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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채소 먹기 쉽게 다지고 으깨는 ‘석기도구’ 덕택

하버드대 연구팀은 인류가 요리나 석기도구를 이용해 영양을 섭취하면서 하관은 작아지고 뇌는 커지게 됐다는 연구결과를 최근 ‘네이처’에 기고했다.


하버드대 뼈대생물학연구소가 ‘일일 식당’으로 변신했다. 미국 생활정보 평가서비스 옐프(Yelp)에 등록했다면 네티즌들의 악평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실험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캐서린 징크 박사가 주방장이자 식당 직원이 됐다. 손님이자 실험 대상자의 턱 주변에 전극을 연결하고 음식을 씹을 때 사용되는 근육의 움직임을 측정했다. 일부에게는 당근과 얌(고구마와 맛이 비슷한 뿌리채소), 비트(빨간무)로 만든 채식주의자용 코스 요리를 주었다. 첫 번째는 완전히 익힌, 두 번째는 익히지는 않았지만 다져진 상태, 마지막으로는 전혀 손질하지 않은 상태로 제공했다. 다른 집단의 실험 대상자에게는 염소고기 코스 요리를 대접했다. 채소와 마찬가지 방법으로 익힌 고기, 익히지는 않았지만 손질된 고기, 생고기 덩어리를 각각 내놓았다. 하버드대 연구진 실험 결과 ‘네이처’ 기고익지 않은 채소나 고기는 참가자가 삼킬 수 있을 때까지 씹은 뒤 뱉어내는 방식으로 실험이 진행됐다. 징크 박사는 이들이 뱉은 음식물을 일일이 모아 크기를 쟀다. 그는 “이 실험이 내가 박사학위를 위해 해야 하는 전부였다면 나는 대학원을 그만뒀을 것”이라며 “아주 사랑스러운(?) 실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의 기원이라는 심오한 주제를 연구하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의 머릿속에 있던 질문은 하나였다. ‘우리는 어떻게 해서 작은 크기의 뇌와 큰 하관을 가진 유인원에서 지금처럼 큰 뇌와 작은 하관을 갖게 됐는가’다. 화석을 연구하는 과학자도 약 200만 년 전 일어난 이런 변화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다. 그 전에는 몸은 침팬지 크기에 큰 치아와 현재 인간의 뇌 크기의 3분의 1도 안 되는 뇌를 가진 ‘호미닌(hominin)’이 있었다. 이후 직립원인(直立猿人)이라고도 불리는 ‘호모에렉투스’로 진화하며 현재 인간의 키와 비슷해졌다. 호모에렉투스의 뇌 크기는 호미닌의 두 배 정도나 된다.


 1990년대 후반 하버드대 인류학자인 리처드 랭햄 박사는 인류 진화의 이유는 요리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미닌이 불을 사용한 뒤부터 각종 육류와 땅에서 캐낸 채소를 익혀 먹게 됐다고 설명했다. 익힌 요리는 씹기도 편하고 소화도 빨리 됐다. 호미닌에겐 더 이상 딱딱한 채소를 씹어 먹기 위한 큰 치아가 필요 없게 됐다. 영양 섭취가 좋아지며 신경 세포에 더욱 많은 에너지를 전달하게 돼 뇌 역시 커졌다.


 인류가 불을 사용한 것은 40만 년 전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랭햄 박사는 호미닌이 그 전부터 이미 불을 사용해 왔다고 말했다. 그들이 직접 불을 지필 수 있는 기술을 갖기 전에 이미 자연적으로 발생한 불을 이용해 음식을 요리했다는 설명이다.


불로 익혀 먹는 건 뇌 성장과 별 상관 없어 호미닌은 불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도 음식을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350만 년 전 호미닌이 이미 석기 도구를 사용했던 사실을 밝혀냈다. 동물 뼈가 잘려 있는 모양을 확인해 보니 호미닌이 석기 도구를 사용해 고기를 손질했다는 것이다. 호미닌은 ‘돌망치’라고 불리는 도구도 만들어 사용했으며 이를 견과류나 다른 음식을 으깨는 데 썼다.


 징크 박사와 그의 지도교수 대니얼 리버맨은 호미닌이 요리라는 개념이 개발되기 훨씬 전부터 석기 도구를 사용해 고기와 채소를 손질했는지에 의문을 품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이들은 이처럼 입맛 떨어지게 하는 ‘일일 식당’을 열었다.


 실험 결과는 어떻게 나왔을까. 우선 사람들은 전혀 손질하지 않은 생고기를 씹는 데 어려워했다. 징크 박사는 이에 대해 “껌을 씹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손질된 생고기는 보다 씹는 게 편했다. 손님들은 이 고기를 삼킬 수 있을 정도까지 씹은 뒤 식중독을 피하기 위해 삼키기 전 모든 생고기는 뱉어냈다. 익힌 고기는 조금 더 씹어야 하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입안에서 소화하기 좋을 정도까지 만들 수 있었다. 채소는 잘라서 내놓은 것과 손질하지 않은 것 사이에는 별반 차이가 없었으나 다지거나 으깨진 경우 씹는 게 훨씬 쉬워졌다. 익힌 경우 더욱 쉽게 삼킬 수 있었다.


 징크 박사와 리버맨 박사는 이 실험을 바탕으로 요리하는 방법이 발견되기 훨씬 전부터 석기 도구를 사용해 영양소 섭취가 늘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리버맨 박사는 “이 실험이 우리 연구에 이렇게 큰 영향을 줬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했다. 그들은 이번 실험 결과를 최근 ‘네이처’에 기고했다.


?육류와 채소를 섭취하는 데 석기 도구를 사용한 것이 호미닌의 진화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 크고 강한 치아가 그들의 생존에 덜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리버맨 박사는 “이러한 연구가 요리법을 배우기 훨씬 전부터 인류의 얼굴 크기가 작아진 것을 설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양 섭취가 좋아지면서 호미닌의 뇌 크기 역시 커졌다는 것. 요리법 개발도 인류 진화에 중요한 역할리버맨과 징크 박사는 요리 역시 인류 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요리를 통해 인류는 식품 병원균과 각종 독소를 제거하고 더욱 오랜 시간 음식을 보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하버드대 연구팀은 불을 사용하는 요리 방법보다 석기 도구의 사용이 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노스웨스턴대 인류학자 윌리엄 레오나드는 이와 관련해 “매우 기발한 연구”라면서 “불의 사용이 호미닌의 진화에 그렇게 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탄탄한 연구 결과”라고 말했다.


 랭햄 교수는 이 연구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호미닌이나 원시인이 채소를 다져서 먹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랭햄 박사는 그들이 딱딱한 야채를 다지고 으깨서 먹었다고 해도 지금 인류의 수준에 이르는 영양소 섭취가 가능했을지는 불확실하다고 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혀 익히지 않은 날음식만을 먹은 사람이 임신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이런 농산물만을 먹은 여성은 일반적으론 아이를 갖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조지아 주립대 인류학자 케네스 새이어스는 석기 도구의 사용이 인류 진화에 영향을 줬다는 것에 동의했다. 하지만 그는 호미닌에게는 씹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 음식은 언제든 저절로 접시에 담겨 나오는 게 아니었다”고 했다. 즉 호미닌은 무엇이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징크 박사는 새이어스의 지적에 동의하면서도 “이번 실험이 인류 진화라는 학문을 연구하는 데 있어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간 것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번역=김영남 코리아중앙데일리 기자?kim.young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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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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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