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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사라진 용무늬 되살린 주전자, 한국 최초로 3D프린터 썼죠

오랜 세월 땅속에 묻혀 있었거나 물에 잠겨있던 유물이 본래의 모습을 유지한 채로 발견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유물이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깨지거나 거의 가루처럼 부식되기도 하고 사람의 손에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오늘날 사람들에게 옛 유물의 원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보존과학의 힘이 필요해요. 보존과학은 오래된 유물의 모양과 색을 되찾아주죠. 보존 처리 전후를 비교해보면 자세히 알 수 있어요.

보존과학은 맨눈으로는 알 수 없는 유물의 성분이나 제작기법과 같은 숨겨진 비밀까지도 찾아내요. 보존과학을 통해 생명력을 얻고 우리 역사와 문화를 생생하게 전해주는 소중한 유물들을 소개합니다.

글=권소진 인턴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자료=국립중앙박물관


금강경판(국보 제1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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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 처리 후(위), X선 형광분석 조사(아래)



시대: 삼국(백제, 7세기). 1970년, 전북 익산시 왕궁리 오층석탑 출토
크기: (1매)세로 14.8㎝ 가로 17.8㎝
재질: 금속(은)
작업 시기: 2006년 분석

1965년 왕궁리 유적에 남아있는 오층석탑을 해체·보수하던 중에 내부에서 사리장엄구가 발견됐어요. 그중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유물은 가로 17.8㎝, 세로 14.8㎝ 크기에 두께는 0.15㎜ 정도로 매우 얇은 판 19장이 첩으로 이루어진 금강경판이었어요. 처음엔 순금으로 만든 판에 불경을 새긴 것이라 생각했죠. 하지만 2006년 과학적 분석 후, 금강경판은 은판 위에 금을 도금한 것으로 밝혀졌어요. ‘금제금강경판’이 아니라 ‘은제금도금금강경판’이었던 거죠. 순금으로 제작하지 않고 은판에 금도금을 해서 금처럼 보이도록 제작한 이유는 금보다 가벼운 은을 사용해 전체 무게를 줄이고 글자를 보다 쉽게 새기고 용이하게 보관하기 위해서였으리라 추정돼요.

고리자루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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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집 끝부분에 `아사지왕`이란 글자가 새겨져 있다. 보존 처리 후(위), 보존 처리 전(아래)


시대: 삼국(신라, 5~6세기) 1921년, 경북 경주시 금관총 출토
크기: 길이 86㎝
재질: 금속(동·금·은)
작업 시기: 2011~2013 보존 처리

경주 금관총의 고리자루칼은 출토 당시 크게 네 부분으로 심하게 파손되고 금속부분에는 녹이 슬어 부식이 진행되고 있었죠. 안전한 보존을 위해 과학적 분석과 보존 처리가 이뤄졌어요. 이물질과 부식물을 안전하게 제거하고 유물을 강화해 안전한 상태로 보강했어요. 그런데 이 과정에서 녹에 덮혀 보이지 않았던 글자가 선명하게 드러났어요. 칼집 장식에서 모두 6글자가 확인됐죠. 그중 ‘이사지왕(?斯智王)’이라고 하는 글자는 고대 신라의 왕과 관련한 최초의 증거가 될 수 있어 무척 화제가 됐어요. 아직까지 이사지왕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더 많은 유물과 증거가 나오면 앞으로 금관총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도 있을지 몰라요.

최치원 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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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칠된 부분의 뒤에 숨겨져 있던 동자승 그림. 보존 처리 후(왼쪽), x선 투과 조사(오른쪽)


시대: 조선(1793년) 운암영당(경남 하동군 양보면 운암리 912-1) 기탁품
크기: 세로 123㎝, 가로 83.2㎝
재질: 비단
작업 시기: 2009년 분석

최치원은 통일신라 6두품 출신의 대표적인 지식인이에요. 12세의 어린 나이에 당나라 유학을 가서 18세에 과거에 합격해 활약했죠. 이 진영은 적외선 촬영 결과 1793년(건륭 58) 하동 쌍계사에서 제작됐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X선 투과 조사 결과를 보니 좌측과 우측의 덧칠된 부분 아래쪽에는 동자승이 그려져 있었고요. 왜 그림에 덧칠을 했을까요? 조선시대는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쳤기 때문에 많은 사찰이 폐쇄됐어요. 당시 유학자들이 좌측과 우측의 동자승 위에 책이나 붓 등의 그림을 덧칠해 신선의 모습을 한 최치원을 유학자의 모습으로 보이게 하려고 했던 것으로 추정돼요. 보존과학으로 밝혀진 흥미로운 사실이죠.

용 구름무늬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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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중국(송), 1915년, 경기도 개성 부근 출토
크기: 높이 15.9㎝
재질: 도자기(백자)
분석·보존 처리 시기: 2015년 보존 처리

용 구름무늬 주자는 연꽃잎·구름·용무늬가 몸체를 휘감고 손잡이엔 구름무늬가 새겨진 아름다운 주전자예요. 하지만 용 구름무늬가 절반 정도 없어진 상태였죠. 대체 없는 부분을 어떻게 알고 복원했을까요? 무늬가 연속되는 형상이었기 때문에 남아있는 부분과 없어진 부분을 연결하는 흔적을 추정한 겁니다. 한국 최초로 3D프린터 기술을 활용했죠.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면 정확하게 형태를 파악할 수 있고 유물과 접촉하지 않고 형태를 만들 수 있어 안전하게 취급하며 복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물론 섬세한 작업에는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하지만 3D 프린터 기술이 발달할수록 용 구름무늬 주자 같이 아름답게 복원된 유물들이 더 많아지겠죠.


말 탄 사람 토기(국보 제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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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삼국(신라, 6세기), 1924년, 경북 경주시 노동동 금령총(서고분) 출토
크기: 높이 23.4㎝
재질: 토기(경질)
작업 시기: 1977~1978년 보존 처리

말 탄 사람 토기는 신라 왕실에서 주전자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유물이에요. 말의 엉덩이 위에 놓인 등잔에 물을 부으면 말의 앞가슴에 돌출된 대롱으로 따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죠. 물을 따르는 모양새도 재미있지만 말 탄 사람 토기는 옷과 무기, 말의 장식까지 잘 갖춰져 있어 당시 신라인의 생활상을 보여줍니다. 발굴 당시 임시로 접합해 수십 년간 유지했는데, 유물에 접착제가 흘러나와 있거나 지지하기 위해 내부 구멍에 나무젓가락을 끼워넣는 등 복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상태가 불안정했죠. 결국 1977년에 다시 보존 처리가 진행됐어요. 완전히 해체해 이물질을 세척한 뒤, 38개의 파편을 접합하고 없는 부분까지 충실히 복원해냈죠.


 
박물관에 숨겨진 비밀: 문화재 보존환경

박물관은 유물을 전시하고 소개하는 장소인 동시에 유물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해요. 유물을 보호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들이 매우 많죠. 우리가 전시품에 집중하느라 놓친 박물관의 문화재 보존 환경을 살펴봤습니다.

① 온도=내부 온도를 20℃ 안팎으로 일정하게 조절하는 박물관 안에서는 더운 여름이나 추운 겨울을 느낄 수가 없어요. 대부분의 유물이 온도 변화에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에요. 박물관은 유물의 재질에 맞춰 진열장과 보관하는 곳의 온도도 적절하게 관리해요. 오래된 유물이 적정 온도보다 높은 환경에 노출되면 손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고, 내부 수분 함량이 변화해서 변형될 수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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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습도 측정기로 유물 주변 상태를 점검한다.


② 습도=유물 종류에 따라 최적 습도를 찾아 유지합니다. 높은 습도는 무기질 문화재 중 특히 금속 유물을 부식시키고 유기질 문화재에는 주름·늘어짐과 곰팡이 같은 미생물에 의한 피해를 줄 수 있죠. 반대로 낮은 습도는 무기질 문화재에 입히는 손상은 적지만, 목재·종이 재질의 경우 뒤틀림·갈라짐 또는 그림 안료가 떨어지는 등의 손상을 주기도 해요. 습도가 높을 땐 제습제 등을 쓰기도 합니다.

③ 조명=빛은 유물에 피해를 주는 주요 원인이에요. 전시실 조명은 유물 감상을 돕지만 손상을 주기도 해요. 조명에서 나오는 적외선·자외선과 가시광선 일부는 거의 모든 유물에 피해를 줄 수 있죠. 빛에 계속 노출되면 종이의 경우 색이 노랗게 변하고, 직물 역시 색이 변하고 강도가 약해져요. 빛의 세기는 유물의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정도여야 하죠. 박물관 전시실 대부분이 어두운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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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전시실의 공기질을 확인하고 있는 모습.


④ 공기=공기 관리도 중요해요. 오염물질이 포함된 공기속에선 유물이 금세 약해지고 손상되거든요. 대표적인 유해가스 이산화황·이산화질소는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하면 금속을 부식시키고 종이·섬유의 염료를 변색시켜요. 국립중앙박물관은 특수 필터를 설치해 정화된 공기만 내부에 들입니다. 관람객이 내뱉는 이산화탄소도 문화재의 산화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공기를 계속해서 환기·정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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