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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 100만개 분류, 시민 과학자 10만명이 175일 만에 뚝딱

1 허블 망원경으로 촬영한 ‘미스틱 마운틴’. 용골자리 성운(Carina Nebula)의 일부분이다.


텅 비어 있는 우주의 경제적인 가치가 무엇일까? 대기권 주변의 공간은 인공위성의 효용성으로 인해서 천문학적인 가치를 인정받는다. 하지만 여기에 그치지 않고 무모해 보이는 우주 공간 탐험 프로젝트들도 제안되고 있다. 인간이 만든 기구가 여행한 가장 먼 거리는 200억㎞다. 이 정도 거리에서는 태양 활동에 의한 방사선보다 우주방사선의 영향을 더 받는 인터스텔라에 진입하게 된다. 2광년을 더 여행하면 태양의 중력보다 다른 별의 중력이 더 커지는 다른 세상으로 넘어가게 된다. 나사는 그곳으로 유인우주선을 보내기 위한 기획연구 백서를 공개했다. 이런 기획을 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지구에 머물게 되면 인류는 사라질 운명에 놓이기 때문이다. 멸망을 피하기 위해서는 우주공간으로의 엑소더스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라면 굳이 100년 안에 지구 탈출을 수행해야 할 이유가 없다. 아직 지구상에서의 시간은 많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화성 이주는 탈출이 아닌 소비 상품2013년에는 네덜란드의 마스 원(Mars One)이 새로운 화성 이주 사업을 공개한다. 화성을 제 2의 지구로 복원해 정착민들을 보내는 것이다. 최초의 정착민이 되기 위해 무려 20여만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이 중에서 현재 100여명이 선발돼 최종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최종선발자들은 2026년경에 화성으로 가는 편도 여행을 할 것이다. 그들이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여정은 약속되지 않았다. 2012년 민간우주선을 최초로 우주정거장까지 보낸 스페이스 X도 그들만의 화성 정착 계획을 발표한다. 이 계획에 의하면 80년 이내에 화성에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정착촌이 건설되고, 그 정착지로 가는 우주공간 여행도 실현될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 계획을 수행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이 350억 달러라는 사실이다. 그것도 나사(NASA)가 아닌 영리기업이 기획하고 있다면, 이것은 인류 멸망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라고만 해석하기가 어려워진다.


 

스페이스 X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


중단없는 성장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사회에서는 생산성의 향상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개념의 소비를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다. 스마트폰의 성공은 손에 들어오는 기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보다는, 유비쿼터스의 개념을 소비할 수 있는 상품으로 전환한 혁신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이 전환은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에 의해서 가능했다. 모바일 혁명을 주도한 사람들이 우드스톡(Woodstock) 세대라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의식주를 해결하고 남은 소득을 사람들이 어떻게 쓸 것인가 하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했다. 쾌락으로 유도하는 소비는 속임수이기 때문에 오래가지 못하지만, 인간존재라는 가치와 함께할 수 있는 상품이라면 어렵지 않게 생태계를 형성해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공간을 개척할 스페이스 X의 일론 머스크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보상할 수 있는 이익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화성에서 백금, 희귀금속 혹은 다이아몬드가 대규모로 발견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자원개발을 통해서 350억 달러의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간 자신에게 있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궁극적인 욕망은 자신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우주에 대한 깨달음이다. 이 욕망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는 그런 욕망을 상품화해 우주에서 소비시키는 역할을 한다. 즉 탐험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소비일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환수가 가능한 주 수입원은 화성 탐사선의 탑승료다. 대서양을 건넌 스페인 함대는 유럽의 경제구조를 어지럽힐 정도의 막대한 양의 금을 얻었다. 그런데 화성의 경우는 함대가 가져 올 자원보다는 함대에 탑승하는 것 자체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2 허블 망원경으로 촬영한 게 성운(Crab Nebula).


가장 성공한 우주 상품은그런데 문제는 기업의 투자뿐만이 아니고, 세금으로 형성된 공적재원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 번쯤은 인류의 우주에 대한 열망이 꼭 우주 공간을 탐험해야만 만족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허블 망원경


지금까지 가장 성공한 다른 종류의 우주 상품은이었다. 2015년에 25주년을 맞이했던은 우주를 내 책상 위로 전송했다. 1990년대 초기의 기술로 만들어진 CCD(전하 결합 소자) 사진기에 잡힌 우주의 모습도 경이로웠지만, 해상도가 더 좋은 광시야 사진기로 교체한 후에 촬영한 천체의 모습은 무서울 정도로 생생했다. 이 사진들은 컴퓨터 배경화면에, 내가 입고 있는 셔츠에, 그리고 아침에 마시는 커피 머그잔에도 사용됐다. 우리는 처음으로 밤하늘이 단순히 하얗게 반짝이는 작은 점이 아니고 탄생·성장 그리고 죽음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파노라마라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에 소요된 총 예산은 25억 달러였다. 이 재원은 화성에 정착지를 건설하는 데 소요되는 총 예산의 7%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마음 속의 우주는 충분히 행복했다.


생존에 필요한 소비를 하고 남은 소득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을 만족시키기 위한 예술을 소비할 수 있고, 인간 신체의 역동성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를 소비할 수도 있으며, 정신적인 성장을 위한 지식을 소비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인간의 마음 속에 우주를 향한 그리움이 존재한다면,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상품이 나올 것이다. 인간이 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본능에 의해서 예술을 하듯이, 인간과 우주를 알고 싶어하는 본능에 의해서 ‘우주를 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주여행 프로젝트들 이외에 같은 다른 대안이 있을 수 있는지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2007년 옥스퍼드 우드스톡 거리의 한 펍에는 과도한 업무에 지친 한 천문학자가 푸념을 늘어 놓고 있었다. 은하의 형태를 구분하는 일은 컴퓨터에만 의지하기 어렵고, 사람이 직접 분류할 필요가 있다. 시대가 변해서 광시야 서베이가 자료를 생산하다 보니 케빈 샤빈스키(Kevin Schawinski)의 책상에는 분류를 기다리고 있는 은하가 수십만 개가 쌓였다. 일주일 내내 연구실에서 분류 작업을 했지만, 끝이 없었다. 케빈은 이 은하 동물원을 방문할 사람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펍의 친구들도 동의해 주었다. 그들은 90만 개의 은하 자료를 웹 사이트에 공개하고, 은하 분류작업에 동참해 줄 시민 과학자들을 모집했다. 이것이 ‘은하 동물원(Galaxy Zoo)’의 시작이다.


 

마스 원 프로젝트에서 상상하고 있는 화성 정착촌.


병렬 컴퓨팅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여작업 공정의 대부분이 기계화되고, 사람들은 조금씩 잉여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잉여시간을 자신을 위해서 투자하고자 하는 욕구를 누구든지 가지고 있다. 은하 동물원은 그 틈새를 파고든 것이다. 케빈의 동물원은 10만여 명의 시민 과학자로 가득 찼고, 이 열정적인 시민 과학자들은 단 175일 만에 100여만 개의 은하를 분류해 냈다. 은하당 무려 40여 번의 분류가 이루어져 은하의 형태에 대한 다수결 결정도 가능할 정도였다. 케빈이 은하 동물원을 열지 않았다면, 수 년이 소요됐을 작업이었다. 이 시민 과학자들은 단순히 참여만 한 것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분류 조직도까지 만들어 냈다. 더 이상 케빈이 할 일이 없었다. 필요한 조직은 시민 과학자들 안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이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마치 인간 병렬처리 수퍼컴퓨팅처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내년이면 은하 동물원 10주년이 된다. 지금까지 이 아마추어 천문가들에 의해서 30편 이상의 SCI(과학인용색인)급 논문이 생산됐으며, ‘허니스 보웨프(Hanny’s Voowerp)’ 그리고 ‘그린 피(Green Pea) 은하’ 등의 새로운 천체가 발견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현대에는 사람이 직접 관측하지 않고 로봇이 천문 관측을 수행한다. 로봇이 관측한 자료는 개봉되지 않은 채 그대로 시민 과학자들의 손에 전달되기도 한다. 일상적인 일을 마치고, 책상 위의 은하 동물원을 열면, 아직 인간의 눈으로 보지 못한 새로운 은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게 된다. 난 그 은하를 본 첫 번째 인류가 되는 것이다. 비록 지구를 박차고 나가 우주공간을 여행하지 않더라고, 이렇게 내 마음속의 우주가 행복해 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 것이다.


관점의 차이는 있지만, 난 이 시민 과학자들이 사이언스를 생산하는 과정에 참여한 것이라는 생각보다는 서베이 관측에서 생산된 자료를 소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허블의 사진을 감상하면서 즐기는 수준에서, 은하의 모양을 분류하고 새로운 현상을 논의하는 수준으로 우주를 소비하는 형식이 발전한 것이다. 초기의 은하 동물원에 자료를 제공한 국제 천체관측 협력사업(SDSS)의 총 비용은에 소요된 비용의 100분의 일도 안 된다. ‘우주를 하는’ 데 막대한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누구든지 우주를 경험할 수 있었다.


인간의 본능 속에 우주를 향한 욕망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지 보다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송용선한국천문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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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