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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출연연 연구장비 공유, 연 수천억원 절약 도전

이상천 이사장 서울대 기계공학과 학사, KAIST 기계공학과 석사, 노스웨스턴대 기계공학 박사, 영남대 교수·총장, 한국산업단지공단 창원혁신클러스터 추진단장, 한국기계연구원장 역임. 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


이상천(64)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은 40대에 영남대 직선 총장으로 선출되었을 때나 60대 중반인 지금이나 별명이 ‘생각이 젊은 사람’이다. 의제를 만들어낼 때는 ‘혁신가’처럼, 일을 추진할 때는 ‘돌쇠’처럼 밀어붙였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의 행적을 보거나 만나 보면 그 별명에 십분 공감이 간다.


 이런 강점이 그가 2001년 김대중 정부 때 영남대 총장에 취임한 데 이어 지금까지 여러 정권에서 관직을 맡아 온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정부 때 창원클러스터추진단 초대 단장, 이명박 정부 때 한국기계연구원 원장을 거쳐 현 정부에서는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 정도 관운이 좋은 사람도 그리 흔치 않다.


2001년 영남대 첫 직선 총장정권이 바뀌면 구정권에서 녹을 먹던 사람의 상당수는 내쳐지는 게 현실이다. 더구나 그는 영남대 직선 총장 출신이 아닌가. 영남대에 직선 총장 시대가 열린 것은 1989년 박근혜 당시 영남대 이사가 물러난 후의 일이다. 박근혜 이사 측과 직접 대립했던 당사자는 아니어도 직선 총장 출신인 이 이사장과 박근혜 대통령은 정서상 그리 관계가 매끄러울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구도다. 그런데도 현 정부에서 이공계 25개 정부 출연연구소를 관할하는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이사장에게는 강점이 많다. ‘청탁 안 들어주기’ ‘포퓰리즘 안 하기’ ‘투철한 국가관’ ‘자기 사람 안 심기’ 등이다. 기관장이라면 당연히 갖춰야 할 덕목이지만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것들이다. 그에게는 행동 강령이나 다름없다. 듣기 좋고, 언론에 싣기 위해 하는 말들이 아니라는 것을 그와 같이 일해 본 사람들의 평으로도 익히 알고 있는 대목이다. 청탁 잘 들어준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실상 한국 사회에서 주변 사람이나, 특히 권력자 등의 청탁을 안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누가 청탁하면 그 자신만 알고 실무자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그러니 실무자는 소신껏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사후에 결과나 물어보는 정도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好不好)도 강하지, 청탁도 안 들어주지 하니 ‘적’도 많지 않느냐고 물었다. 적당히 봐주기도 해야 자리 보존도 하고, 주변 인심을 잃지 않는 것 아니냐고도 운을 떼 봤다. 하지만 그는 “평생 살아온 방식인데 할 수 없지 않느냐”고 했다.


?그의 성격의 일면을 읽을 수 있는 이런 일화도 있다. 그가 24세에 영남대 교수가 됐을 때다. 그 당시 고교 선배들이 군복무 뒤 복학해 그의 강의를 대거 수강했다. 선배들한테 당연히 학점을 잘 줄 것으로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그들의 희망은 ‘희망사항’으로 끝났다. 원칙대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장직을 겸임하고 있던 55세에 영남대 교수직을 사직했다. 휴직한 뒤 복직하면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교수직을 과감하게 내던진 것이다. 그렇다고 그 자리 이후의 자리가 보장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아무나 그런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다. 관직 입문한 55세에 교수 사직 그가 영남대 직선 총장에 도전했던 48세는 ‘어린 나이’였다. 대학가에서 오너 일가가 아니면 사립이든 공립이든 총장 자리는 50~60대 독무대였다. 총장 취임 후에도 표를 가진 교수들을 위한 정책을 폈어야 재선을 했을 텐데 학생들 중심으로 대학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개선했다. 물론 그는 재선에 실패했다.


?그가 영남대 공대학장 및 총장 시절 시행한 여러 혁신적인 제도는 당시 대학가에 화제였으며, 지금도 유효한 것이 많다. 장학금은 성적보다 학업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사람에게 주기, 5년 만에 학사와 석사를 마칠 수 있는 3.5+1.5 과정, 시간강사 공모제, 삼성전자와 전국 처음으로 계약학과 설치, 공장형 창업보육센터 설치, 기계공학 유사학과 통합 등이다.


?2005년 정부가 국가산업단지 혁신클러스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했던 창원혁신클러스터추진단의 단장을 맡았을 때는 평가에서 전국 7개 시범단지 중 3년 연속 1등을 했다.


?한국기계연구원장 시절에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고질병에 속했던 불합리한 노사 관계를 바로잡고, 기술 마케팅으로 기술료 수입을 크게 올리기도 했다. 그가 지나간 흔적 곳곳에서 강한 성격과 추진력의 일면이 진하게 느껴졌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이사장으로서 그는 지금 또 다른 도전을 하고 있다. ‘연구 장비 공동 활용제 도입’ ‘연구의 글로벌화’ ‘융합연구의 활성화’가 그것이다. 목표는 새로울 것도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문제는 국가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의제들인데도 지금까지 누구도 손을 못 댔거나 제대로 실행하지 못한 채 변죽만 울렸다는 점이다. 그만큼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연구장비 구입 비용 연 1조원연구 장비 공동 활용제만 보자. 연간 국가 연구비로 구매하는 연구 장비만 약 1조원에 달한다. 연구자들이 저마다 장비를 구입해 자기만 사용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관행이다. 똑같은 장비를 너도나도 사는 꼴이다. 이들을 공동으로 활용하기만 해도 연간 몇 천억원씩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이사장의 계산이다. 그는 우선 정부출연연구기관에 이 제도를 정착시킨 뒤 대학 등으로 확산하겠다는 구상이다.


?벌써 각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공동 활용 장비 목록을 완성했고, 이동 가능한 장비의 경우 한 곳에 모아놓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이 이사장은 이들 장비를 관리하고, 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인력과 유지비용 지원을 제도화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실제 여기에서 제도 정착의 성패가 갈릴 수 있다고 그는 판단했다.


 그가 역임한 자리만 보면 직업란에 ‘기관장’이라고 적을 정도가 될 듯해 보인다. 그가 영남대 총장이 되기 전 연구 현장에 있을 때는 두 가지 물질 상태(기체+고체, 기체+액체 등)가 움직이는 ‘이상(二相)유동’의 전문가로서 이름을 날렸다. 대학원 박사과정 때는 9편의 국제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연구력도 돋보였다. 기관장만 잘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과학계는 이제 연구를 잘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관리를 잘하는 리더도 더욱더 필요한 시점이다. 현 정부가 의욕적으로 통합 국가과학기술연구회를 출범하고, 이 이사장을 선장으로 앉힌 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과학계의 어려운 숙제 서너 가지는 확실하게 풀어 보고 싶다는 것이 그의 희망이다.


 


 


박방주 교수?sooyong1320@gach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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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