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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게 좋다” 욕의 유익함 “자, 건배!” 음주의 이로움

저자: 리처드 스티븐스 역자: 김정혜 출판사: 한빛비즈 가격: 1만6000원


“솔직히 내 알 바 아니오!(Frankly, my dear, I don’t give a damn!)”


1939년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비비안 리)에게 실증을 느낀 렛 버틀러(클라크 게이블)의 대사다. 당시 ‘damn’은 미국 영화제작규정위원회 제작강령 상 욕설로 분류돼 검열대상이었다. 이에 제작진은 5000달러의 벌금을 냈지만 후회는 없었다. 이 대사가 불러온 논쟁과 관심은 기대 이상이었고, 심지어 2005년 미국영화연구소가 선정한 ‘미국 영화 100대 명대사’ 중 1위로 뽑히는 등 그 파급효과는 오래도록 지속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욕은 공적인 자리에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언어 그 이상의 효과를 야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테면 헤밍웨이가 “무엇이든 초안은 다 개떡같다(shit)”라고 쓰면 괜히 친근한 감정이 생긴다거나, 교수가 강의 도중 ‘fuck’이라고 말하면 도리어 집중력이 높아진다는가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내가 발등 위로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려서 순간적으로 s*** 혹은 f***이라고 내뱉는다고 해서 반드시 교양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통증을 견뎌내기 위해 정신상태가 부정적으로 변한 ‘통증 파국화’ 행동으로 반응한 것 뿐이다.


심리학자이자 과학자인 저자는 이처럼 세상이 위험하다고 분류한 것에 대한 반기를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놓는다. 자고로 선대 심리학자들이 연구를 통해 사람들에 관한 수많은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노력했던 것처럼 그 역시 다소 엉뚱한 질문을 던진다. 욕설에도 유익한 면이 있을까? 육체적 매력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문제성 음주의 원인은 무엇일까? 등등.


시종일관‘썰’만 푸는 것도 아니다. 그는 다양한 실험 결과를 통해 나름 치밀하게 이를 입증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미네소타대는 마케팅팀과 함께 과일 스무디 음료의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신제품과 기존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알아보기 위해 하나는 ‘기존의 건강음료’라고 표기하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건강음료’라고 소개했다. 놀랍게도 정돈된 사무실에 머무르던 사람들은 ‘기존’을 더 많이 선택한 반면 어수선한 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은 ‘새로운’을 훨씬 더 많이 택했다. 어수선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 새로움에 훨씬 더 개방적이었단 뜻이다.


흥미로운 예시는 또 있다. 보드카를 마신 지원자(58%)가 알코올을 섭취하지 않은 집단(42%)보다 창의성 문제 해결 능력이 높다거나 통화 도중 낙서를 한 집단이 그렇지 않은 대조집단보다 더 나은 기억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 등은 읽다보면 마치 면죄부를 받은 느낌이다. 그것이 반드시 내 책상이 어수선한 이유는 아니고, 내가 그래서 마감 중에 술을 마시거나 낙서를 일삼는 것은 아니지만 전혀 근거없는 헛짓은 아니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이 든다고나 할까.


과유불급, 뭐든 과해서 좋을 일은 없을 것이다. 허나 자제한다고 해서, 또 부족하다고 해서 좋을 건 또 뭘까. 술 마시지 마라, 기름진 음식을 멀리 하라, 규칙적으로 운동하라 등 지당한 말씀을 읊조리는 것보다 적당히 나에게 이로운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 내 삶이 좀 더 즐겁고 좀 더 행복해진다면 말이다. “일탈에도 나름의 숨은 이점이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곱씹을수록 매력이 있다.


참고로 리처드 스티븐스는 킬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여가 시간에는 자동차 경주로 과속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국제숙취연구소의 창립멤버이자 영국 심리학회 정신생물학회 의장이며 욕설의 심리학적 혜택에 대해 지대한 관심이 있다. 그의 연구실 앞에는 신성한 대학 복도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단어들이 반복해서 울려퍼지고 있다.


 


 


글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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