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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나는 사람 속에 부활한 예수가 있습니다"

부활절입니다. 시끄러운 정치판 탓에 정신이 어지럽습니다. 그래도 오늘만큼은 삶의 의미를, 부활의 의미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묵은 기사 더미에서 부활절 아침에 다시 읽어봄직한 두 편의 글을 골랐습니다. '현문우답'을 연재하고 있는 백성호 기자의 인터뷰입니다. 고인이 되신 김흥호 목사는 2011년 만남에서 "예수가 아닌 나의 부활이 돼야 우리가 성숙해진다"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지난해 부활절을 앞두고 만났던 이주연 목사는 "당신이 오늘 만나는 사람 속에 부활한 예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온라인 중앙일보
 

              "예수가 아닌 나의 부활이 돼야 우리가 성숙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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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호 목사는 “십자가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밀알 한 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는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예수의 십자가가 아니라 나의 십자가가 돼야 한다. 예수의 부활이 아니라 나의 부활이 돼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성숙해진다. 성숙해지면 예수와 내가 하나가 된다. 그게 그리스도 안에 거하는 거다.”  

김흥호 목사가 서울 이화여대 연경반 강의실에서 매주 일요일 아침마다 무료 강의를 하며 던졌던 메시지다. 그는 2008년 여름 폐암 수술을 받고서도 회복 중에 강의를 계속했다. 그렇게 40년 넘는 세월 동안 그리스도교와 유(儒)·불(佛)·선(禪)의 경전을 두루두루 관통하며 일반인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김 목사는 올해 92세가 됐다. 그래도 그의 열정은 식지 않는다. 최근에는 『요한복음 강해-빛 힘 숨』(전5권, 사색출판사)을 펴냈다. 요즘도 저서 출간을 위한 이런저런 물음을 받고, 앉은 자리에서 두 시간씩 ‘강의형 답변’을 쏟아내곤 한다. 겨우내 참았던 바깥 산책도 날이 더 풀리면 나설 참이다. 구약성경 강해, 신약성경 강해, 고린도서 강해 등을 계속 펴낼 계획인 그가 요한복음을 먼저 풀었다.  

김 목사는 다석(多夕) 유영모(1890~ 1981)의 제자다. 다석 선생 밑에서 그는 6년간 공부를 했다. 김 목사는 “유영모 선생께서 참 좋아하셨던 복음이 요한복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유가 있다. 본래 마태복음은 유대인, 마가복음은 희랍인, 누가복음은 로마인, 요한복음은 동양인을 위해 씌어졌다고 한다. 요한복음과 동양은 왜 궁합이 맞는 걸까. 김 목사는 “동양에는 ‘신(神)’이라는 개념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신 요한복음에는 물음과 답이 있다고 했다. 다시 말해 ‘요한복음’을 통해 그 물음을 던지고, ‘요한복음’을 통해 그 답을 찾자는 얘기다. 그 물음이 뭘까. 다름 아닌 “나는 누구인가?”다. 그건 선(禪)불교의 “이뭣고”라는 화두와 통하고,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외침과도 통한다. 결국 “나를 찾자”는 메시지다. 공자는 그 물음과 답의 중요성을 한 마디로 표현했다.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 무슨 뜻일까.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우리가 각자의 삶에서 끼워야 할 가장 절박한 단추라는 얘기다.

 그 절박함의 이유를 김 목사는 “죽음 때문”이라고 했다. ‘죽으면 끝이다’라는 생각이 사람에게 절망을 안겨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해결책은 뭘까. 김 목사는 ‘요한복음 강해’를 통해 그 답을 찾아간다. 그는 요한복음의 1장1절(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이 말씀이 하나님과 함께 계셨으니/이 말씀은 곧 하나님이시니라)을 계란에 비유했다. ‘태초에 계란이 하나 있었다. 계란을 어미닭이 품고 있었다. 계란이 곧 병아리가 되었다.’ 김 목사는 “예수라는 계란이 그리스도라는 병아리가 되었다. 나는 이것이 기독교의 가장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동양에서는 이걸 ‘깨달음’이라 부르고, 기독교에서는 이걸 ‘거듭남’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김 목사는 “예수의 부활이 아니라 나의 부활이 돼야 한다. 그럴 때 우리는 성숙해진다”고 했다. 그럼 ‘나의 부활’을 위한 구체적인 통로는 뭘까. 김 목사는 그 길도 제시한다. “나는 유영모 선생을 통해 진리를 깨닫게 됐다. 또 하나는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 경전 속의 핵심 구절을 자꾸 들여다보면서 깊이 생각했다. 밤 늦게까지 생각하다가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아침에 깨면 그 문제가 풀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 이것이 바로 성령께서 역사하시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많은 기독교인에게 ‘성령’은 막연한 대상일 수 있다. 그런데 김 목사는 “성령이란 ‘말을 생각하는 것이다’라고 바꿔도 좋다. 진리의 글을 읽고 생각을 깊이 함으로써 거듭날 수 있다. 자꾸 생각을 해나가다 보면 무엇인가, 성령이라고 할까, 하여튼 보이지 않는 힘이 나를 도와주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며 ‘콕’ 집어서 계란이 병아리가 되는 통로를 제시했다.  

결국 성경 구절은 밖에서 계란을 쪼는 어미닭의 부리라는 얘기다. 하늘의 말씀을 따라서 ‘톡, 톡, 톡’ 하고 우리의 껍질을 밖에서 두드리는 강렬하고 근원적인 자극이다. 그 소리를 듣고서 계란 속의 병아리는 생각에 잠긴다. 그런 뒤 소리에 담긴 뜻을 알아채고 같은 지점을 찾아서 쪼는 것이다. 밖에서 어미닭이 쪼는 소리를 듣고, 안에서도 병아리가 그 지점을 쫄 때 계란이 부화한다. 성경 구절을 안고서 밤새도록 생각에 잠겼던 김 목사도 마찬가지다. 그런 식으로 계란 속의 병아리가 되어 껍질을 쪼았던 것이다.  김 목사는 ‘빛, 힘, 숨’ 세 글자로 요한복음에 담긴 핵심을 요약했다. 빛은 십자가, 힘은 부활, 숨은 승천이라고 했다. 그게 요한복음에 담긴 물음이며, 그 답을 찾아서 우리도 껍질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서 구입문의 070-8265-9873(www.hyunjae.org).

◆김흥호 목사=1919년생. [前]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 기독교과 교수.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당신이 오늘 만나는 사람 속에 부활한 예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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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연 목사는 “예수님은 빵과 포도주를 건네며 ‘나의 살과 나의 피’라고 했다. 무슨 뜻이겠나. 우리에게 신비를 주신 거다. 이 우주를 다 채우는 신비를 줄 테니 먹으라고 하신 거다”라고 말했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지난달 26일 서울 북악산의 한적한 골짜기로 들어섰다. 흙담집이 하나 나왔다. 거기서 이주연(58·산마루교회 담임) 목사를 만났다. 그는 2001년부터 시작한 ‘산마루 서신’(www.sanletter.net)을 요즘도 26만 명에게 e메일로 날마다 보낸다. 기독교방송을 통해 ‘산마루 묵상’이란 3분 메시지를 1800회 넘게 띄우기도 했다. 요즘은 노숙자 120명과 함께 농사도 짓고, 노숙자 대학도 꾸린다. 그 와중에도 신자들과 북악산 흙담집에서 산상수훈을 묵상하는 영성클래스를 연다.

부활절(4월 5일)을 앞두고 그에게 영성의 눈으로 본 ‘부활’을 물었다.  

- 예수의 부활, 한마디로 뭔가.  
“신비다. 그리스도교에는 3대 신비가 있다. 창조와 성육신(成肉身), 그리고 부활이다. 이 셋은 신비의 마지막 지점에 있다. 나는 거기에 도달하는 게 우주의 끝에 도달하는 거라 본다.”  

- 그걸 과학의 눈으로 보면.
“신비가 없다면 과학의 내일도 없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에는 어땠나. 시간이 상대적이라든가, 공간이 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성이론이 나오면서 신비의 영역이 우리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그래서 과학이 됐다. 그건 아인슈타인에게 영적 감수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 부활의 신비, 사람들 눈엔 왜 안 보이나.  
“신대륙 개척 시절, 탐험가들은 지도의 끝을 넘어갔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상식과 세계관의 끝을 넘어갔다. 거기에 신대륙이 있었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내가 가진 지도를 넘어갈 때 비로소 우리는 신비를 만나게 된다.”  

이 목사는 신비를 모르는 삶을 탄광의 갱도(坑道)에 비유했다. “주위를 보라. 다들 힘들어 한다. 지도 안에서만 사는 삶. 그건 무너진 갱도 안의 삶과 같다. 오늘날 우리는 ‘물질주의’라는 갱도에 갇혀서 살아가고 있다. 다들 각자의 황금을 찾느라 거기가 갱도인 줄도 모르고 산다. 결국 숨이 막히지 않겠나.” 그는 나지막하게 러시아 문학가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읊었다. “우리의 삶과 우주에 신비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런 이들에게 마음을 다해 진정으로 사랑을 해보라고 말한다. 그러면 신비가 열릴 거라고. 그때 알게 된다. 세상은 온통 신비로 가득하다는 걸 말이다.”  

이 목사는 부활을 굳이 멀리서 찾지 말라고 했다. “나의 일상, 나의 하루에서 창조와 성육신, 그리고 부활을 찾아야 한다. 그게 지금껏 그토록 갈급하며 찾다가 제가 도달한 결론이다.”  

- 목사님의 하루에서 ‘창조’는 어디 있나.  
“천지창조의 첫날. 우리가 그걸 두 눈으로 직접 본다면 어떨 것 같나. 어마어마한 신비에 젖을 거다. 차분히 살펴봐라. 태양도 계속 움직이고, 지구도 계속 움직이고, 우리의 세포도 계속 움직인다. 똑같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하나님의 천지창조는 지금도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나는 모든 하루의 시작이 천지창조의 첫 아침이라 본다. 오늘 이부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열 때 들어서는 햇볕, 나는 거기서 창조의 신비를 만난다.”  

- 그럼 부활한 예수는 어떻게 만나나.  
“예수께선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나에게 한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부활한 예수를 만나는 길을 구체적으로 일러주신 거다. 오늘 하루 우리에게 주어진 만남. 그 속에서 부활한 예수를 만나는 게 우리의 몫이다.”  

- 창조·부활의 신비를 알면 갱도 서 나오게 되나.  
“물론이다. 갱도 안에는 신비가 없다. 신비는 늘 갱도 밖에 있으니까.”

글=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이주연 목사=1957년생. 감리교 신학대 졸업. ‘기독교사상’ 주간과 명지대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현재 서울 마포구 신공덕동 산마루교회 담임목사. 저서로 『둥둥 영혼을 깨우는 소리』 『주님처럼』 『산마루 묵상1·2』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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