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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취재―한일 양국 ‘동병상련’ 연구] 일본은 ‘우레단’이, 한국은 ‘꽃중년’이 설친다


일본의 ‘우레단’

세상의 풍파 견딘 성숙한 중년남성 뜻하는 신조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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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후하고 세련된 중년 남성들이 뜨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레단’이라 부르고, 한국에선 ‘꽃중년’이라 부른다. 남다른 패션으로 연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일본 패션매거진 의 편집장 타카히로 키노시타. [사진 tumblr.com]

2월 13일 저녁, 도쿄 이케부쿠로에 위치한 백화점 지하의 초콜릿 매장에는 얼핏 보기에도 30여 명이 넘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20~30대의 젊은 여성 가운데 드문드문 섞여 있는 남성들의 모습도 눈에 띈다. 최근 들어 일본에서는 밸런타인데이에 여성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는 남성이 늘어나고 있다. 대부분은 평소 마음이 있었던 여성에게 건네기 위해 초콜릿을 구입하는 젊은 남성들이지만,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한 중년남성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총 2만 엔을 써서 20개의 초콜릿을 구입한 와타나베(43·회사원) 씨의 설명이다.

“우리 과는 물론 사내에서 알고 지내는 여성사원들에게 주려고 샀습니다. 평소에 부하직원에게 잔소리나 주의를 자주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렇게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건네주는 일이 직장 내에서 호감도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한 달에 4만엔 남짓 하는 용돈에서 절반을 초콜릿 값으로 지출해버린 와타나베 씨는 2월 한 달은 아내의 도시락으로 점심을 때우겠다는 각오다. 중견기업에서 과장으로 근무하는 그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다니는 남매를 두고 있다. 집 근처 슈퍼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아내의 수입을 합치면 와타나베 씨 가정의 수입은 50만 엔(약 500만원) 정도로 아이들 학원비와 주택융자금을 갚기 위해서는 최대한 지출을 줄여야 하는 처지지만,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은 와타나베 씨 나름의 직장생활을 위한 처세술이다. 상사와 부하 사이에 끼인 중간관리자로서 부하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심한 잔소리를 하게 되면 ‘파워 하라스먼트’(power harassment: 권력을 이용한 학대)니, ‘모랄 하라스먼트’(moral harassment: 언어나 태도를 통한 정신적인 학대)니 하는 항의를 받기 일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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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꽃중년 열풍이 뜨겁다. 부산의 재단사 여용기 씨는 나이를 거스르는 듯한 패션감각으로 온라인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유명인이다. [사진 인스타그램]

일본의 40~50대의 중년남성은 회사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 자진 퇴사도 감내해야 하는 중간관리자로서 칼바람의 위기에 내몰려 있다. 퇴사를 면한다 해도 50세를 넘어서면서 한직으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2013년 TBS에서 방송된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는 대형은행의 융자담당 과장인 한자와(45)가 사내의 각종 부조리와 부정에 맞서 싸우는 통쾌한 스토리로 최종회 시청률이 42%를 넘긴 화제의 드라마다. 그러나 드라마는 부조리를 처리하고 은행을 위기에서 구한 한자와가 뜻밖에도 자회사로의 출향명령을 받는 결과로 막을 내린다. 출향(出向)이란 본사 직장인이 자회사나 관련 회사로 이동을 명령받는 것으로, 일본의 샐러리맨 사이에서는 50세 전후의 직장인들에게 발급되는 ‘편도티켓’으로 불리며 본사로 되돌아올 수 없는 ‘좌천’을 의미한다.

중년남성은 직장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입지가 점점 좁아진다. 자녀들은 사춘기를 지나면서 아버지와 멀어지고 아내와의 관계도 예전 같지 않다. 은퇴한 부모도 모셔야 하고 아이들 교육비는 날로 버거워져 간다. 우리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일본 국세국 조사에 따르면 2015년 일본의 40대 직장남성의 평균 연 수입은 600만 엔, 50대는 640만 엔으로 20대(270만 엔), 30대(450만 엔)보다 월등히 높다. 반면 중년남성들의 한달 용돈은 40대가 3만6719엔, 50대가 3만7996엔으로 20~30대보다 낮았다. 자녀들의 교육비, 주택융자금, 부모 부양비 등을 감당해야 하는 빠듯한 생활로 인해 자신의 취미 하나 제대로 즐길 경제적 여유가 없다. 점심 한 끼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은 560엔이 채 안되며 한 달에 2.5회 정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갖는 술자리 비용은 회당 5천 엔 정도로 부하들에게 한 턱 낼 수조차 없는 수준이다. <이상은 신세이(新生)은행의 ‘2015 직장인들 용돈조사’ 통계>
 
대중문화 향유한 ‘신인류’, ‘단카이 주니어’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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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우레단을 소재로 한 드라마도 등장했다. 51세 남성이 23세 여성과의 결혼을 허락받는 과정을 그린 <장인어른이라고 부르게 해줘>. [사진 후지 TV]

중년남성은 신체적으로도 위기에 빠진다. 남성도 45세쯤 되면 여성과 마찬가지로 신체적, 정신적 갱년기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40대에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생산량이 20대의 절반으로 감소되어 골격, 근육, 피부 등의 노화가 현저하게 진행되며 체력이 20대의 80%로 떨어지고 탈모 증세를 겪으며 정력도 급격히 감퇴한다. 체내의 지방산 분비가 증가되면서 남성 특유의 체취가 강해져서 대인관계에서도 불편을 겪는다.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해지며 우울, 불안, 불면, 강박관념, 두통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현재 일본의 중년을 구성하고 있는 세대를 마케팅에서는 신인류 세대(1960~1970년 출생자)와 단카이 주니어 세대(1971~1974년 출생자)라고 규정한다. 기존 세대와는 전혀 다른 규범, 가치관, 감성을 가진 새로운 세대라는 의미의 신인류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가정에 TV가 있었으며 애니메이션, 락음악, 테크노팝 등의 대중문화를 향유하며 오타쿠 문화가 꽃을 피운 세대다.

1차 베이비붐세대인 단카이 세대를 부모로 둔 단카이 주니어 세대는 자신의 방에 전용 TV와 전화기를 가지고 있었으며 맞벌이 부모 밑에서 가족단위의 생활보다는 혼자만의 공간과 시간을 보내왔기 때문에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두드러진다고 한다. 그리고 두 세대가 젊은 시절에 공통적으로 경험한 거품경제시대(1986~1991년)는 일본이 가장 윤택하던 시절이었다. 서민들 사이에서도 학창시절부터 유럽 등지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이 일반화되었고 명품브랜드가 널리 유행하며 남성도 패션에 크게 신경을 쓰기 시작한 시대다. ‘키프군(keep君: 남자친구와는 별도로 식사를 사주는 남자, 차로 데려다 주는 남자, 용돈을 주는 남자를 지칭)’이라고 불리는 여성들을 위한 남성의 소비문화가 유행했던 세대이기도 하다.

후쿠오카에서 와인바를 경영하는 하기야마(50·가명) 씨는 이혼을 경험한 독신남으로 현재는 19세 연하인 여자친구 료코 씨와 동거 중이다. 손님과 주인으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하기야마 씨가 료코 씨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카운터에 앉아서 동료들과의 갈등에 대해 고민을 토로하는 료코 씨의 이야기를 말없이 듣고 있던 하기야마 씨는 “힘들 때는 언제든지 전화하라”며 전화번호를 건넸고 이후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했다. “처음 고민을 털어놓았을 때 그는 한 시간이나 아무 말 없이 제 이야기를 들어주었어요. 같은 세대 남성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포용력과 배려심에 매료된 것 같아요. 2년째 같이 살고 있지만 여전히 경청해주고 투정을 다 받아주어서 마음이 든든해요.” 료코 씨는 하기야마 씨와 같은 중년남성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도쿄의 IT기업에 근무하는 메구미(22) 씨는 45세의 직장 상사 고바야시(가명) 씨와 사내연애 중이다. 지난해 가을, 업무상의 실수로 인해 위기에 몰린 메구미 씨를 고바야시 씨가 도와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제가 거래처에 보내는 메일을 서로 바꿔 보내는 바람에 큰 곤경에 처했을 때 저를 대신해 일을 수습해주었어요. 신입사원인 저는 실수를 깨닫고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가 거래처를 직접 방문해서 사과하고 일사천리로 일을 해결해주었어요. 그에게 미안해서 한밤중에 문자로 죄송하다고 했더니 택시를 타고 제가 있는 곳까지 찾아와서 걱정했다며 자상하게 위로해주었어요. 지금도 직장에서 부하들의 실수를 일일이 팔로업해주는 그를 보면 못하는 일이 없는 것 같아서 존경스럽기도 하고 두근거리기도 해요.”
 
40대 남성과 20대 여성 맞선파티도 생겨나

하기야마 씨와 고바야시 씨 같은 중후한 중년남성을 가리키는 ‘우레단(熟男)’이 현재 일본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우레단이란 라는 중년남성을 위한 패션지가 2012년에 만들어 낸 신조어. 잡지에 따르면 우레단은 “단지 나이가 든 남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세상의 풍파에 단련되고 여러 경험을 쌓으면서 인생의 쓰라림을 딛고 활동을 계속하는 성숙한 남성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말”이다. 이 우레단 붐과 함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바이이조오(倍以上男: 나이가 배 이상 차이 나는 남자)’, ‘가레센(枯れ專: 아저씨전문)’ 등의 유행어까지 만들어졌다.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중년남성의 인기가 올라가자 인터넷에서는 우레단 전문 연애사이트가 생겨났으며 결혼정보 회사에서는 정기적으로 40대 남성과 20대 여성을 위한 맞선파티를 열어주고 있다. 40대 전후의 남성을 주인공으로 하는 각종 인터넷 소설과 만화가 잇따르고 있으며, 우레단을 소재로 한 드라마까지 등장했다. 51세 남성이 23세 여성과 교제하면서 동갑내기 장인에게 결혼 허가를 받기 위해서 동분서주하는 내용의 <장인어른이라고 부르게 해줘!>는 올해 1월부터 후지TV를 통해 방송 중인 인기 드라마다.

젊은 여성들이 중년남성에게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생 등이 주로 이용하는 사이트인 <캠퍼스 매거진>은 여대생들이 뽑은 우레단의 매력 5가지를 선정했는데, ①마음껏 어리광을 부려도 다 받아주기 때문에 심리적인 위안을 느낀다 ②자신을 과장하거나 꾸미지 않아도 되고 사소한 잘못쯤은 눈감아 주기 때문에 편안하게 만날 수 있다 ③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서 데이트를 할 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다 ④부모와의 유대관계가 강하지 않기 때문에 마마보이가 거의 없다 ⑤경험이 풍부한 인생 선배이기 때문에 의지가 된다 등등이 젊은 남성에게는 부족한 중년남성만의 매력으로 어필된다고 분석했다.

라이프스타일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트렌드 소겐(トレンド 總硏)이 2014년 12월, 20대 여자 회사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40대 이상 남성의 매력’ 리포트에서 40세 이상의 남성을 보고 끌린 적이 있다고 대답한 여성은 38%였다. 상대는 같은 직장의 상사나 선배라는 대답이 49%로 가장 높았다.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어른다운 여유로움이 있다. 경험이 풍부하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 섹시하다. 스마트하다. 남성답다’ 등이 열거됐다. 한편 40대 이상의 남성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위해 힘써야 할 점은 ‘청결, 품위, 남성다움, 세련미’ 등을 꼽았다.

스타일리스트인 요시가와 고타로 씨는 평범한 중년남성들이 매력적인 우레단으로 거듭날 수 있는 패션 팁으로 나이에 걸맞은 복장을 강조한다. “패션에서도 나이에 맞게 포용력이 있는 성숙한 어른을 연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너무 젊어 보이는 패션이나, 반대로 나이 들어 보이는 패션은 피해야 한다. 베스트 아이템으로는 재킷에 코튼 기지의 캐주얼한 바지를 매치하고 신발은 운동화보다 캐주얼화를 추천한다. 적당히 활동적인 인상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유의해야 할 점은 사이즈다. 40대가 되면서 복부가 나오고 살이 붙기 때문에 넉넉한 사이즈를 선호하는데 이런 복장은 나이를 더 들어 보이게 한다. 그렇다고 젊은 사람들처럼 몸에 너무 꽉 끼는 복장은 중년 체형에 어울리지 않는다. 옷을 살 때는 여러 사이즈를 입어보면서 자기 체형에 피트한 복장을 골라야 한다.”

연애 컨설턴트인 사쿠라이 유이 씨는 중년남성들이 젊은 여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주의해야 할 점은 ‘청결’이라고 강조한다. “청결상태를 유지하는 몸가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수염자국이나 코털 등은 자칫 불결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말끔하게 처리해야 한다. 피부손질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기름져 보일 때는 남성용 데오도란트 시트를 사용하고, 건조해 보일 때는 피부보습을 해주어야 한다. 체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운동을 통해 땀샘기능을 높이고, 입 냄새의 원인이 되는 치주질환이나 내장의 건강 상태를 체크하는 등의 작은 노력을 거듭하는 것이 젊은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과 연결된다.”

심리상담가인 구로이와 히로유키 씨는 우레단 붐에 대해 “여성들이 연상을 선호하는 경향은 예전부터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예전엔 연상의 범위가 많아야 5~10세이던 것이, 현재는 40대가 넘어서도 에너제틱하고 외모적으로도 매력적인 남성이 늘어났기 때문에 연상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오늘날과 같은 백세 시대에는 포용력이 있고 호감이 가는 외모에 심리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남성이라면 연령에 관계없이 인기가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의 ‘꽃중년’

‘개저씨’ 탈피한 중후한 매력으로 거듭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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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표적인 꽃중년을 그린 SBS드라마 <신사의 품격>. [사진 SBS]

성아름(23·가명) 씨는 명문대 영문과 재학생으로 취직을 위해 졸업을 1년 유예한 이른바 취준생(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이다. 그는 한 기업의 인턴사원으로 근무 중, 회사로부터 정직원 제의를 받았지만 시큰둥하다. 근무하는 곳은 복합 쇼핑몰을 운영하는 업체로, 일 자체는 흥미롭지만 직장 내 분위기 때문에 입사가 망설여진다는 것이다. “엄마는 요즘처럼 어려운데 뭘 고르냐고 하지만 팀장님(직속상관) 때문에 망설여져요. 첫날 회식자리에서 인턴들에게 한바탕 설교를 하시더니 지금도 기회만 되면 저희들을 붙들고 충고를 해요. 취업활동이나 직장생활에 대한 말씀인데 들어보면 현실적으로 별로 도움도 안되고 다 자기 자랑이에요. 평소 여사원들에게 좀 엄격하신 편인데, 여사원들 복장을 자주 지적하고 회식자리에서도 꼭 여사원들에게 술을 따라달라고 해요. 커피 심부름 같은 건 막내가 해야 한다며 저에게도 눈치를 주기도 하고… 무척 권위적인 분이라 밑에서 일하기가 망설여져요.”

우리 사회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중년남성들의 권위주의적이고 부주의한 행동에 대한 시선들이 날로 엄격해지는 가운데 최근 이러한 모습을 ‘개저씨(개+아저씨)’라는 충격적인 제목으로 소개한 한 일간지 기사가 화제를 모았다. “커피는 여자가 타야 제 맛이다. 여자 혹은 식당직원이 나보다 어려 보이면 무조건 반말이다. 내 생각이 틀렸는데도 일단 자존심으로 버틴다. 대중교통에서 여성의 특정 부위를 자주 쳐다본다. 술 마시고 공공장소에서 큰소리로 떠든 적이 있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보다 훨씬 어린 여자와 사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 때는 말이야’란 말을 자주 쓴다.”

신문은 개저씨의 특징을 열거하면서 앙케이트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40~60대 초반, 지나치게 권위적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칙을 일삼는 한편,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게 강하지만 강자에겐 약한 남성”을 개저씨로 정의했다.
 
중년 주인공 드라마·예능 인기… ‘골드파파’, ‘그루밍족’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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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한 아저씨 유머로 불리는 ‘아재 개그’는 스타셰프인 오세득 씨가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유행시켰다. [사진 JTBC]

동아방송예술대학의 김헌식 교수는 개저씨 논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개저씨는 자신의 성공경험과 가치관을 일반화하려는 중년 세대와 자아 충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간섭을 기피하는 청년 세대의 문화적 간극에 의해 생겨난 신조어다. 사회적으로 입지를 굳힌 중년남성들이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일방적이고 강요하듯이 밀어붙이는 행동을 젊은 세대는 권위적이고 군림하려는 태도로 받아들이지만, 사회적으로 부하나 후배 등의 입장에 처해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반발을 할 수가 없다. 이에 대한 불만으로 젊은 세대는 인터넷상에서 자신들이 즐겨 사용하는 접두사 ‘개’를 붙여서 마음에 들지 않는 아저씨 캐릭터를 비하하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개저씨라는 말에 민감한 중년 남성들에게 ‘아재 개그’를 추천한다. ‘아재개그’란 최근에 스타 셰프인 오세득(40) 씨가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유행시킨 썰렁한 개그이다. “양손으로 해서 양념”, “대하(大蝦)철에는 대하드라마를 튼다” 등 기존의 아저씨 개그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언어유희지만 아저씨 개그처럼 웃음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에 억지로 웃지 않아도 되고 재미없다고 면전에서 면박을 주어도 개의치 않는다. 김 교수는 “아재 개그는 상대방과의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에서 반응을 선택하도록 열어두는 탈권위적인 개그코드다. 중년남성들에게 요즘 유행하는 ‘아재개그’의 장점인 배려와 포용을 통한 소통을 배우라고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사회의 다른 한편으로는 중년남성들이 소비와 문화 트렌드의 중심으로 빠르게 떠오르고 있다. <신사의 품격> 이후 드라마에서 중년로맨스가 인기를 끌고 있는가 하면, <삼시세끼>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도 중년남성이 주역으로 등장했다. 지난해에는 3059세대의 중년남성을 주 타깃 층으로 하는 케이블 채널이 개국하여 화제를 모았다. CJ E&M이 지난해 9월 새롭게 선보인 채널 O tvN은 새로운 문화 소비의 주체로 자리 잡고 있는 중년층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향한다. 이덕재 CJ E&M 방송콘텐트부문 대표는 “지금 40~50대는 실제 나이보다 훨씬 젊다. 이들이 젊은 마인드로 즐길 수 있는 콘텐트, 인문학적, 심리적, 철학적 부분에서 즐거움과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콘텐트를 소개하겠다”면서 “시청률이 이슈가 되는 시대는 지나갔다. 이제는 화제성이 중요한 시대이다”고 강조했다.

방송계에 이어서 게임시장의 트렌드도 중년남성을 타깃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차승원(70년생), 이병헌(70년생), 장동건(72년생), 정우성(73년생), 이정재(73년생) 등 한국 영화계를 주름잡는 중후한 매력의 중년 배우들이 최근에게임광고 모델로 대거 기용되고 있다. 10~20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모바일 게임의 주 소비층이 30~40세대로 옮겨가는 추세를 따라 업체가 그들에게 친숙한 톱 배우들을 기용하는 등 중년을 주요 타깃으로 삼은 전략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서는 중년의 티켓파워가 입증된지 오래됐고 출판시장에서도 2014년부터 주요 독자층이 40대 이상의 중년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5년 통계청에 의하면 우리나라 인구구조에서 가장 큰 비율을 점하는 세대는 40대(17.2%)와 50대(16.2%)라고 한다. 중년층이 파워소비층으로 떠오르자 마케팅 업계에서는 중년의 소비를 유혹하기 위한 마케팅이 한창이다. 특히 그동안 소비시장에서 외면받아 오던 중년남성들을 위한 각종 신조어가 대거 등장했다.

골드파파족(Goldpapa)이라는 말도 있다. 경제적인 여유를 즐기며 젊은 사람 못지않은 패션 감각을 지닌 중년 남성을 지칭하는 신조어로 권위적인 이미지, 일 중심의 라이프스타일을 거부하고 패션과 미용에 시간과 돈을 투자하며 자동차, 스포츠 등 자신의 기호, 취미, 라이프스타일을 중시하고 이를 즐기는 데 열심이다.

그루밍족(Grooming)이란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성들을 말한다. 이들은 자신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피부와 두발, 치아관리는 물론 성형수술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노무족(NoMU)은 ‘No More Uncle’이라는 의미로 아저씨라고 불리기를 단호히 거부하는 40~50대 중년 남성을 지칭한다. 외적인 젊음뿐 아니라 내적인 젊음에도 관심이 많아 자유로운 사고와 가치관을 가지며 젊은 세대와 거리낌 없이 소통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다.
 
안티에이징 피부관리는 기본… 외모 투자 아끼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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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들은 자기계발과 건강관리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피부관리를 받고 있는 남성도 늘고 있다. [중앙포토]

하하족(HAHA)은 ‘Happy Aging Healthy&Attractive’를 뜻하며 자기계발을 통해 즐겁게 사는 중년을 뜻한다. 이들은 문화생활과 건강관리에 시간과 돈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등 자신들을 위해 소비하는 특징을 가졌다.

사업체를 운영하는 이형기(52·가명) 씨는 대표적인 꽃중년이다. 매일 퍼스널 트레이너의 지도를 받아 운동을 하고 주 1회는 피부관리를 받고 있다. 안티에이징을 위해서 매년 한번씩 ‘써마지’라는 피부 리프팅 시술을 받고 있으며 점과 잡티를 빼는 레이저 시술과 눈 밑 지방을 제거하는 수술도 받았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는 비비크림을 꼼꼼히 바르고 집을 나선다. 복장은 딱딱한 느낌을 주지 않기 위해서 넥타이 대신 스카프를 매고 구두는 검은색보다는 브라운 색이나 감색 등 색깔이 있는 것을 선호한다.

“외모를 위해서 평균 월 100만원 정도는 지출하는 것 같다. 사업을 하다 보니 사람들을 자주 만나게 되고 외모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덕분에 사람들로부터 ‘젊어 보인다’, ‘동안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것 같아서 은근히 자랑스럽다. 꽃중년이란 결국 외모를 위해서 시간과 돈을 투자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사람이라는 뜻이 아닐까?”

외국계 기업에 근무하는 김성철(47) 씨. 취미는 술, 휴일에는 인어공주 되기(옆으로 다리를 포개고 누워서 꼼짝 안하고 TV만 보는 자세)가 전부였던 그는 최근 꽃중년으로 거듭나기 위해 몸부림 중이다. 얼마 전 초등학교에 입학한 큰아들 동준(8) 군 때문이다. “결혼이 늦어져서 또래에 비해 아이들이 아직 어린 편입니다. 아들 유치원에 참관수업을 갔을 때 아이 친구들이 아빠가 늙었다고 놀린다는 말을 듣고 안되겠다 싶었죠.” 김씨는 술자리를 줄이고 일주일에 적어도 세 번 이상은 운동을 한다. 탈모방지를 위해 값비싼 샴푸와 토너를 구입했고 한 달에 한번 미용실에 들러 염색과 두피 마사지를 받는다. 피부 관리를 위해서 남성화장품도 구입했으며 동준군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맞춰 보톡스 시술까지 받았다. “아이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지금은 제 모습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직 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건강이나 외모에 대해서 게을리했는데 앞으로는 외모 뿐 아니라 내면을 위한 삶에도 충실하고 싶습니다.”

중년은 청년세대와 노년세대에 ‘낀’ 세대로 젊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혼란스러운 시기이다. 제2의 사춘기 혹은 ‘사추기(思秋期)’라고도 불리며 청소년기와 더불어 심리적으로 불안정하고 갈등이 많은 시기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인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융(Jung, Carl Gustav)은 중년을 인생의 전반기와 후반기를 나누는 ‘인생의 정오’라고 정의하고 ‘사람은 중년기에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을 경험하고 그로 인해 내면의 심각한 변화가 일어난다’고 하는 중년의 위기에 주목했다. 그러나 그는 중년의 위기를 일종의 자기치유의 과정으로 보고 성숙한 사람에게 나타나는 건강한 변화라는 점을 역설했다.

자신보다 가족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해 온 중년남성들은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꽃중년이란 트렌드를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겠지만 적어도 내면의 욕구에 귀를 기울이는 일부터 시작해본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든지 행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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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철 일본 고단샤(講談社) 뉴스잡지 부문 서울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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