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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전이·성장 네 가지 경로 차단 화학항암제보다 석 달 이상 진행 늦춰


50대 주부가 말기 자궁암 진단을 받는다. 남은 시간은 3개월. 의사인 남편과 각자 일에 바빴던 자녀는 뒤늦게 사실을 알고 비통해한다. 그동안 전하지 못한 사랑을 표현하며 이별을 준비하지만 시간은 짧기만 하다.


?영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의 줄거리다. 실제 말기 암환자에겐 단 몇 개월이란 시간도 큰 의미가 있다. 과거에 암 진단은 사망 선고와 같았다. 화학항암제가 생존기간을 늘렸지만 부작용이 심해 삶의 질이 크게 떨어졌다. 암세포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에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이 쏠린 배경이다.


?수요가 확실하고 뛰어난 효과로 이미지 재고는 물론 경제성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10여 년간 표적항암제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최근에는 의학적인 완치(5년 생존)를 기대할 만큼 수준 높은 표적항암제 임상시험 결과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폐암 무진행 생존기간 11.1개월폐암은 수년째 암 사망률 1위다. 5년 생존율이 전체 암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10명 중 8명은 암 세포가 온몸에 퍼진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조기 발견이 어렵고 반대로 전이는 쉬워 치료가 까다로웠다.


?2000년대 초반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면서 폐암 치료는 전기를 맞이했다. 최근 출시된 2세대 표적항암제인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은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유전자 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쓰인다. 1세대 폐암 표적항암제도 역시 EGFR을 표적으로 삼는다. 단, 1세대 폐암 표적항암제가 EGFR이란 하나의 경로만을 막았다면 2차 항암제인 지오트립은 이를 포함해 암 전이와 성장에 관여하는 네 가지 경로를 동시에 차단한다.


?효과는 강력하다. EGFR 변이가 있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345명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지오트립을 썼을 땐 암이 자라지 않는 기간(무진행 생존기간)이 11.1개월이었다. 반면에 화학항암제를 사용했을 때는 6.9개월에 그쳤다. 평균 생존기간은 3개월 이상 차이가 났다.


?노바티스의 자이카디아도 주목 받는 폐암 표적항암제다. 자이카디아는 암 성장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역형성 림프종 키나아제·ALK)이 있는 폐암 환자에게 효과가 있다. ALK는 전체 폐암 환자의 5%에서 발견된다. 이달 초 11개 나라 폐암 환자 2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험에서 자이카디아는 과거 ALK 기능을 막는 다른 항암제를 복용하지 않은 경우 72%에서 종양을 크게 줄였다. 이전에 복용했더라도 절반 이상(56%)에서 종양이 줄었다. 항암제 효과는 각각 17개월, 8.3개월까지 지속됐다.


?대장암도 치료가 고약한 암이다. 환자 50~60%는 암세포가 전이된 뒤 진단을 받거나, 혹은 수술 후 전이가 일어난다. 20년 전만해도 이런 전이성 대장암 환자는 진단 후 6개월을 사는 게 고작이었다. 지금은 2년을 넘어 생존기간 3년의 벽에 도전한다.


한국·유럽·미 난소암 치료제 승인선두에 머크의 얼비툭스가 있다. 바이오마커인 KRAS와 NRAS에 돌연변이가 없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 367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 얼비툭스를 화학항암제와 함께 썼을 때 생존기간은 28.4개월이었다. 화학항암제만 사용할 때(20.2개월)보다 무려 8.2개월 길었다. 무진행 생존기간은 각각 11.4개월, 8.4개월이었다.


?미국의 영화배우인 앤젤리나 졸리는 자신에게 유방암성향유전자(BRCA) 돌연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안 뒤 난소난관절제술을 받았다. 그의 어머니·외할머니가 모두 난소암으로 사망해 예방 차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실제 난소암 중 10%가량이 유전되고 이 중 90%에게 BRCA 유전자 이상이 발견된다. 대부분 뒤늦게(3기 이후) 발견돼 5년 생존율이 60%가량에 불과하다.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는 BRCA를 바이오 마커로 활용한 세계 최초의 난소암 표적항암제다. BRCA 변이가 있는 난소암 환자에게 처방했을 때 무진행 생존기간은 11.2개월로, 위약군(4.3개월)의 두 배가 넘는다. 우리나라와 유럽, 미국 등에서 BRCA 유전자 변이가 있는 백금 민감성 재발성 난소암의 치료제로 승인을 받았다.


?암 발병률 1위인 갑상샘암 표적항암제 연구도 활발하다. 갑상샘암은 보통 수술로 떼어낸다. 수술 후 관리나 종양이 작을 때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쓴다. 문제는 이 방사성 요오드 치료가 듣지 않을 때 마땅한 치료법이 없었다는 점이다. 에자이의 렌비마는 방사성 요오드가 듣지 않는 국소 재발성 또는 전이성 갑상샘암 환자에게 사용한다.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VEGFR)와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FGFR), 혈소판유래성장인자수용체(PDGFR-α), RET유전자, KIT 유전자를 동시에 억제한다. 갑상샘암 환자 39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은 18.3개월로 위약군(3.6개월)에 비해 훨씬 효과적이었다. 먹은 뒤 평균 2개월 만에 최초 반응이 나타날 만큼 효과도 빠르다.


 


 


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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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