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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의 푸르름이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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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누구나 어릴 때 한 번쯤 부른 노래가 ‘소나무’라는 동요일 것이다. 독일 동요를 번역해 부른 노랫말이다. “소나무야, 소나무야, 언제나 푸른 네 빛. 쓸쓸한 가을날이나 눈보라 치는 날에도 소나무야….” 소나무를 가장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의 애창곡이기도 하다.

그러나 소나무 재선충으로 인해 한국 나무의 23%를 차지하는 우리의 소나무가 빠르게 사라져 가고 있다.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발생경로는 이렇다. 1㎜ 내외의 실 같은 선충이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 또는 북방하늘소에 의해 소나무·잣나무·해송 등에 옮겨 온 뒤 물의 이동 통로 역할을 하는 가도관(假導管)을 막아 나무를 시들어 죽게 한다. 더구나 이 솔수염하늘소가 2㎞는 날아간다고 하니 다른 나무로 옮기는 속도도 매우 빠를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 에이즈의 처방약이 없듯이 소나무 재선충에도 천적이나 효과적인 약품이 없어 결국에는 자르는 수밖에 없다.

1988년에 처음으로 부산의 금정산에 나타나 한동안 증가하다가 정부의 해충 방제 노력으로 주춤했다. 그러나 2013년부터는 울산, 경북, 경남, 전북 군산, 제주도, 마침내 서울 남산에서도 재선충이 발견되고 있다. 조만간 전국으로 퍼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본다. 이미 2015년까지 약 200만 그루의 나무가 고사했고 13만㏊ 정도의 산림이 초토화됐다. 이러한 속도라면 금강송·흑송과 같은 희귀하고 기품 있는 소나무들이 걸리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생각만 해도 끔직한 일이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기후변화와 식량부족, 그리고 폭우로 인해 수백만㏊의 산림이 황폐화되어 가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금 온 국민이 총력을 다해 재선충을 막지 못한다면 북한에는 산림의 대재앙이 올 수도 있다. 한반도 산 전체가 흉물스러운 누런빛으로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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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은 2017년까지 재선충과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5대 핵심 과제를 수립해 추진 중이다. 우선 재선충의 매개충이 더 퍼지기 전에 나무를 방제하는 것이다. 품질과 친환경 기술도 높이면서 예방 방제 강화와 예찰 및 모니터링을 현대화하고, 고사목을 재활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사항이 있다. 그것은 국민들에 대한 홍보 강화와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예산 확대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력과 예산이 필수적인데 국민들의 관심은 부족하고 정부의 예산 또한 턱없이 부족하다. 국민의 스포츠라 불릴 정도로 등산은 즐기면서 나무 살리는 데는 무관심한 국민과 투자에 소극적인 정부의 모순된 행동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국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교육해야 한다. 산에서 누렇게 변해 가는 소나무가 보이면 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신고센터를 확대 운영해야 한다. 에너지 절약이나 환경을 보호하자는 홍보와 광고는 자주 보이지만 재선충을 막자는 정부 광고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정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모두와 함께 하는 대대적인 ‘우리 소나무 지키기 운동’을 즉각 시행해야 한다.

두 번째는 예산의 증액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소나무 재선충 박멸을 위해 배당한 예산은 2015년의 경우 약 700억원 가까이 되지만 이것으로 전국을 방제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본다. 지난 3월 2일 한국임업진흥원에 소나무 재선충병 모니터링센터를 개소하기는 했지만 인력이나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세 번째는 효과적이면서 올바른 방제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다. 그 한 예로 수도권 아파트 단지에서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목을 방제하기는 하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시행하다 보니 나무에 고독성 농약을 남용하는 사례도 있다. 시민들의 건강을 해치기도 하고 나무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하는 것이다.

산림 강국인 일본에서는 1991년부터 나무 의사 제도를 시행해 2010년까지 1909명을 배출했고 현재도 매년 120명씩 양성하고 있다. 한국은 나무병원에 등록된 수목보호기술자가 100명도 안 된다. 최근부터 나무의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조속히 더 많은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또 다른 실패 사례가 있다. 제주도의 지정 문화재이면서 생태계 보전 지구인 곶자왈에서 재선충이 생기자 고사목 제거를 위해 무분별하게 벌채한 결과 백서향 자생지나 다른 자연보존지역이 훼손되었다고 한다. 다른 나무나 산지가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새로운 장비의 개발과 현장 사람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 환경 친화적 벌채 방법에 관한 정확한 매뉴얼 등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옛날부터 소나무는 영험한 기운이 있다고 믿어서 동네의 수호목으로 가장 많이 사용했다. 또한 변하지 않는 기상과 강인한 모습을 지니고 있어 예부터 문인들의 그림이나 글의 단골 소재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소나무가 점점 죽어 가고 있다.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었던 푸른 소나무를 살리는 것은 한국의 숲을 살리는 길이다.

김정인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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