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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새누리당이 이겨도 여당 승리는 아니다. 야당 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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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연
논설위원

대한민국은 불만 공화국이다. 일자리에 만족하는 사람이 불과 23%다. 지난달 열린 2016 경제학 공동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성인 9997명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다. 단군 이래 부모보다 못사는 첫 세대란 2040에겐 아예 ‘헬 조선’이다. 노력한 만큼 보상과 인정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열 명 중 한 명(11.8%)이다. 15~29세 청년의 체감실업률은 35%다. 그러니 이민을 생각해 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70% 이상이 “가능하면 희망한다”고 답하는 나라가, 좋은 나라 우리나라다.

세월이 가도 불만이 늘어 가는 억울한 나라인 셈인데 이런 억울함이 어제오늘의 일만도 아닌 모양이다. 정조는 재위 24년간 66차례 행행(幸行·궁 밖 나들이)에 3355건의 상언과 격쟁을 처리했다. 상소와 달리 글을 모르는 백성이 임금 행차 때 징을 치고 나가 억울함을 털어놓는 게 격쟁이다. 사리에 맞지 않고 사소하면 장 100대를 맞아야 했는데도 한 번 행차에 50건 넘는 불만 민원이 쏟아졌다. 명종 땐 그 수가 너무 많아 일단 곤장을 때리고 사연을 들었지만 넘치는 불만을 잠재울 순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의문이 생긴다. 왕조 때에야 그랬다 치자. 선거란 게 표를 얻어야 이기는 거고 헬 조선엔 흙수저의 짜증이 하늘을 찌른다. 그런데 선거만 하면 왜 야당은 힘을 못 쓰느냐는 거다. 지난 10년간의 총선, 대선, 지방선거와 모든 보궐선거에서 승자는 항상 여당인 새누리당이었다. 30년 전 민주화 이후 치러진 일곱 번의 총선에서 단 한 번 1당을 내줬을 뿐이다. 잘한 게 없다는 여당이 지금 자해성 공천 활극으로 휘청이는 듯 보이지만 그래도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여전히 찾기 어렵다.

이런저런 설명이 있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이 영남, 네 명 중 한 명이 호남인 상황에서 영호남 대립의 지역선거가 되풀이된 이유가 크다. 추우나 더우나 투표장으로 향하는 고령층의 콘크리트 여당 사랑도 있다. 게다가 우리 선거는 민심 따로 의석수 따로인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여서 총선만 치르면 1000만 표가 사표가 된다. 한마디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모두 맞는 얘기지만 진짜 원인은 야당의 무능 탓이다. 도무지 흙수저의 분노를 투표장으로 모으질 못한다. ‘못살겠다 갈아보자’든 아니면 뭐든 성난 민심에 불을 붙여야 할 텐데 무슨 탓인지 벙어리 야당은 자기들끼리만 싸운다. 과거엔 그나마 무상급식 등의 진보 이슈라는 게 있었지만 총선을 20일 앞둔 지금의 야당은 패거리 싸움뿐이다. 그러니 총선 날엔 대학생들이 MT를 떠난다는 것 아닌가. 청년의 희망이던 안철수 대표의 수도권 2030 지지율이 5% 남짓이다. 급기야 대학생과 청년들이 흙수저당에 알바당, 비정규직철폐당을 줄줄이 만들더니 이번 주말엔 ‘국회 점령 퍼포먼스’에 나선다는 것이다.

답답한 건 갈라선 야당이 싸우는 이유도 잘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호남 지역주의에 기댄 거대 양당 구도를 깨려면 새 정당과 새 인물이 필요하다는 게 안 대표의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국민의당 인적 구성이나 정체성이 더불어민주당과 뭐가 다른 건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컷오프 의원을 모두 받겠다”는 건 무슨 소린가.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던 안 대표가 DJ 햇볕정책 계승을 강조하는 건 호남 민심 때문 아닌가. 결국 또 다른 지역당이 생길 판이고 열심히 할수록 새누리당을 돕는 거란 얘기가 나오는데 더민주는 외면한다. 대단히 배짱 장사인 야권이다.

야권 연대 없이 치른 유일한 선거가 10년 전 지방선거였다. 당시 열린우리당은 수도권 전체에서 구리시장 한 명만 당선시키고 전패했다. 4년 전 총선 60세 이상 투표율인 68.6% 수준으로 2030이 투표하고 야권이 연대해도 운동장은 기울어 있다. 그런데도 수첩 공천이니 병신사화(丙申士禍)니 하는 여당의 막무가내식 공천 후유증에만 기대니 더민주는 책임 회피, 국민의당은 현실 도피란 말이 나온다. 오늘과 내일은 총선 후보자 등록일이다. 후보로 등록하면 단일화로 후보직을 내놔도 투표 용지에 이름이 남는다. 말하자면 마지막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최상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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