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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증세 논의, 이제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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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우리 사회는 분노사회를 넘어 원한사회로 가고 있다.”

원한사회라니! 우리 사회가? 표현도 충격적이지만 조만간 발간될 대통령 직속 국민대통합위원회 보고서의 핵심 메시지라는 것도 놀랍다. 보고서를 미리 입수한 신문에 따르면 원인은 빈부 격차다(매일경제, 2016년 2월 26일자). “경제력 차이로 인한 위화감과 불만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란다. 섬뜩한 표현은 예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축적된 갈등이 포기와 단절, 원한, 반감 등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계층 간 갈등이 적절하게 통제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를 무너뜨릴 수 있는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란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을까. 여기서 더 나아가면? 생각하기조차 싫지만 나라의 위기고 공동체의 붕괴다.

경고음은 대통합위만 울린 건 아니다. 이전의 국민의식 조사들도 대동소이했다. 상대적 빈곤과 양극화에 대한 불만이 높다고 지적했다. 노력해도 계층 상승이 어렵다, 계층 상승 가능성도 줄었다, 빈곤과 부의 대물림이 심각하다 등등.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더 늦기 전에 서둘러야 한다. 해결책은 이미 나와 있다. 첫째 일자리, 둘째 복지다.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 역시 알고 있다. 낙후된 서비스업과 중소기업이 강해져야 하고, 노동개혁을 포함한 구조개혁과 구조조정을 서둘러야 한다. 서비스산업 발전과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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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복지 확대가 병행돼야 한다. 저(低)성장의 가능성이 크고 일자리 부족은 지속될 거라서다. 만성적인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 반면교사다. 저출산으로 인구가 줄어드는데도 일본 청년들은 여전히 비정규직으로 허덕이고 있다. 우리 경제가 예전처럼 6~7%씩 성장한다면 무슨 걱정일까. 고용탄력성이 아무리 떨어졌다고 해도 이 정도 성장률이면 일자리는 부족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 경제는 이제 3% 이상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그만큼 역동성이 떨어졌고 갈수록 더 그럴 게 자명하다. 예컨대 15년 뒤인 2031년부터 잠재성장률은 1%대로 급락한다(그래픽 참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추계만 그런 건 아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전망도 매한가지다. 그 후에는? 제로성장이다. 지금의 일본이 그렇다. 잠재성장률이 불과 0.5%다. 일본처럼 우리도 일자리 고민이 갈수록 깊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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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남는 건 복지다. 하지만 지금 수준의 복지로는 턱도 없다는 건 대통합위 보고서가 입증하고 있다. 우리가 저(低)복지국가라는 건 공인된 사실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사회복지지출 비중이 OECD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친다(그래픽 참조).

문제는 재원이다. 현 수준의 복지만 갖고도 2034년이 되면 국가 재정에 큰 문제가 생긴다고 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때가 되면 빚을 갚기 위해선 새로 빚(국채)을 내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고 설명한다. GDP 대비 국가 채무비율도 2014년 37%에서 2060년 169%로 급등할 걸로 내다본다. 요컨대 지금의 재정 수입으로는 지금의 복지조차 앞으로 유지하는 게 버겁다는 얘기다. 당연히 복지를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복지를 늘리겠다면? 유일한 해법은 증세다. 국민을 설득할 명분도 있다. 복지를 늘리려면 세금을 더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우리는 OECD 평균보다 세금을 한참 적게 내는 저부담국가다(그래픽 참조). 명분은 또 있다. 원한사회에서는 갈등이 성장동력을 갉아먹는다. 이쯤 되면 복지는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갈등 해소 자원이 된다. 복지가 외려 성장을 촉진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하는 제안이다. 이번 총선을 계기로 증세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자고 말이다. 왜 하필 총선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총선에서 복지공약이 이슈로 떠오를 것이라서다. 자연히 실현 가능성도 같이 제기될 거다. 재원 조달 방안이 마련됐는가라는 ‘페이고(pay-go)’ 논란이다. 총선이 증세 논의를 시작하기에 딱 좋은 시기라고 보는 이유다. 복지공약의 재원 조달 방안으로 증세를 논의하면 되니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터에 무슨 증세 타령이냐는 지청구도 들을 것 같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더 필요한 게 복지다. 저성장일 때 불평등이 심화되고 불만이 커진다. 증세 논의가 너무 빠르지 않은가라는 지적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차기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바로 증세를 통한 복지 확대를 시작하려면 지금 해도 늦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증세는 보통 어려운 숙제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못 다루면 나라가 위태롭고 정권이 무너진다. 누구에게서 어떤 세금을 얼마나 더 거둘지를 따지는 문제니 오죽 힘들겠는가. 복지 확대는 찬성하지만 증세는 반대하는 국민이 더 많은 우리 현실에서는 더욱 그렇다. 따져야 할 것도 참 많다. 논리적으로는 아무리 옳더라도 접근 방안이 미숙해서도 안 된다. 지난해 연말정산 사태가 단적인 예다. 모든 사람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며 논의하고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다. 그러니 지금도 늦은 듯하다. 물론 증세만 논의하자는 건 아니다. 복지도 같이 테이블에 올려놓고 고민해야 한다. 포퓰리즘 복지, 비효율적 복지, 누수되는 복지는 막아야 한다. 그래야 증세가 명분을 얻는다.

김영욱 금융연구원 상근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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