텐트 시술을 받은 그룹을 나눠 비교한 임상시험 결과에 따르면 스텐트 시술까지 받은 그룹은 4.5%에서 뇌출혈이 발생했고 30일 내 뇌졸중 발생 위험률도 2배 이상 높았다. 뇌혈관이 완전히 막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임상시험에서도 머리 바깥 혈관과 안쪽 혈관을 연결하는 수술을 받은 그룹과 약물치료만 한 그룹을 비교한 결과 장기적인 뇌졸중 예방효과에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물치료와 생활습관 개선 효과가 과거보다 향상됐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근 10여년 사이 아스피린보다 성능이 개선된 항혈전약물을 비롯해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등 동맥경화의 주요 원인을 보다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약물이 개발됐다. 또 의사와 환자의 적극적인 약물치료로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가 치료 목표에 도달하는 비율이 과거에 비해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진행된 임상시험에서는 약물치료와 더불어 금연·금주·운동·식이조절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권장한 것도 뇌졸중 예방에 기여한 것으로 추측된다.


뇌혈관이 좁아졌다고 하면 뇌졸중부터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뇌혈관은 좁아지고 막히더라도 혈류를 유지해 뇌를 보호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 반드시 뇌졸중이 오는 것은 아니다. 뇌혈류가 잘 유지되고 있는 경우라면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적극적으로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치료법이다.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비만 등 뇌혈관질환 위험인자가 있다면 평소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점검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생활습관 개선은 담배를 끊고 운동·식이요법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과일·채소·생선·통곡물 등을 충분히 섭취하고 지방이 많은 육류와 설탕의 섭취는 줄여야 한다. 운동은 매일 30분 이상 빠르게 걷기, 자전거 타기, 계단 오르기 같은 유산소 운동과 주 2회 정도 근력운동을 병행하면 도움이 된다. 중장년은 운동 전후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을 10분 이상 하고 본인의 체력 수준에 맞춰 운동량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이 좋다.


 


구자성


객원 의학전문기자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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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