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朽木糞牆 -후목분장-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느 날 공자(孔子)는 제자인 재여(宰予)가 대낮부터 침실에 들어가 낮잠 자는 것을 발견했다. 화가 난 공자가 말했다.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할 수 없고 거름 흙으로 쌓은 담벼락에는 곱게 흙 손질을 할 수가 없다. 재여에 대해선 무어라 꾸짖을 필요도 없지 않겠나(朽木不可雕也 糞土之牆不可?也 於予與何誅)”.


여기에서 ‘후목분장(朽木糞牆)’이란 말이 나왔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썩은 나무와 거름 흙으로 만든 담장이란 뜻이다. 나무가 썩었으니 썩은 나무에 조각을 할 수는 없다. 또 거름 흙으로 쌓은 담에 어떻게 손질을 할 수가 있나. 기상(氣像)이 썩어 빠진 사람이나 처치 곤란한 사람을 비유하는 말이다. 공자는 이어서 말한다. “전에 나는 그 사람의 말만 듣고 그의 사람됨을 믿었지만 이젠 그의 말을 듣고 또한 그의 행동도 보고 있다. 내가 이렇게 된 것은 재여 때문이다(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始)” 재여가 평소 말은 잘했지만 행실이 이에 따르지 못했던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에도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자우(子羽)는 군자의 용모라 공자가 이를 보고 취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함께 있어 보니 그 행동이 용모와 같지 않았다. 재여는 언사(言辭)가 뛰어나 공자가 이를 보고 취했다. 그러나 그 역시 오래 같이 있어 보니 그 지혜가 언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나온 말이 공자는 ‘용모로써 사람을 취함은 자우에게서 그르쳤고 언변으로 사람을 취함은 재여에게서 그르쳤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는 공자와 같이 어진 이도 사람을 잘못 볼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하물며 우리와 같은 범인(凡人)들이 사람을 잘못 보기는 십상이다.


4·13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가 정치의 후진성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가 무언가. 엉터리 인물을 우리의 대표로 뽑은 데서 시작한 건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 후목분장은 후목불가조(朽木不可雕)라고도 쓴다. 자질이나 바탕이 좋지 않으면 어떤 가르침도 소용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도 애초에 싹수가 노란 정치인은 걸러내야 한다. 이번 선거에선 온갖 연(緣)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인물을 골라 보자.


 


유상철?논설위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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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