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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파도 그냥 참는 전업맘…잠깐 맡길 곳 늘려야

“창살 없는 감옥 같아요. 밥 안 먹는 날이 많고, 그렇게 2년을 보내니 병이 났어요.” “독박육아는 소리 없는 진통이라는 게 무슨 말인지 뼈저리게 느끼고 있어요.” “아이 안고 눈물만 나네요. 제 삶은 사라진 것 같아요.”

시간제 시설 216곳 … 수요 못 미쳐
지자체 육아 컨설턴트 활성화 필요

한 육아 커뮤니티에 전업맘들이 올린 호소다. 엄마들은 주변의 도움 없이 혼자 아이를 키우는 걸 ‘독박육아’라고 부른다. 고스톱 판에서 고(go)를 불렀다가 바가지를 쓰는 것에 빗댔다. 육아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젊은 엄마들의 애환을 담고 있다. 독박육아는 가정 양육을 힘들게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최선경(34·여·경남 거제시)씨는 세 돌을 앞둔 아들과 생후 두 달 된 딸을 키운다. 아들이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오전 9시~오후 4시30분)엔 젖먹이만 돌본다. 아들이 집에 오면 두 자녀를 챙겨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친정은 멀고 시부모는 일을 해서 도움 받을 길이 없다.

최씨는 아이 둘을 데리고 남편과 따로 자는데 아이들 잠투정 때문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다. 수면 부족 탓인지 아이에게 괜히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낼 때도 있다. 최씨는 “놀러 나가는 것도 아닌데 외출하기가 쉽지 않다. 사랑니 때문에 이가 아파 치과에 가야 하는데 반대쪽 이로 음식을 씹으면서 견디고 있다”며 “젖먹이 딸을 잠깐 맡길 곳도 없다. 남편이 퇴근할 때면 치과는 문을 닫는다”고 말한다.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에 스트레스만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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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가 18개월 미만의 자녀를 둔 엄마 1863명의 스트레스 실태를 설문조사했다(2013년). 0~5점(높을수록 나쁨) 척도로 측정했는데 전업주부의 우울한 정도(1.95점)가 정규직 직장맘(1.82점)보다 높았다. 양육 스트레스도 전업맘(2.77점)이 직장맘(2.67점)보다 높았다.

인천시 계양구에 사는 맹혜진(29·여)씨는 세 살과 다섯 살 두 아이를 돌본다. 맹씨는 “밤에 깊은 잠을 못 자니 밤이 두렵다. 심장이 벌렁거릴 때도 있다”며 “입맛도 없고 혼자 거창하게 차리기도 뭐해서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곤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시 정모(31·여)씨도 “애를 낳자마자 남편은 석 달간 해외출장을 갔고 친정도 멀었다. 먹을 게 없어 분유를 먹은 적이 있다”며 “출산 전에 비해 몸무게가 너무 많이 빠졌다”고 했다.

독박육아가 힘든 이유는 육아 자체가 힘든 점도 있지만 지식 부족 때문이기도 하다. 3대가 함께 살 때는 아이의 조부모가 전수해 줬으나 핵가족 시대의 전업맘은 인터넷을 뒤지는 방법 외에는 특별히 지식을 습득할 데가 없다. 한지혜(30·여·경기도 용인시)씨는 “잠을 푹 잔 지 1년이 넘었다. 애가 밤잠을 안 자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애가 아플 땐 인터넷을 뒤져 보지만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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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제 육아시설은 육아 스트레스를 더는 데 도움이 된다. 전국에 216개가 있다. 시간당 1000~2000원을 내고 월 40~80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적정 수요를 충족하려면 1000개 정도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각종 정보나 상담을 제공하는 육아 컨설턴트도 필요하다.

권미경 육아정책연구소 육아정책연구실장은 “출생신고 때 예방접종 종류와 항생제를 덜 쓰는 병원, 육아 기법 등을 알려주는 육아 컨설턴트 제도를 도입하거나 공동 육아 나눔터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보육반장’이란 이름으로 육아 컨설턴트와 유사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 특별취재팀=신성식·김기찬·박수련·이에스더·김민상·황수연·정종훈·노진호 기자, 이지현(서울여대 국문4)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 공동취재=한국보건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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