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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 훤하게 관찰, ‘커넥텀’ 완성 앞당긴다


인간의 뇌 구조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류가 수 세기 동안 매달려 온 난제다. 지놈 프로젝트 완성 이후 인류의 노력은 뇌 신경세포인 뉴런의 연결지도인 ‘커넥텀(connectome)’ 규명으로 이어졌다. 뇌 과학자들의 최대 관심사다. 커넥텀이 규명되면 기억이 어떻게 저장·활용되는지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자폐증 등 아직 풀리지 않은 난치성 뇌·신경계 질환 치료에 대한 실마리도 풀릴 전망이다. 지놈 프로젝트 이후 최대 과학혁명으로 불리는 이유다. 커넥텀 완성을 앞당길 기술로 지목되는 것이 있다. 바로 ‘클래러티(CLARITY)’라고 불리는 조직 투명화 기술이다. ?


 

클래러티 기술로 실험용 쥐를 통째로 투명화한 모습. 단 하루 만에 투명하게 된다. 시약으로 견골만 빨갛게 염색돼 있다. 프리랜서 장석준


조직 투명화 기술은 말 그대로 생체조직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이 나오기 전에는 빛이 투과할 만큼 1㎜ 정도의 얇은 두께로 잘라서 보는 것이 최선이었다. 얇게 잘린 조직을 현미경으로 촬영한 뒤 컴퓨터로 이어붙여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럴듯했지만 한계가 있었다. 어느 정도 뇌 내부 구조를 파악할 수 있어도 원래의 형태를 고스란히 반영하지 못했다. 뇌처럼 복잡한 구조는 단면으로 자를수록 원래 담고 있던 정보를 잃어버리게 된다. 단면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맞춰야 하는 문제도 있었다. 2차원의 한계다. 조직 투명화 기술은 3차원에 대한 갈증 속에서 탄생했다.


?꿈의 기술처럼 보이지만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어떤 물체가 불투명해 보이는 이유는 빛이 투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빛이 흡수·반사되거나 산란한다는 얘기다. 조직을 불투명하게 하는 가장 큰 부분은 빛이 산란하는 성질이다. 조직 내 기름 성분(지질)이 산란도를 높이는 주범이다. 따라서 조직에서 지질을 어떻게 잘 제거하느냐가 조직 투명화 기술의 가장 큰 관건이다.


기름이 빛 산란시켜 불투명 많은 방법이 시도됐다. 처음에는 유기용매로 조직 내 지질을 빼내는 기술이 개발됐다. 생체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도 지질이 물에는 녹지 않으면서 유기용매에 잘 녹는 성질을 이용한 것이다.


 용매가 조직 안에 스며들어 확산하면서 지질을 밖으로 밀어내는 원리다. 하지만 지질이 빠지면서 조직이 오그라들고 딱딱해졌다. 세 가지 문제가 생겼다. 하나는 투명도를 낮추는 것이다. 약간의 색소가 있어도 조직이 오그라들면서 진해지는 현상이 생긴 것이다. 또 하나는 핸들링이 어려워졌다. 조직 투명화의 가장 큰 목적은 결국 형광단백질을 특정 뉴런에 발현시켜 형광물질이 이동하는 경로로 뇌 지도를 작성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유기용매의 폭발성·독성 등의 안전상 문제도 있었다. 그래서 2013년 탄생한 것이 클래러티 기술이다. 한국인 과학자인 MIT 정광훈 교수가 개발한 조직 투명화 기술이다.


?정 교수는 용매가 확산돼 지질이 제거되는 방식 대신 능동적으로 지질을 제거하는 개념을 고안했다. 전하(電荷·물체가 띠고 있는 전기적 성질)를 띠고 있는 계면활성제의 성질을 이용했다. 용매에 전기를 걸어주면 조직 안에 흡수된 용매가 조직 안에 있는 지질만 감싸서 (-)극에서 (+)극 방향으로 빠져나오게 된다. 지질이 제거된 부분에는 투명한 고분자 물질인 아크릴아마이드로 대체했다. 기존 방식의 단점을 해결하고 투명도는 높인 획기적인 방법이다.

쥐의 각 기관이 투명화되는 과정 쥐의 비장·간·신장(왼쪽부터)을 클래러티 기술로 투명화한 모습. 투명화한 뒤(둘째 줄) 투명화된 조직과 굴절률이 같은 용액에 담으면(셋째줄) 투명도가 더욱 높아진다.


6시간 만에 쥐의 뇌 투명화 이 기술에도 단점은 있었다. 투명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전기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지질을 제거하는 방식이었지만 실제로는 투명화 속도가 자연확산에 의존하는 방식과 큰 차이가 없었다. 쥐의 뇌를 투명화하는 데 2주일이 걸렸다.


 고려대 선웅 교수는 클래러티 방식을 최적화하는 데 착수했다. 전기를 걸어주는 방식이 온도를 높여 조직과 계면활성제를 태우는 문제가 있었다. 선 교수는 와이어를 판형으로 교체하고 일정 온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제어했다. 2주 걸리던 쥐 뇌 투명화 작업이 2~3일로 당겨졌다. 또 조직 내 단백질을 고정하는 프로말린과 빈 공간을 채워주는 고분자 물질을 동시에 넣는 방식을 순차적인 방식으로 바꿨다. 단백질과 고분자 물질이 엉기는 현상이 사라지면서 시간은 6시간으로 단축됐다. 쥐 뇌의 20배에 달하는 토끼의 뇌도 2~3일이면 투명해졌다. 선 교수는 이 기술을 액티브 클래러티 테크닉이라고 해서 ‘ACT’라고 이름 붙였다. 그는 “클래러티 기술은 좋은 투명화 기술이지만 여전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시간을 단축시키면서 도저히 불가능해 보였던 크기의 조직을 투명화하는 것도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투명화 기술의 의미는 현미경을 통해 3차원 그대로 뇌 신경망을 마이크로미터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뇌 구조 연구 분야에 견줘보면 그 의미가 더 커진다.


현미경으로 뇌 신경망 확인 뇌 구조 연구는 크게 두 가지 분야에서 접근하고 있다. 하나는 뇌 영상장비다. 7T(테슬라)의 정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장치를 통해 신경망의 구조와 호르몬 분비, 혈관 등 세세한 변화를 감지하려는 시도다. 이보다 높은 해상도(11.74T)의 MRI가 개발되고 있지만 ㎜ 수준의 해상도에 불과하다.


 또 하나는 전자현미경을 통한 접근이다. nm(나노미터) 수준의 전자현미경 영상을 인공지능을 이용해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재미동포 뇌 과학자 승현준 MIT 교수가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MRI와 반대로 너무 정밀해 뇌 전체를 파악하는 데 너무 오랜 기간이 걸린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조직 투명화 기술은 두 분야를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선 교수는 “조직 투명화 기술은 MRI와 전자현미경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마이크로미터) 수준의 해상도에서 뇌 구조에 접근한다”며 “뇌를 투명화하는 것은 중간 영역의 뇌 지도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뇌 지도의 근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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