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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 증식 길목 봉쇄·소탕 … ‘마법의 탄환’


국내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암이다.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1983년부터 지금까지 30년이 넘도록 부동의 1위다. ‘암=죽음’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이유다. 수술 시기를 놓치면 독한 항암치료를 받다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하곤 했다.


최근 암과 관련된 등식이 깨지고 있다. 수술이 불가능한 전이·재발암 환자도 생존기간이 늘어나고 치료 부작용은 줄었다.그 중심에는 표적항암제가 있다. 암 종류별로 효과적인 표적항암제가 속속 개발되고 있다. 기존의 단점과 한계를 극복하면서 계속 진화 중이다. 표적항암제가 ‘마법의 탄환’으로 불리는 배경이다.?


 


항암제는 흔히 ‘전쟁’에 비유되곤 한다. 1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화학항암제(세포독성항암제)는 적군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실제 항암제가 탄생한 배경이 전쟁과 관련이 깊다.


?최초 항암제는 호지킨 림프종 치료에 사용된 ‘질소 머스터드(nitrogen mustard)’.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초반 독일군이 사용한 신경 독성가스에서 유래했다. 이 독성가스 성분이 세포분열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항암제로 탈바꿈했다. 정상세포에 비해 분화 속도가 빠른 암세포 특징이 독성 물질의 효과와 맞아떨어진 것이다.


암 치료 패러다임 전환 항암제는 독성을 기반으로 탄생했지만 의학자의 바람대로 작용하지만은 않았다. 암세포만 공격해 주길 기대했지만 정상세포도 함께 손상을 받았다. 빠르게 분열하는 정상세포와 면역세포까지 공격의 대상이 됐다. 암환자가 머리카락이 빠지고 구토와 위장장애에 시달렸던 이유다. 암환자에게 특히 중요한 면역기능마저 떨어져 역효과를 낳았다. 말기 암환자에게는 심각한 부작용으로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무차별 폭격’이 낳은 결과다.


?표적항암제는 항암제가 처음 개발된 지 50여 년이 지나서야 세상에 나왔다. 1999년 노바티스가 개발한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이다. 암 유전자가 암 단백질을 활성화시켜 증식하는데, 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리다. 암세포가 자라나고 퍼져나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셈이다. 암 치료 패러다임의 크나큰 전환이었다. 표적항암제가 2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이유다.


글리벡 개발을 기점으로 백혈병 치료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다. 글리벡에 이은 차세대 백혈병 치료제까지 나오면서 불치병이었던 만성골수성백혈병은 이제 고혈압·당뇨병처럼 관리하는 병이 됐다. 표적항암제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골수이식을 받지 않으면 대부분 사망하는 질환이었다. 지금은 암에서 완치를 의미하는 5년을 넘어 8년 생존율이 85%에 달한다. ‘암 만성질환 시대’의 가능성을 열었다.


?표적항암제는 연구자들이 암세포가 어떻게 성장하는지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개발됐다. 암세포는 절대 저절로 자라지 않는다. 암세포가 성장하게 되는 방식은 몇 가지가 있다. 성장 신호를 받아야 비로소 성장·증식하게 된다. 정상세포가 암세포로 변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암세포 성장신호 차단 암세포 표면에는 각종 인자를 받아들이는 수용체가 있는데, 이 수용체에 각종 해당 성장인자가 달라붙으면 비로소 세포 안에 성장과 분열을 하라는 신호를 보내게 된다. 암세포는 이 신호에 따라 증식하는 것이다. 이들 수용체가 암 증식에 관여하는 스위치인 셈이다. 표적항암제를 설명할 때 많이 언급되는 ‘EGFR(표피성장인자수용체)’ ‘HER2’가 대표적인 스위치다. ‘HER2’는 ‘human EGFR-related 2’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표적항암제는 이 수용체에 성장인자 대신 결합해 암세포 증식 스위치가 켜지지 못하도록 차단한다. 전이성 대장암 표적항암제 ‘얼비툭스(머크)’와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지오트립(베링거인겔하임)’이 대표적이다.


암세포의 또 다른 증식 방식은 영양 공급이다. 암세포도 먹어야 산다. 정상세포와 마찬가지로 혈관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는다.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VEGFR)를 통해서다. 한마디로 혈관을 뻗어나가도록 하는 신호를 받는 스위치다. 여기에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VEGF)가 붙으면 영양분을 공급받는 혈관을 만든다. 표적항암제는 이 수용체에 결합해 혈관 성장신호를 보내지 못하게 한다. 진행성 위암 표적항암제 ‘사이람자(릴리)’, 난소암 표적항암제 ‘아바스틴(로슈)’이 작용하는 원리다. 암세포의 밥줄을 끊는 셈이다.


내성·바이오 마커 해결이 과제 완전해 보이지만 표적항암제가 가야 할 길은 멀다. 개인맞춤치료법으로 자리잡기에는 역부족이다. 해결·보완해야 할 단점이 크게 세 가지 정도 있다. 우선 내성이다. 화학항암제가 갖고 있던 큰 부작용은 상당 부분 줄였지만 내성이 걸림돌로 작용한다. 대부분의 약이 그렇듯 표적항암제도 계속 쓰다 보면 내성이 생긴다. 한 부분에 집중적으로 작용해서다. 암세포도 생존을 위해 우회로를 만드는 것이다. 여러 약을 같이 쓰는 병용요법이 동원되고 있지만 내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다. 다음으로 제한적인 적용 대상이다. 혜택을 볼 수 있는 암환자가 많지 않다. 표적항암제에 효과가 있는 환자가 전체 암환자의 절반도 안 된다. 암 종류에 따라서는 채 10%도 못 미치는 경우도 있다. 표적항암제가 특정 표적물질이 있는 암환자에게만 약효를 보이기 때문이다.


세대교체로 진화 계속 마지막으로 바이오마커(biomarker·생체표지자)와 이를 진단하는 기술이다. 바이오마커는 약물에 대한 반응, 즉 효과 유무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지표다. 표적항암제가 환자에게 효과가 있을지를 가늠하는 잣대를 말한다. 대표적으로 대장암 표적항암제의 경우 바이오마커가 일정 부분 확립돼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유무에 따라 효과가 있는 환자를 사전에 가려낼 수 있다. 표적항암제 종류가 100여 종 이상 늘어나고 바이오마커 진단 기술이 개발되면 개인맞춤치료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표적항암제 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제약사들이 경쟁적으로 신약 개발과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환자의 생존기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내성 등 기존의 단점도 점차 보완되고 있다. 폐암치료제 지오트립은 기존 표적항암제가 암 증식 신호 수용체에 붙었다 떨어졌다를 반복하는 작용을 개선했다. 수용체에 일단 붙으면 떨어지지 않고 계속 붙어 있어 내성 가능성을 현저히 줄이고 내성이 생기기까지의 기간을 지연시켰다. 차단할 수 있는 암 성장인자 수용체도 기존 하나(EGFR)에서 4개(EGFR, HER2, HER3, HER4)로 늘렸다.


여기에 기존 폐암 표적항암제의 내성을 해결하는 3세대 폐암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타그리소’는 미국·유럽, 우리나라 등 5000명 규모의 대규모 다국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태원 교수는 “표적항암제에서는 효과를 판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와 진단 기술을 확보하고 내성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조만간 개인에게 맞는 항암치료를 할 수 있는 날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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