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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기업 어려워진 책임, 모두 직원이 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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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기
경제부문 기자

최근 중견기업 경영자 A와 식사 자리에서 나온 얘기다. 작지 않은 기업을 이끌던 B는 매출감소와 부채상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부도를 맞게 됐다. B는 백방으로 뛰었지만 결국 자신이 일군 기업을 타인에게 넘기게 됐다. B가 회사를 넘기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직원의 고용을 유지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읍소 끝에 B는 임원급 이하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결국 B는 기대했던 매매가보다 적은 돈을 손에 쥐게 됐다. 기업을 인수한 이가 ”부담을 떠넘긴다“며 가격을 후려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함께 밥을 먹던 A는 그런 그를 두고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했다. “당장 나도 급한데 직원들의 고용 유지는 웬 말이냐”라고 했다.

직원은 과연 비용 요인일까. 회사가 직원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호경기에 직원은 미래를 대비하는 자원, 즉 ‘휴먼 리소스’로 여겨진다. 하지만 지금처럼 경기가 얼어붙을 때면 상황은 정반대가 된다.

최근 두산그룹의 ‘대리급 명예퇴직’ 논란에서 볼 수 있듯 기업들은 일단 직원 수를 줄이는 일을 불경기에 대비하는 최우선책으로 여긴다. 한 해 매출이 50조원을 넘나드는 국내 한 대기업도 지난해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대규모 장치 산업을 업(業)으로 하는 이 회사는 7000여명의 직원 중 350명 가량을 내보냈다. 그 특성상 인건비 비중이 매출액의 1%에도 미치지 못함에도 인력조정을 단행했다. “외부에선 자르는 걸 효율화의 시작으로 본다”란 설명이었다. 최근 ‘야근·휴일수당’을 둘러싼 논란도 결국 ‘직원=비용’이란 시선에서 출발한다. ‘그 일이 뭐가 어렵냐’는 한 대기업 회장의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댓글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물론 기업은 그 속성상 이윤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일하지 않고 자신의 월급만 바라는 직원도 물론 있다. 흔히 ‘2:8의 법칙’으로 불리우는, ‘일하지 않는 80%의 직원을 어떻게 할까’는 모든 기업의 고민이다.

하지만 기업이 어려워진 책임이 모두 직원들 때문인가. 직원의 게으름보다는 리더의 판단 착오나 잘못된 투자로 인한 손실이 더 클 때도 많다. 가능한 선에서 고용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의 책무다. 기업의 책무란 결국 ‘사업보국(事業報國)’으로 이어진다. 요즘은 ‘보국’같은 낭만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절이란 걸 안다. 그래도 보국까진 아니어도 자기 직원은 아끼는 기업가들이 더 많아졌으면 한다. 공격적인 투자와 성장도 결국 믿고 일을 맡길 직원들이 많을 때 가능한 일 아닐까.

이수기 retal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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