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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위안부 피해자 추모시설, 진주만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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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미국 하와이 인구 140만 명 중 약 23%가 일본계라고 한다. 관광객에서 일본인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다 보니 일본어만 구사해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는 농담도 나올 정도다. 그런 하와이에서도 일본어가 거의 들리지 않는 곳이 있으니 ‘진주만 역사구역’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이 감행한 진주만 공격으로 미군 2386명이 전사하고 18척의 함선이 침몰한 현장이다. 그중 1177명의 전사자를 내며 침몰해 최악의 피해를 본 전함 애리조나는 인양 과정의 위험성 때문에 바다에 가라앉은 채 기념관의 일부가 됐다.

흥미로운 건 애리조나 기념관 옆 박물관이다. 전쟁의 참상을 전하는 동시에 ‘일본 입장에서 본 시각(View from Japan)’이라는 코너를 마련했다. 전체 박물관의 약 20%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일본이 진주만 공격을 계획한 배경을 다뤘다. 1941년 당시 미국이 일본에 석유 수출을 중단했던 것이 일본을 자극했다는 식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미국의 일방적 주장만 담는 게 아니라 역사적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라고 설명했다.

최근 미 국무부 교육기관 동서문화센터 프로그램으로 이곳을 방문한 일본인 참석자는 이렇게 말했다. “오기 전엔 일본에 대한 감정적 비난 일색으로 나까지 비판의 대상이 될까 두려웠는데, 와서 보니 객관성이라는 장치까지 철저히 생각한 게 더 무섭다.”

미국의 철저함은 미주리호의 배치에서 절정을 이룬다. 미주리호가 어떤 전함인가. 미국이 일본의 진주만 공격에서 무사했던 미주리호를 도쿄만까지 끌고 가서 항복문서에 사인하게 한 역사의 상징이다. 이 미주리호는 애리조나호가 침몰한 지점을 내려다보는 지점에 정박해 있다.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다.

한국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이뤘지만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합의”라는 것 외엔 피해자 보상 방안과 추모시설 등 구체적 내용 모두 오리무중이다. 이 와중에 18일엔 일본 문부과학성이 교과서 검정조사심의회를 열 예정으로, 위안부 관련 기술을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이 더 신속하고 철저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추모시설과 피해자 보상에 있어서도 냉정하고 철저하게,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추모시설 건립 청사진도 신속히 내놔야 한다.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철저한 기록의 장으로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중차대한 일인 만큼 기민하게 움직여야 한다. 진주만이 알려주듯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전수진 정치국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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