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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한 방울로 암 진단’ 과장 의혹…테라노스 CEO 사기꾼 추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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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홈스 테라노스 최고경영자(CEO)는 포춘의 표지 인물로 등장할 만큼 스타트업계의 신데렐라로 주목받았지만 테라노스의 핵심 기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며 위기를 맞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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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노스의 채혈 용기 ‘나노테이너’

신데렐라의 탄생이었다. 피 한 방울로 암부터 수십 가지 질환을 검사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개발한 테라노스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엘리자베스 홈스(32)의 등장은 화려했다.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은 테라노스가 개발한 진단기 ‘에디슨’은 진단 치료에 혁명적 변화를 예고했다. 주삿바늘로 정맥 혈관을 찔러 채혈하는 대신 알약 크기의 채혈 용기인 ‘나노테이너’로 혈액 몇 방울을 채취해 7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은 혁신 그 자체였다. 기존 검사 비용의 10% 수준에 15분 만에 진단할 수 있다고 하자 시장은 흥분했다.

홈스는 도전의 아이콘이었다. 2003년 테라노스를 세울 때 그는 19세였다. 스탠퍼드대 화학과를 자퇴한 뒤다. 바늘에 대한 공포심과 싱가포르 유전자연구소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경험이 도전의 원동력이었다. 옷 고를 시간도 아까워 검은 터틀넥을 즐겨 입는다는 그는 ‘여성 스티브 잡스’로 통했다.

돈도 따라왔다. 2014년 포브스의 억만장자 리스트에 110위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그의 자산은 45억 달러. ‘여성 최연소 억만장자’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회사의 몸값도 뛰었다. 테라노스의 기업가치는 90억 달러로 추정됐다. 7억5000만 달러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테라노스가 보유한 미국 특허만 18개, 역외 특허는 66개였다. ‘바이오 벤처의 신화’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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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이 신화가 흔들려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해 10월 테라노스의 핵심 기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메디케어·메디케이드 서비스센터(CMS)는 테라노스에 대한 감사에 나섰다. 감사 결과 테라노스의 기술이 과장됐다고 밝혀지면 홈스는 희대의 사기꾼으로 추락할 수 있다. 홈스의 위기는 개인의 몰락에만 머무르지 않을 듯하다. 포브스는 “수많은 장애물을 만난 테라노스가 처음으로 무너지는 ‘유니콘’이 될지 시장이 주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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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4개에 불과했던 유니콘은 2년 사이에 급증했다. 벤처 전문 조사회사인 CB인사이트에 따르면 3월 현재 유니콘은 155개다. 이들의 기업가치를 합한 금액은 5500억 달러에 이른다. 유니콘의 몸집이 비대해지며 최근에는 ‘데카콘(Decacorn)’까지 등장했다. 블룸버그통신이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핀터레스트·우버 등 기업가치가 100억 달러가 넘는 초거대 스타트업을 유니콘과 구분해 쓰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시가총액이 100억 달러가 넘는 전 세계 기업은 1221개였다.

유니콘을 성장시킨 영양분은 닷컴버블 붕괴였다. 2001년 닷컴버블이 붕괴한 이후 벤처 생태계의 체질은 바뀌었다. 돈을 좇아 불나방처럼 달려들던 탐욕스러운 개인은 사라졌다. 대신 투자은행·벤처캐피털·사모펀드 등 ‘스마트 머니(현명한 투자자)’ 선수들이 주전으로 활약했다. 선수들은 셈이 빠른 탓에 분위기에 쉽게 휘둘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에 집중했다. 닷컴버블의 교훈으로 전문투자자들은 투자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이런 스마트 머니가 구글의 기업공개(IPO, 2004년)를 이끌었고,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겸 CEO 같은 혁신적 기업가를 시장에서 스타로 만들었다.

이런 스마트 머니가 초창기 유니콘 붐을 주도했다. 여기에 양적완화(QE)라는 불쏘시개도 더해졌다. 벤처캐피털부터 초저금리 속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공적연금·기업연금·투자펀드까지 스타트업으로 몰려들었다. 유니콘은 벤처 생태계의 새로운 유망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성공은 맹신을 낳고 맹신은 과열로 이어진다. 선수들이 투기 열풍에 휩싸였다. 닷컴버블의 교훈은 이내 잊혔다. 차량 공유업체인 우버는 초기에 투자자에게 25%의 수익을 보장했다. 익숙한 공식이다. 닷컴 시대처럼 성장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렸고, 이는 다시 투자자를 불러들여 기업가치는 급등했다. 1640년대 초반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와도 닮았다.

실리콘밸리도 기대에 부풀었다. 캐피털 파트너스의 빌 걸리는 “실리콘밸리에는 어떤 두려움도 없었다. 모든 사람이 다음 유니콘이 되기 위해 내달릴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 달음박질이 점점 투기 질주로 변해 갔다. 이들이 앞다퉈 달리는 코스는 벼랑 끝으로 이어졌다. IPO 시장이 급반전했다. 찬바람이 일었다. 벤처기업 투자는 해당 기업이 IPO를 하거나 비싼 값에 매각할 때 이익을 낸다. 데이터 정보업체인 디아로직에 따르면 2014년 408억 달러에 이르던 정보기술(IT) 업체의 IPO 규모는 지난해 95억 달러로 줄었다. 건수도 2014년 62건에서 지난해에는 29건에 불과했다.

올해도 상황은 별반 나을 것 같지 않다. 기업가치가 투자 시점보다 떨어진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CB인사이트가 운영하는 ‘다운라운드(Down round·기존 평가액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발행하는 것) 트래커’에 따르면 2015년 이후 가치가 하락한 스타트업은 56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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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업체가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가 세운 모바일 결제회사 스퀘어다. 2014년 투자받을 때만 해도 스퀘어의 기업가치는 60억 달러가 넘었다. 투자자에게 20% 이상의 수익을 보장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상장 시점에 상황은 달라졌다. 주당 11~13달러로 예상했던 공모가는 주당 9달러에 그쳤다. 기업가치는 31억 달러로 쪼그라들었고 투자자에게 보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스퀘어의 전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낸 케이스 라보이스가 “스타트업의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났다”고 말할 정도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기업 간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 중”이라며 “앞으로 2년 안에 유니콘 기업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데 베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기를 감지하고 발을 빼는 투자자도 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최대 연기금투자기관인 캘퍼스(CalPERS)는 “향후 10년간 벤처캐피털 투자 비율을 총 자산의 7%에서 1%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기업연금과 공적연금, 투자펀드의 자금 회수에 따른 신용경색이다. 돈줄이 마르면 신생 업체는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하면 유니콘의 절반가량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유니콘에 대한 투자 중단을 선언한 마크 베니오프 세일즈포스닷컴의 창업자는 다보스 포럼에서 “앞으로 수많은 죽은 유니콘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가 유니코프스(Unicorpses)의 해가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유니코프스는 유니콘과 시체(corpse)를 합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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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도 돈다. 포춘은 고가 상품 전문 전자상거래업체 길트그룹과 웨어러블 헬스케어업체 조본, 클린 에너지 업체인 블룸에너지를 위기에 처한 유니콘으로 언급했다.

유니콘의 몰락은 시장의 불안 요인이다. 마켓워치와 블룸버그는 지난해 말 2016년 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을 뒤흔들 블랙스완(돌발 악재) 중 하나로 유니콘의 몰락을 꼽았다. 포브스는 “유니콘이 정말 무너지면 그 여파는 산업 전반으로 퍼져나갈 것”이라는 우려를 내놨다.

동화 신데렐라는 해피 엔딩이다. 하지만 ‘유니콘 신데렐라’인 홈스의 운명은 밝아 보이지 않는다. 홈스가 몰락하면 역사 속 거품 붕괴처럼 또 한 번의 상식 파괴가 이뤄진다. ‘현명한 투자자’가 ‘바보 투자자(Fool’s money)’로 전락하는 것이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유니콘(unicorn)=상장 전 평가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가 넘는 스타트업(Start-Up·신생 기업)을 지칭하는 말이다. 신화 속 동물인 유니콘만큼이나 찾기 힘들다는 의미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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