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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응급처치·건강진단·복원수술…문화재의 생명 연장 꿈꾼다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을 둘러보다 문득 궁금해집니다. “몇백 년, 몇천 년 전에 만든 유물이 아직도 멀쩡한 이유는 뭘까?” 바로 보존과학 덕분이죠. 과학적 방법을 통해 문화재의 가치를 밝혀내고, 오래 보존하도록 하는 일입니다.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전시 덕에 더 관심을 받고 있죠. ‘보존과학, 우리 문화재를 지키다’전(~5월 8일)이 열리고 있거든요. 국내 보존과학의 시작이라 불리는 1976년부터 최근까지 보존 처리한 대표 문화재 57점의 전시예요. 소중은 학생기자 3명과 함께 국립중앙박물관 보존과학부를 찾았습니다. 먼저 문화재 분석을 담당하는 유혜선 학예연구관께 ‘보존과학’이 무엇인지 묻고, 분야별로 복원 작업 중인 권윤미(금속)·이해순(토기·도자)·장연희(서화) 학예연구사도 만나봤죠. 역사와 과학이 조화를 이루는 보존과학의 세계로 떠나보겠습니다.

글=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동행취재=서선경(경기도 성남 판교중 2)·이다원(경기도 수원 잠원초 6)·이주현(인천 은지초 5) 학생기자,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자료=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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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주 황남동에서 출토한 황칠 토기. 기록으로만 전해지던 황칠이 문화재 분석을 통해 첫유물로 확인된 사례다. 2 경주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된 7점의 유리 용기 중 하나인 ‘봉황 모양 유리병’. 출토 당시 임시 접합했다가 1980년대 다시 해체하고 복원, 2014년 재복원했다.


도자·목재·종이·금속 등 문화재는 재료에 따라 보존 처리 방법도 달라집니다. 재료가 뭔지 모르는 문화재도 종종 있습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발견돼 재료의 특성이 달라지거나(열화) 녹이 슬고 색이 변해서죠. 이때 과학적인 방법으로 재료를 분석하는 것을 ‘문화재 분석’이라 합니다. 학생기자들이 보존과학부에서 처음 만난 과학자는 25년간 보존과학부에 몸담은 유혜선 학예연구관입니다. 그에게 ‘보존과학’이 무엇인지, 기억에 남는 문화재 분석은 무엇인지 물어봤습니다.


문화재 분석 전문가 유혜선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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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혜선 학예연구관은 경희대 화학과 이학박사 학위를 받고 1991년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 근무했다. 현재 보존과학부에서 문화재 분석을 맡고 있다.

―(주현) 보존과학이란 무엇인가요.

“한마디로 문화재와 과학의 만남이죠. 오래 땅속에 있던 유물이 공기와 닿으면 색깔도 변하고 점점 약해져요. 보존과학은 약해진 유물을 잘 치료해 후세에 전달하는 일이에요. 아픈 사람을 치료하듯, 유물 역시 크기와 무게를 재고 엑스레이와 CT(X선컴퓨터촬영장치) 촬영을 해 어디가 아픈지 자세히 알아내요. 의학이 발달해 인간 수명이 연장되듯, 문화재 역시 어느 과학자를 만나 어떻게 치료받느냐에 따라 수명이 달라져요. 그래서 보존과학자들을 문화재 의사라고도 하죠.”

―(다원) 문화재를 보존 처리할 때 기준이 있나요.

“깨진 도자기 유물로 예를 들죠. 파편을 모아 보니 없어진 편도 있어요. 없는 것은 없는 대로 두며 복원하면 현상복원, 없어진 부분까지 만들면 원상복원이죠. 전시할 때는 원상복원을 해요. 사람들이 유물을 봤을 때 그게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어야 하니까요. 다만 어느 부분을 복원했는지 티가 나야 해요. 너무 감쪽같으면 보는 사람이 복원인가 아닌가 헷갈리겠죠. 따라서 30㎝ 거리에서 보면 복원한 티가 나고, 1.5m 거리에서는 티가 나지 않아야 한다는 지침이 있어요. 보존과학의 윤리 지침도 있죠. ‘최선을 다하나 최상은 아닐 수 있다’. 미래에 더 좋은 기술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 원상태로 되돌릴 수 있도록 보존 처리를 해요. 전시 중인 국보 제193호 봉수형유리병(봉황 모양 유리병)의 경우 두 차례 복원했어요. 복원하고 30년이 지나자 재료가 누렇게 변했거든요. 접착제를 녹이고 유리 파편을 다시 모아 2014년에 2차 복원했죠.”

―(선경) 보존과학을 통해 현대인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인가요.

“보존과학은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문화재의 정보를 찾아내요. 금처럼 보이는 유물에 금과 은이 섞였는지, 은에 금도금을 했는지 분석하는 거죠. 성분·재료 등 기초 분석을 해야 각 재질에 맞는 보존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이에요. 기술 발달에 따라 엑스레이·CT 촬영 등을 통해 유물을 해체하지 않고도 필요한 정보를 알 수 있죠.”

―(다원) 기억에 남는 문화재 분석 작업이 있다면요.

“2007년 경주 황남동에서 나온 토기 안에 뭔가 담긴 것 같은 누런 흔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감이 말라붙었나 싶어 감의 주성분을 찾고 곶감을 분석해봤는데 아니었어요. 고민 끝에 문득 칠이 떠올랐어요. 우리 전통 칠은 검은색의 옻칠이 대부분인데, 옛 문헌을 찾아보니 황칠이란 게 있더군요. 황칠나무에서 추출한 황금색 칠인데 워낙 귀해 주로 왕실에서 쓰거나 중국 황실에 수출했다고 해요. 해남에서 황칠 샘플을 구해 분석했더니 딱 맞더군요. 그동안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유물로 나온 적이 없었는데, 분석을 통해 첫 황칠 토기가 나온 거죠. 『삼국사기』에는 626년 백제 무왕이 당에 사신을 보내 황칠을 한 갑옷을 주며 고구려를 견제해달라고 요구한 기록이 나와요. 황칠 갑옷은 햇빛에 반사되면 적의 눈을 부시게 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합니다. 문화재 분석은 문화재의 숨은 정보를 밝혀내는 일이라 역사적 사실을 새롭게 규명하기도 해요. 우리 기술이 일본에 영향을 준 사실을 확인하거나 진품을 가려내기도 하죠.”

―(선경) 보존 처리를 거친 문화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면 영구 보존할 수 있나요.

“그게 우리의 목표예요. 좋은 재료와 기술을 써야겠죠. 환경 관리도 중요해요. 날이 추울 때 사람이 보온에 신경 쓰듯이, 문화재 역시 최상의 환경 관리가 필요해요.”

―(주현) 보존과학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재에 대한 관심이 아닐까요. 문화재가 좋아서 보존과학자를 꿈꾸고, 자연스레 화학 공부를 하고 역사도 배우는 식이죠. 보존과학자는 최고의 예술품 또는 국보를 연구하는 일이라, 이처럼 좋은 직업도 없다고 생각해요. 몰랐던 사실을 알아내거나 내 손으로 예술품을 살려냈을 때 희열도 크죠.”


분석이 끝난 문화재는 재질별로 구분해 보존 처리가 이뤄집니다. 금속, 토기·도자, 서화·지류 문화재를 보존 처리하는 학예연구사의 작업실을 소중 학생기자들이 직접 찾아, 각 분야의 특징에 대해 간단히 물어봤습니다.


금속문화재 담당 권윤미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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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 금관을 보존 처리 중인 권윤미 학예연구사에게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있는 학생기자들.


―현재 보존 처리 중인 문화재는요.


“경주 서봉총에서 출토된 신라시대 금관. 일제강점기 때 조선총독부에 의해 발굴됐죠. 유물 파손부에 잘못 수리된 부분이 있어 오래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도록 보강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문화재를 취급할 때 조심할 점은.

“금속문화재는 짧게는 100~200년,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된 것들이 많아요. 금은 부식이 덜하지만 철기 같은 경우 겉은 멀쩡해 보여도 속은 거의 가루 상태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죠. 유해 성분은 최대한 제거하되 원래 형태를 유지하도록 신경 써야죠.”

―보존 처리 작업을 하며 어려운 점은 없나요.

“부식이 심하면 간혹 살릴 수 없는 경우도 있어요. 과거 고도의 기술로 제작한 유물임에도 일반인에게 공개하기 어려울 때 안타깝죠. 금속문화재는 땅에서 출토하는 순간 바깥환경을 갑자기 접하며 급격히 손상되는 경우가 많아, 발굴현장에 보존과학 인력들이 응급처치를 위해 투입하기도 해요.”

토기·도자기문화재 담당 이해순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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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에서 발굴한 토기에 붙은 조개껍데기를 떼어내는 이해순 학예연구사.

―현재 보존 처리 중인 문화재는요.

“신안 앞바다 해저에서 1977~84년에 발굴한 토기요. 수중 발굴유물은 오랫동안 바닷물 속에 있었기 때문에 탈염 처리를 통해 도자기가 머금은 소금(염) 성분을 빼내는 일이 가장 중요해요. 도자기 내부의 염 성분이 계속 결정화돼 파괴될 수도 있거든요. 그 외에 토양 오염물, 들러붙은 조개껍데기도 전부 제거하죠.”

―문화재를 취급할 때 조심할 점은.

“문화재가 가진 흔적을 지우거나 형태 왜곡이 있어서는 안 돼요. 처리 중 일어날 수 있는 물리·화학적인 위험요소도 줄여야 하죠. 처리방법이나 사용한 약품 등을 자세히 기록해 재복원에 대비해요.”

―보존 처리 작업에서 어려운 점은요.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한 유물 약 37만 점 중 절반 이상이 토기·도자기예요. 고대부터 지금까지 우리에게 얼마나 친숙한 공예품인지 짐작할 수 있죠. 반면 2명의 보존과학자가 1인당 연간 80점 상당의 유물을 복원하고 있어요. 긍정적인 부분은 3차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복원기법을 선보이는 등 보존과학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개척한다는 점이에요.”

서화·지류문화재 담당 장연희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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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성도 병풍 그림의 색을 맞추고 있는 장연희 학예연구사.

―현재 보존 처리 중인 문화재는.

“조선 후기에 제작된 12폭짜리 수원성도 병풍. 병풍에서 그림을 해체해 결손 부분을 튼튼히 하고 건조하는 작업이에요. 현재는 결손부의 색을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문화재를 취급할 때 조심해야 하는 점은요.

“서화의 주요 재질인 직물이나 종이는 햇볕이나 공기, 물 등 주위 환경에 열화(손상)돼 작은 힘만으로도 부스러지는 경우가 많아요. 또 서화는 족자·병풍·액자 등 형태에 따라 취급 방법과 보존 처리 과정이 다 다릅니다. 숙련된 과학자가 세심하게 다루어야 하는 점은 같지만요. 문화재에 손상을 입힐 수 있는 반지·시계 등 액세서리는 착용하지 않고 손은 깨끗이 씻은 후 보존 처리에 들어갑니다. 되도록이면 화장도 잘 하지 않죠.”

―보존 처리 작업을 하며 기억에 남는 점은.

“고구려고분벽화 모사도. 힘들게 작업한 유물이라 기억에 남아요. 두꺼운 종이에 그려진 그림으로 제작 당시 합판에 그대로 붙어 있어 자칫 그림이 터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어요. 다행히 합판으로부터 천천히 분리해 새롭게 액자로 꾸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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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