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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롭고 웅장한 천사들의 버라이어티 쇼


한 번쯤 경험한 적 있을 것이다.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이 잔잔히 깔리며 날개 달린 천사들의 소리처럼 몽롱하게 공간을 에워싸는 초고음역대의 합창이 시작되면, 온갖 잡념으로 얼룩졌던 마음속이 함박눈이라도 내린 듯 새하얗게 정화되는 순간을.


각종 CF와 드라마 배경음악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상투스(Sanctus·거룩하시도다)’의 주인공 리베라 소년합창단이 3년 만에 내한공연을 갖는다. 지난해 메르스 여파로 공연이 취소된 탓에 팬들의 기다림이 길었다. 그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이번 공연은 역대 최대 규모로 기획됐고, 지난달 20일 티켓 오픈과 동시에 클래식 예매순위 1위에 오르며 티켓파워를 입증했다.


빈 소년합창단, 나무십자가 합창단 등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소년 합창단은 여럿이다. 하지만 리베라 소년합창단은 이들과 구별되는 뚜렷한 개성이 있다. 천상에서 노래하는 듯한 보이 소프라노의 매력은 그대로 유지한 채, 세련되고 현대적인 인스트루멘탈 뮤직을 절묘하게 혼합한 새로운 음악을 구사한다. 대중의 귀에 친숙한 기성 음악을 난이도 높은 고음역대로 편곡해 부름으로써 신선한 충격과 함께 영적인 감동을 일깨우는 것이 리베라 스타일이다.


리베라는 런던 남부 노버리(Norbury)에 위치한 세인트 필립스 교회의 소년 성가대로 출발했다. 1984년 펑크록 그룹 클라식스 누보의 리드 싱어 살 솔로(Sal Solo)의 앨범 ‘산 다미아노: 하트 앤 소울(San Damiano: Heart and Soul)’에 백 코러스로 참여한 것이 영국을 넘어 유럽 전역에서 호응을 얻으며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 발표한 ‘싱 포 에버(Sing For Ever)’ ‘뉴 데이(New Day)’ 등의 앨범은 성공하지 못했지만, 1993년 ‘천재 음악감독’으로 불리는 로버트 프라이즈만이 지휘봉을 잡으며 주목받게 된다. 교회음악과 합창곡은 물론 팝송까지 추가해 녹음한 3장의 앨범 ‘엔젤 보이스(Angel Voices)’가 동반 히트했고, 1999년 메이저 음반사인 워너 뮤직의 에라토 레이블과 계약을 맺으며 ‘리베라(Libera)’란 이름으로 새출발했다. 그해 발표한 앨범 ‘리베라’는 클래식과 팝송, 영화음악 등 폭넓은 레퍼토리를 섭렵한 스타일을 선보여 ‘크로스오버 소년 합창단’이라는 독보적인 타이틀을 얻게 됐다.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상투스’도 이 무렵 탄생했다.


‘자유’를 뜻하는 이름 그대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실험적이고 독특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대중의 호응도 뜨겁다. 신보를 낼 때마다 빌보드 클래식차트 1위를 석권함은 물론, 2014년 미국 워싱턴 공연 실황 DVD와 CD 또한 발매 직후 아마존 음반 코럴(Choral)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여주는 무대 미학도 음악 스타일만큼이나 ‘버라이어티’하다. 성스러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순백의 천사처럼 흰 로브(Robe)를 입고 시작해, 대형 뮤지컬 못지않은 화려한 조명과 스토리텔링 영상으로 연출되는 무대는 일반 합창단들의 평범한 무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롭고 웅장하다. 최상의 사운드를 뽑아내기 위해 로버트 프라이즈만이 고심해 연출한 소년들의 대형 변화와 안무도 재미난 볼거리다.


리베라는 미국·캐나다·러시아·일본·싱가포르 등 전 세계를 돌며 공연을 하고 있지만, 특히 한국과 인연이 깊다. 2005년 첫 해외 투어 공연이 서울에서 열렸기 때문이다. 이후 2~3년에 한 번꼴로 총 4회 내한 공연을 통해 두터운 팬층을 형성해 ‘온라인 커뮤니티 최다 회원 보유 소년 합창단’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는 ‘상투스’를 비롯해 쇼팽 전주곡 작품번호 28 중 ‘C단조의 선율’을 편곡한 ‘파운틴(Fountain)’, 생상의 교향곡 3번 ‘오르간’의 선율에 가톨릭 미사곡 ‘글로리아(Gloria)’의 기도문을 가사로 사용한 ‘글로리아 인 엑셀시스(Gloria in excelsis)’, 엔야의 히트곡을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오리노코 플로우(Orinoco flow)’ 등을 선보인다. 성스럽고도 신선한 충격을 주는 리베라만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레퍼토리들이다. 일정은 29일 오후 7시30분 경기도문화의전당, 3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4월 1일 오후 7시30분 이천아트홀, 4월 3일 오후 5시 대전예술의전당. ●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서울예술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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