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시사 NIE] 테러방지법 둘러싼 논란

“테러 위협 대비해야” vs “민간인 사찰 우려”

숱한 논란 끝에 지난 2일 테러방지법이 제정됐다.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미국 9·11 테러 직후 처음으로 발의된 후 15년 만이다. 테러방지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야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는 세계 최장 기록(192시간 27분)을 기록하며 마무리됐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점증하는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찬성론과 무차별적인 민간인 사찰과 감시를 우려하는 반대론이 맞선다. 2014년 검경의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빚어졌던 사이버 망명 현상이 재현될 조짐도 보인다. 독일에 서버를 둔 메신저 ‘텔레그램’ 가입자 수는 테러방지법 통과 직후 하루 만에 8만 명이 늘며 총 40만 명(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을 넘어섰다. 언론과 각종 자료에 기초해 테러방지법과 사이버 망명에 대해 알아봤다.
 
기사 이미지

차량 행렬 중인 IS 대원들.


쟁점과 토론

찬성=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세계 각국은 이미 강력한 테러방지법을 제정해 대테러 국제 공조를 강화하고 있다. 검찰·경찰은 물론 국민안전처·외교부 등 관련 기관을 총괄할 수 있는 대테러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사전 예방이 중요한 대테러 전선에서 정보 수집은 생명줄이다. 국가 안전을 책임지는 핵심 기관인 국가정보원이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정보 수집과 추적 권한을 갖는 것이 효율적이다.

반대=현재 테러방지법은 ‘필요한 경우’를 넘어서 ‘필요 이상’으로 과도하게 국민의 기본권과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정의가 모호해 무차별적인 도·감청이 실시될 수 있다. 대선 개입 댓글 사건과 간첩 사건 증거 조작 등 권력 오남용으로 물의를 일으킨 국가정보원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법 오남용의 소지를 더 키운다. 국가정보원의 정보 독점은 국민의 감시와 견제를 더 힘들게 한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발의해 15년 만에 통과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하 테러방지법)은 2001년 미국 9·11 테러 직후 처음으로 발의된 후 15년 동안이나 국회 통과 여부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국가기관의 권력 남용과 인권 침해 소지 논란이 일면서 국가인권위윈회와 여러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추진이 중단됐다.

지난해 11월 이슬람국가(IS)에 의해 자행된 프랑스 파리 테러(130여 명 사망)는 세계를 경악하게 했다. 일상 공간의 민간인을 대상으로 무차별 살상을 한 소프트타깃 테러의 무서움을 보여준 사건이다. 미국·프랑스·일본 등 세계 각국은 강력한 테러방지법을 제정하고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추세다. IS에 가담한 김군 사례, 지난해 3월 벌어진 마크 리퍼트 미국 대사 테러, 북한의 사이버테러 위협 등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번에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한 테러방지법은 대테러 활동을 위한 국정원 권한 강화가 주요 내용으로 담겼다. 대테러 대응센터를 국무총리 산하에 두면서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통신감청권·금융정보수집권·추적권을 국정원에 부여했다.


IS 대원 국내서 2년간 일한 사실 뒤늦게 밝혀져

테러방지법의 제정을 찬성하는 쪽은 한국도 더 이상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최근 한국에서도 IS와 연계된 테러 인프라가 구축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2010년부터 국제 테러조직과 연계되거나 테러 위험 인물로 지목된 국내 체류 외국인 48명을 추방했다”고 보고했다. 시리아에서 교전 중 전사한 인도네시아인 IS 대원이 대구 성서공단에서 2년간 일했던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늘어나는 북한의 사이버 테러도 위협 요소다. 2009년 좀비 PC를 활용한 디도스 공격, 2011년 농협 전산망 파괴, 2012~2013년 언론사 전산망 해킹 등 북한으로 추정되는 사이버 테러는 점점 교묘해지고 지능적으로 변한다.

언론은 대테러 정책에서 무엇보다 사전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테러는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이 더 중요하다. 사전 예방의 핵심은 강력한 테러 정보 수집 능력이다…테러가 글로벌화되면서 외국 정보기관과의 공조도 중요해지고 있다…테러 정보는 각 기관이 협력할수록 정교해진다. 마치 조각난 퍼즐을 맞추듯 국정원을 중심으로 경찰·검찰·법무부·외교부 등에서 모은 첩보를 결합하는 게 효과적이다.”(중앙일보 2015년 11월 20일 ‘만약 한국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테러 대응에 필요한 관련 법의 미흡함도 문제다. “국제 테러집단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 세계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테러 정책은 1982년 마련된 국가 대테러 활동지침을 따르고 있다. 법률이 아닌 대통령 훈령이라 국제화·첨단화되는 테러의 진화 속도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근거법이 없으니 대테러 장비·인력도 한심한 수준이다.”(중앙일보 2015년 11월 16일 ‘테러 안전지대 아닌데 법도 못 갖춘 대한민국’)

정부와 여당인 새누리당은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조사·추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소지를 최소화했다고 주장한다. 테러 위험 인물이라고 해도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법원의 감청 영장 없이는 대화 내용을 감청할 수 없다. 다만 위급한 상황에서 영장 없이 감청할 수 있지만, 이 경우에도 36시간 이내에 법원 영장을 받지 않으면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의심할 이유가 있는 자’ 애매한 정보수집 기준

테러방지법을 둘러싼 갈등은 법안 자체의 모호함에서부터 출발한다. 법안은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해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 조직원이거나 테러자금 모집, 테러 예비, 음모·선전·선동 등을 했거나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명시한다. 논란은 여기서 시작한다.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테러 방지를 빌미로 무차별적인 도·감청과 불법적인 개인 정보 수집이 이뤄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테러 방지를 목적으로 한 국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도·감청은 미국에서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했다. 2013년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국가안전보장국(NSA)의 무차별적인 도청과 개인정보에 대한 불법 수집의 실상을 폭로했다. 미국 국민뿐 아니라 전 세계 정상까지 대상으로 한 도·감청은 2001년 9·11 테러 직후 개정된 미국 애국법에 기초한 것이었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 내에선 국가기관의 권력 오남용과 국민의 기본권 침해 논쟁이 들끓었다. 결국 지난해 11월 애국법은 영장 없이 집행되는 무차별적인 도·감청과 개인 정보 수집을 금지하는 미국자유법(USA Freedom Act)으로 대체됐다.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조사·추적권을 국정원에 부여하는 것이 옳은가도 논란거리다. “국정원이 과거의 때를 벗고자 안간힘을 쓰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 군부만큼은 아니다. ‘테러방지법’은 수사권을 뺀 정보수집 권한에 한정하고 감청 영장을 받도록 해 악용 소지를 줄였지만, 전방위적으로 활약할 국정원을 감독하고 견제할 기관이 마땅찮다는 점이 문제다…‘누가 권력자를 감독할 것인가’라는 고질적인 정치학적 난제가 여기에 있다.”(중앙일보 2016년 3월 8일 ‘누가 제임스 본드를 두려워하랴’)

언론은 국정원에게 뼈를 깎는 개혁을 주문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이 드러날 때마다 개혁 여론이 거셌다. 그러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근본적인 개혁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 때 정보기관 개혁을 부르짖다가도 정권을 잡으면 국정원을 정권 유지의 도구로 이용하는 행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국제분쟁 연구기관인 국제위기그룹(ICG)조차 한국 국정원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정보의 정치화, 정치 개입을 꼽았을 정도다.”(중앙일보 2014년 9월 12일 ‘국정원 정치 개입 유죄, 뼈를 깎는 개혁 계기 돼야’)

영장 심사를 맡을 법원의 역할도 강조한다. “사이버 수사는 ‘포괄주의’가 지배한다. 수사기관은 인터넷업체에 “누구 이름으로 된 기록을 모두 제출하라”는 식으로 자료를 요구한다. 기록 종류나 기간을 엄밀하게 특정하지 않는다. 법원은 그런 영장을 기각하지 않고 관대하게 발부해 준다. 이런 허술한 관행이 ‘사이버 검열’ ‘신 공안사태’ 의혹의 토양이 된다…법원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 수사 편의주의에서 인권을 지켜낼 책무가 사법부에 있다.”(중앙일보 2014년 10월 14일 ‘사이버 검열 논란, 법원이 중심 잡아라’)

정현진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