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분수대] 지상의 방 한 칸

기사 이미지

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재미난 원룸 주택이 있다. 문주호 등 젊은 건축가 넷이 3년 전 선보인 ‘테트리스 하우스’다. 7m×13m의 좁고 긴 땅에 14㎡ 크기의 원룸 10개를 만들었다. 지하 1층과 꼭대기 6층에는 사무실도 들였다. 건축주는 박수를 쳤다. 방이 많을수록 임대 수입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6~7개 정도 예상했다.

비결은 ‘부피 나누기’였다. 건축가들은 2차원 평면에서는 볼 수 없는 숨은 공간을 찾아냈다. 땅의 긴 부분을 5m 폭으로 이등분하고, 양쪽마다 ‘ㄴ자’ 모양 방에 ‘ㄱ자’ 모양 방을 겹쳐놓았다. 빈칸을 메우는 테트리스 게임처럼 위·아래 방을 수직으로 합쳐 온전한 큐브 형태를 빚어냈다. 계단도 돌림 모양으로 내고 각 방을 반 층마다 배치, 서로 입구가 마주 보지 않도록 배려했다.

건축가들이 가장 고민한 건 용적률 채우기였다. 테트리스 하우스가 있는 곳은 다가구·원룸 밀집지역이다. 전문용어로 ‘2종 일반주거지역’이다. 이곳의 용적률은 200%, 즉 땅(대지)과 건축물 바닥 면적의 합계(연면적) 비율이 200%를 넘지 않아야 한다. 테트리스 하우스는 199.88%를 기록했다. 보통의 설계로는 170% 남짓 나올 땅이었다. ‘지상의 방 한 칸’을 더하려는 과정은 이토록 치밀했다. 문주호씨는 “법과 제도, 땅의 제약 안에서 효율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고 했다.

무미건조한 건축용어인 용적률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건축 잔치인 2016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건축전(5월 28일~11월 27일) 한국관 주제가 ‘용적률 게임’으로 확정됐다. 한 치의 공간이라도 더 늘려달라는 건축주의 요구와 이에 맞추려는 우리 건축가의 노력을 세계에 내보인다. 아파트 단지든 업무지구든 용적률을 높여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 이번 건축전은 ‘용적률=돈’을 넘어 ‘용적률=창의성’을 타진하는 자리다.

한국관에는 모두 36개의 ‘작품’이 소개된다. 초고층 아파트가 아닌 흔한 다가구·다세대 주택들이다. 개발 바람에 밀렸던 중산층 주택의 새로운 발견쯤 된다. 고속성장이 목까지 꽉 차오른 시대, 아파트로는 더 이상 ‘아름다운’ 서울을 노래할 수 없다. 실제로 서울 가구 중 아파트 대 비(非)아파트 거주 비율은 45대 55다. 부수고 다시 짓기보다 있는 것을 고쳐 쓰는 도시 재생과도 통한다. 젊은 건축가들이 바꿔놓을 서울의 풍경에 기대를 걸어본다. 파리와 런던의 고아한 거리를 언제까지 부러워할 수는 없을 터다.

박정호 문화전문기자·논설위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