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The New York Times]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사신의 그림자

기사 이미지

스티븐 라트너
월가 투자 전문가

세계경제에 빨간불이 켜졌다. 금융시장이 맥을 못 추는 가운데 각국의 성장전망률도 하향 조정됐다. 조지 소로스처럼 조만간 2008년급 초대형 금융위기가 재발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얘기로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경제대국들이 경기침체에 돌입했다는 사실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데이터만 보면 미국 경제는 무난히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경제학자들이 경기예측에서 보여준 성적은 형편없다. 1999~2014년 국제통화기금(IMF) 회원국 가운데 적어도 한 나라에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수는 220회였다. 하지만 IMF가 매년 4월 발표하는 경기 전망에서 이런 사실을 예측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지금 인류가 직면한 시련이 과거와 다른 점은 각국 정부가 문제를 개선하기보다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앞뒤가 바뀐 지출 순위와 지나친 긴축 등 잘못된 정책으로 경제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꼭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지 않아 시장과 소비자를 떠받치는 메커니즘과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물론 정부만 욕할 일은 아니다. 세계경제의 침체 원인은 다양하고 복잡하다. 몬드리안의 그림보다는 혼란스레 뒤엉킨 빌렘 데 쿠닝의 추상화를 닮았다고 할까. 우선 선진국들에선 글로벌 시장 경쟁과 생산성 약화로 임금이 제자리걸음을 했다. 동결된 임금은 소비 심리를 억누르며 소득의 양극화를 부추겼다. 돈 쓸 가능성이 작은 부자들 손에 더 많은 돈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 수요가 줄면서 자신감도 저하된 기업들은 투자를 보류했다. 저유가로 고전하는 에너지 기업들이 특히 그랬다. 아마존과 우버 같은 자본 효율성이 높은 기업들이 부상하면서 설비·건물 투자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기사 이미지
기업들이 금융위기를 피하려고 안간힘을 쓴 결과 금융업체들도 두 손이 묶였다. 이들은 대출의 끈을 죄며 거래시장의 유동성을 감소시켰다. 자연히 신용시장이 흔들렸고 기업들은 도산을 걱정하며 비명을 질렀다. 저유가와 상품가격 하락은 제조업 위주의 국가들에 도움을 주긴 했다. 하지만 물가 하락은 공급 증가뿐 아니라 수요 역시 시들해졌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각국 정부는 경제를 악화시키는 조치만 거듭했다. 미국이 대표적이다. 적자 감축에 급급해 지출을 무조건 줄이는 극단적 긴축을 고수했다. 그 결과 대폭 늘어나야 할 ‘국방 외 재량지출’(연구개발비와 사회 인프라 구축비)은 지난 5년간 20% 가까이 감소했다.

그런데도 미 의회는 허점투성이 세제법을 30년 만에 포괄적으로 손본 개정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세제법은 다국적 기업 같은 ‘절세 전문가’들이 해외 매출 분리 등의 꼼수로 법인세를 피하는 데 이용해온 법이다. 올 11월 치러질 미 대선도 기업들에 두려움을 일으킨다. 시장을 교란시킬 위험한 공약을 내건 도널드 트럼프가 승승장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은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잘못 설계된 유로 단일통화 체제에 발목이 잡힌 가운데 그리스 같은 약소국과 독일 같은 경제대국 간의 격차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그 결과 어느 한 나라에서 위기가 해소돼도 금세 다른 나라에서 위기가 재발하는 구도가 됐다.

유럽은 시급히 규제 철폐에 나서야 한다. 프랑스는 경직된 노동법으로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서 떨어질 줄 모른다. 다른 유럽 국가들도 성장산업 발전이 불필요한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 독일은 재생가능 에너지 산업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산업의 비용 부담을 엄청나게 늘려 버렸다. 또 유럽 기업들은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성장 불씨를 유지했던 은행들의 탄약이 바닥나자 공포에 휩싸였다. 그 결과 좀 더 견실한 재정정책을 도입할 필요성이 시급해졌다.

중국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선진국들과 달리 중국 정부는 행동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문제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모를 때가 많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금융시장이다. 중국 증시가 하락하자 당국은 중국 국민을 매수자로 내세우며 방어에 나섰다. 반대로 주가가 치솟았을 때엔 신용매수를 제한해 주가가 다시 급락하게 만들었다. 환율 정책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부터 중국은 강세로 돌아선 달러와 위안화의 연동제 폐기에 집중했다. 그러나 우왕좌왕했던 조정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면서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자본(지난해 12월에만 1590억 달러)이 빠져나가는 결과를 낳았다.

가장 두려운 건 중국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다. 특유의 불투명한 구조 때문에 부채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경제가 7%씩 성장하고 있다는 중국 정부의 주장을 믿는 전문가는 아무도 없다.

최근 세계가 겪은 두 번의 경제위기는 대부분 민간기업의 잘못으로 시작됐다. 2000년대 중반엔 부실 대출이 문제였고 21세기 초반엔 닷컴 버블이 문제의 시발점이었다. 그러나 이번은 다르다. 우리가 지금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해 세 번째 글로벌 경제위기를 맞는다면 그 잘못은 각국 정부 지도자들에게 있다.

스티븐 라트너 월가 투자 전문가

◆ 원문은 중앙일보 전재계약 뉴욕타임스 신디케이트 9일자 게재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