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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철갑탄에 무방비인 방탄복, 돈 받고 계약해준 軍…장성들은 전용차 타고 휴가·골프

군이 철갑탄까지 막아낼 수 있는 첨단 방탄복 기술을 28억원을 들여 개발하고도 특정 민간업체 S사의 로비를 받고 성능이 떨어지는 보통탄 방호 수준의 일반 방탄복을 납품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감사원이 23일 발표한 감사 결과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한 첨단 방탄복(한 벌에 약 82만원)은 S사의 일반 방탄복(한 벌에 약 84만원)보다 가격도 2만원 저렴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국방부·방위사업청·육군사관학교 등 군 관계자들은 S사로부터 뇌물과 재취업 로비를 받은 뒤 S사가 일반 방탄복을 독점 공급하는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S사는 앞서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적발한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 제작업체와 같은 곳이라고 감사원 관계자는 전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6~9월 기동점검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모두 11건의 비리 사례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전직 장성 3명, 대령 이하 장교 5명, 공무원 2명과 S사 관계자 3명 등 모두 13명의 비리 관련자에 대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에 수사를 요청하거나 수사참고자료를 넘겼다.

감사원이 실제로 S사의 방탄복을 대상으로 철갑탄 발사 시험을 했다. 그 결과 철갑탄은 방탄복을 그대로 관통해 S사의 방탄복은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철갑탄은 저격용으로 많이 쓰이는 특수 목적 탄환으로, 전차ㆍ군함, 콘크리트 벙커 등을 관통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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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이 23일 공개한 S사의 방탄복. 감사원이 실시한 시험 결과, 철갑탄은 이 방탄복 안의 방탄판(검은색)을 관통했다(빨간 원 안).


특히 북한은 2006년경부터 일선 부대에 철갑탄을 보급해왔다는 게 군 정보당국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군은 신형 방탄복 개발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해 2007년 국방과학연구소 주관으로 5년간 28억원을 투입해 첨단 나노기술을 적용한 액체 방탄복을 개발에 들어갔다. 2010년경 개발 완료 단계에 도달했으며 국방부는 조달계획까지 수립됐다.

그러나 2011년 10월 군은 돌연 이 조달계획을 백지화한다. 그러면서 철갑탄 방호 기능이 없는 ‘다목적 방탄복’을 민간업체 수의계약으로 구입하기로 결정한다. 여기엔 S사의 조직적 로비가 작용했다.

S사엔 대령급 이상 21명을 포함해 29명의 군 출신 인사들이 재취업해 군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감사원 측은 전했다. S사는 국방부 고위장성 A씨에게 접근해 자사의 다목적 방탄복 공급을 독점할 수 있도록 청탁했고, A씨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 대가로 S사는 A씨의 아내를 계열사에 위장취업시켜 2014년 3900만원의 금품을 제공했다. 해당 계열사는 경남 양산에 위치해 있고 A씨의 아내는 서울에 거주 중이었다. 출근은 거의 하지 않은 위장 취업이었다고 한다.

S사에 특혜를 주기로 한 뒤 군 소속 관련 인사들은 조직적으로 S사를 돕기에 이른다. B씨는 방탄복 성능 기준 등의 국방부 내부 정보를 S사레 제공하고 5100만원을 받았으며 전역 후엔 S사 이사로 재취업했다.

방탄복 시험시설과 장비를 무단으로 제공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육군사관학교 교수였던 C씨는 탄약 54발을 무단 반출해 S사에 제공해 방탄복 시험에서 경쟁사보다 압도적 우위를 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기에다 S사에게 해당 시험장에 출입할 수 있도록 조치해준 뒤, 출입 기록을 삭제하는 치밀함까지 보였다. 그 대가로 C씨는 주식 등 1억10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전역 후 S사의 연구소장으로 취업했다.

S사는 이런 과정을 거쳐 2014~2025년 30만8500벌의 방탄복을 공급하는 2700억원 규모의 독점 계약을 따냈으며, 이 중 방탄복 3만5000여벌은 이미 해외파병 장병등에게 납품이 완료된 상태다. 국방부는 특수임무 부대엔 수입 등 해외조달 등을 통해 철갑탄 방호용 방탄복을 지급하고 전방부대에도 북한의 철갑탄 전력배치 상황에 따라 철갑탄 방탄복을 적기에 보급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운용시험을 추진하기로 했다.

감사원 전광춘 대변인은 “이번 감사로 그동안 구조화돼온 방산비리를 척결함과 동시에, 장병의 안전과 군 전투력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전력지원물자의 성능이 제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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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의 일반 방탄복은 철갑탄에 맥없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제공]


감사원이 이날 발표한 감사 결과엔 신형 방탄헬멧 비리도 포함돼있는데, 역시 같은 S사가 개입했다. 지난 2012년 방사청 소속 육군 장성 D씨가 신형 방탄헬멧 입찰 1순위 업체 대표에게 납품권을 2위 업체인 S사에 넘기도록 압력을 행사한 사례다. S사는 계약을 따냈고 D씨는 전역 후 S사에 고문으로 취업, 4600만원을 받았다.

일선 장병들이 사용하는 분대용 천막 품질보증 관리도 소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납업체에서 납품한 분대용 천막 1216동(51억원 규모)에 대해 외피 고정끈이 규격과 다르게 한겹으로 부실제작됨에 따라 끈이 찢어진다는 불만사항이 79건이나 접수됐지만 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감사를 담당한 감사원 관계자는 “외피 고정끈이 찢어지면 천막이 뒤집혀 안의 난로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등 위험에 노출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국방기술품질원에게 관련자 2명을 징계하도록 요구했다.

◇군 간부들, 전용차량 타고 휴가가고 면세유 낭비하고=감사원이 이날 별도로 발표한 군용차량 및 유류 지원 실태 감사 결과에선 군 간부들의 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 국가에서 지급한 전용차량을 타고 골프장에 가거나 휴가를 다녀온 것이다.

감사원이 지난해 5~10월 군 골프장 사용내역 등을 토대로 군 전용차량 이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6명의 군 간부는 14차례에 걸쳐 전용차량을 타고 골프를 치러 갔다. 다른 군 간부 2명은 전용차량을 타고 15차례에 걸쳐 휴가를 다녀왔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 대변인실을 통해 입장을 내고 "감사원 감사결과를 존중하며, 감사처분 결과를 면밀하게 검토한 후 충실하게 후속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 해당 민간업체 S사에 대해선 방위사업 관리규정에 따라 부정당업자로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업체 투자 연구개발확인서 발급을 취소하는 방안도 동시에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국방부는 또 전용 차량들이 매달 허용되는 만큼의 면세유를 사용하는지 엄격히 확인하지 않고 있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1~10월 서울 지역 전용 승용차 중 일부는 유류 허용량의 150%를 초과해 사용하기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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