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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세돌 "꼭 이기고 싶었는데, 3연패 때보다 오늘이 더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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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알파고와의 마지막 대국에 앞서 딸 혜림양과 대기실에서 장난치며 긴장을 풀고 있다. [사진 구글]

15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국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패배, 1승 4패로 대결을 마친 이세돌 9단은 아쉬운 표정으로 폐회식에 섰다. 그는 “이번은 내가 주인공이 아닌 거 같다. 너무 아쉽지만 감사하고 죄송했다”며 자리를 떴다. 호텔을 벗어난 이세돌 9단은 형 이상훈 9단 등과 함께 근처에서 술을 마시며 패배의 아픔을 달랬다. 술자리는 12시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그를 단독으로 만났다.

본지 기자에게 속내 털어놓은 이세돌
대국 뒤 형 이상훈 9단과 4시간 술

이세돌 9단은 술자리 내내 마지막 대국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으로 5국 기보를 보면서 복기를 하고 아쉬운 점을 형에게 물었다. 이 9단은 “내 바둑이 너무 형편없었다. 상변 삭감을 할 때 중앙으로 갔어야 하는데 너무 욕심을 부렸다. 깊숙이 어깨를 짚는 바람에 대국 내용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3국까지는 알파고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다. 4국부터는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5국에서 정말 제대로 붙어 보고 싶어서 준비를 가장 많이 했는데 정말 아쉽다. 3연패를 했을 때보다 5국에서 졌을 때가 더 마음이 아팠다”고 털어놓았다. 또 “상대가 기계라는 점을 의식해 감정적으로 흔들린 부분이 있었고, 꼭 이기고 싶다는 생각에 과욕을 부렸다. 4대 1로 져서 부끄럽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5국에서 흑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세돌 9단은 “4국이 끝난 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와 티타임을 했다. 데미스 허사비스가 알파고는 백을 잡으면 승률이 52%라고 하더다. 그렇다면 나는 48%의 승률인 흑번으로 해보고 싶었다.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번 대결에서 인간적인 매력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말에는 “나는 프로다. 바둑으로 밥 벌어먹고 사는, 바둑이 업인 사람이다. 냉정한 승부의 세계에서 인간적이라는 건 약점이다. 인간적인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바둑을 뒀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또 “내가 나를 넘어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한계이지 인간의 한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듭 말하지만 이번 패배는 이세돌의 패배지 인간의 패배가 아니다”라고 했다.

알파고의 실력에 대해서는 “알파고가 잘 두는 것은 맞다. 하지만 바둑의 신 정도는 아니다”라며 강하게 말했다. 이 9단은 “5국은 내가 아니라 젊은 프로 기사인 박정환 선수가 뒀다면 충분히 이겼을 것”이라며 “인공지능은 아직 한계가 있다. 실질적으로 인간을 따라올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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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대국자와 복기를 못해 답답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보통 바둑은 대국이 끝난 뒤 상대와 함께 복기를 하며 패착이나 승착을 되짚어본다. 이세돌 9단은 “그렇지 않다. 내가 스스로 나의 바둑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상대방이 어떤 의도로 바둑을 뒀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내가 잘못 둔 수에 대해 개선책을 찾고 싶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커제 9단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커제 9단은 이번 대결 내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알파고와 이세돌 9단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밝혀 화제가 됐다. 이세돌 9단은 “신경 쓰지 않는다. 커제가 아직 어리지 않느냐. 나와 14살 차이가 난다. 사람들이 커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 나이 때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고 웃으며 말했다.

가족에 대해서는 “아내와 딸 혜림이에게 미안하다. 오랜만에 봤는데 내가 신경을 못 써줬다. 대국을 앞두고 감정이 흔들릴까 봐 혜림이와도 제대로 놀아주지 못했다”고 했다. 또 “지금까지 내 인생 최대의 대국은 2014년 열린 구리 9단와의 10번기였는데, 구리 9단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번 알파고와의 대결, 특히 5국이 내 인생에서 가장 잊지 못할 대국이 됐다”고 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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