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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사회적 약자가 보이지 않는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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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45번 중 41번. 지난 22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발표한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 명단 끄트머리에 한정효(57·여) 제주도 신체장애인복지회장이 이름을 올렸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몫이지만 20명 안팎인 당선 안정권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비례대표 신청 직전까지 11개월만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을 맡았던 김승희(62)씨가 11번에 ‘꽂힌’ 것과 대비됐다.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를 강조해온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23일 확정한 비례대표 상위 20번 내에 장애인은 한 명도 없다. 하위권인 27번과 30번에 배치됐을 뿐이다. 새로운 정치를 내세운 국민의당 역시 약자를 대표하는 인물은 15번까지 가야 찾을 수 있다.

국회 비례대표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직능과 소외계층을 대표하고 전문성을 발휘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회적 약자의 비례대표 배치는 총선 때마다 꾸준히 이어져 왔다. 필리핀 출신인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은 19대 국회에 입성해 이민사회기본법안 등 다문화 관련 법안을 여럿 발의했다. 소외계층의 상징인 장애인도 18, 19대 국회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비례대표 2번에 배치됐다. 12년 전에 꾸려진 17대 국회에선 열린우리당이 1번에 장향숙 후보를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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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하지만 이번 공천에선 이런 ‘전통’이 사라졌다. 다문화 몫의 비례대표는 4년 만에 사라질 처지다. 미혼모의 국회 입성까진 여전히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사회복지 분야도 더민주 18번인 이태수 꽃동네대 교수 정도다. “감동을 줄 수 있는 분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새누리당 공천위의 설명이 무색할 정도다. 장애인 단체들은 “총선에서 철저히 심판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물론 기존의 소외계층 비례대표들이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당내 계파 싸움에만 혈안이 돼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를 송두리째 망각한 정치권의 행태가 정당화될 수는 없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도 명단 발표 후 “사회적 약자들이 당선권 안에 들어갔으면 좋았겠지만 순위 투표를 하다 보니 한 분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비례대표는 다음 국회에서 의석수가 47석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들이 지닌 중요성도 함께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단적인 예로 장애인이 국회에서 사라져도 될 만큼 장애인 복지가 개선되지도 않았다. 최근 10여 년간 활동 도우미 지원과 연금 인상 정도만 이뤄졌을 뿐이다. 이정숙 선진복지사회연구회장은 “정치권은 선거 때만 되면 표를 생각해 소외계층을 챙긴다고 강조했는데, 이번엔 그런 모습마저 보이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여야 정당들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한 표를 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과연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돌이켜볼 때다.

정종훈 사회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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