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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완전실업 눈앞, 로봇은 지갑을 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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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의 부상
마틴 포드 지음
이창희 옮김, 세종서적
480쪽, 2만원

100년 후, 200년 후의 세상에서는 ‘태평천국’이 전개될 가능성도 크다. 힘든 일이건 쉬운 일이건 모든 일은 로봇이 다 해주는 시대, 일이라는 것은 ‘일을 정말 하고 싶은 사람들’만 하는 세계가 펼쳐질 수 있다. 지금 당장부터 수십 년이 문제다. 짙은 디스토피아의 그늘이 보인다.

세계화에 이어 로봇화(robotization)가 일자리를 잡아먹고 있다. 세계화로 블루칼라 일자리가, 로봇화로 화이트칼라 일자리가 성큼성큼 사라지고 있다. 로봇화 때문에 과학기술과 경제·고용의 관계에 대한 기본 전제가 흔들린 지 오래다.

지난 200년간은 증기기관이나 자동차 등 기술 이기(利器)가 등장하면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졌지만 곧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겼다. 소위 ‘창조적 파괴’가 경제를 진보시켰다. 1900년 미국 인구의 반이 농업에 종사했다. 지금은 2%다. 미국에서 농산품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은 없다.

교육과 재교육이 해결사 구실을 했다. 학교 다닐 때 창의성과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기초를 익히면, 졸업 후에는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새로운 고용환경에 적응하면 됐다. 평생 직장·직업은 없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적응해가며 살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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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 대량 실업에 대비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 필요한 이유다. 사진은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중앙포토]


『로봇의 부상』을 쓴 마틴 포드에 따르면 그게 다 옛날 이야기다. 승산 없는 게임이 시작됐다. 안전지대가 사라졌다. 육체 노동자뿐만 아니라 변호사·교수·기자·애널리스트 같이 소위 정신노동을 하는 전문가들도 알파고·자율주행차·드론의 세계에서는 모두 풍전등화다. 이미 대학생들의 에세이형 시험 채점은 교수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가 곧잘 한다. 이미 인공지능(AI)이 중요한 것과 재미있는 것을 나름대로 판별해내어 독자 입맛을 당기는 기사를 쓰고 있다. 10년 내로 AI가 작성한 기사 비중이 90%가 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지금처럼 미래 예측이 암울한 때는 없었다. 완전고용은 커녕 완전실업의 길로 가고 있다. 포드가 기술하고 있는 것처럼, 중산층이 사라지면 구매력이 증발한다. 일자리 소멸은 소비자 소멸이다. 극소수 부자들의 명품 소비만으로는 경제가 유지될 수 없다. 비용절감을 위해 사람을 기계로 대체해온 시장경제는 자멸의 길에 들어섰다.

분노한 실업자의 봉기가 예고된 것일까. 저자 마틴 포드는 “경제 규칙의 근본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로봇·소프트웨어에게 일을 빼앗긴 사람들에게 ‘시민배당금(citizen’s dividend)’을 지불하자고 주장한다.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 매년 1만 달러를 주자는 게 포드가 말하는 ‘보장된 기본 소득(guaranteed basic income)’ 제도의 골격이다.

포퓰리즘적인 주장이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 트렌드가 무르익으면 ‘포퓰리즘만이 살길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이 신문에 실릴지도 모르겠다. ‘로봇 기자’가 그런 칼럼을 쓸 날이 어쩌면 멀지 않았다.

“단기적으로는 나는 비관론자다. 장기적으로는 낙관론자다. 나는 기술 힘을 믿는다”라고 말하는 포드는 15년 간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한 기업인이다. 그는 과장보다는 신중 모드로 이 책을 썼다. ‘턱도 없다’는 반응도 있지만 산업 현장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인정해주는 저자다.

이 책은 파이낸셜타임스(FT)·맥킨지의 2015년 올해의 경영서, 포브스 2015년 최고의 경영서로 선정됐다. 신문 기사 제목에 알고리즘·빅데이터·롱테일·싱귤래리티 어쩌고 하는 ‘불편한’ 용어들이 보일 때에 애써 외면하던 독자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AI의 위협은 이제 시작된 현실이다.

로봇 스님·신부님 나오면 …

포브스지는 지난해 6월 4일 스티브 데닝이 쓴 “‘일자리가 사라진 미래’는 신화다(The ‘Jobless Future’ Is a Myth)”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인간은 인공지능(AI)이라는 새로운 체험을 통해 새로운 능력을 구비하게 될 것이라고 기사는 주장했다. 또 “가능한 게 모두 현실화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며 『로봇의 부상』을 비판했다.

시장은 경제성과 함께 ‘인간성’도 볼 것이다. 성직자는 ‘안전한 직업’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로봇 스님·신부님·목사님’은 인간 성직자를 능가하는 수준으로 모든 경전을 빠삭하게 꿰고 있을 것이다. 취업, 자녀교육, 고부갈등 등 고민 상담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족집게 해결책을 내놓을 것이다. ‘인간’이 느껴지는 성직자 로봇에 신앙인은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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