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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손님에게 받은 ‘마음의 상처’ 산재 적용

지난달 셀프주유소에서 벤츠 승용차를 탄 50대 여성이 주유원에게 쓰레기를 집어던지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은 동영상이 유포돼 논란이 일었다. 이른바 고객 ‘갑질’이다. 폐쇄회로TV(CCTV)에 담긴 관련 영상은 인터넷을 달궜다.

고용노동부, 보상시행령 개정
텔레마케터·편의점 직원 등
700만 명 외상 없어도 혜택

그러나 문제의 여성은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도 오히려 주유원에게 먼저 사과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 주유원은 “너무 어이가 없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한 음식점에서 손님이 음식을 뒤엎고 종업원에게 강제로 먹이려 했다. 이 종업원은 상당한 충격을 받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이런 일을 당하면 우울증이나 일을 제대로 못하는 스트레스성 정신장애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으로는 산업재해로 인정받기 어렵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에는 업무상 질병 기준으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만 인정하고 있어서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는 신체적인 손상과 생명을 위협하는 사고를 당해 심리적 상처를 입고 정신질환 증세를 보이는 경우다. 심하게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정도의 사고 충격이 아니면 산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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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08년 69건이던 업무상 정신질환에 대한 산재 신청 건수는 2014년 137건으로 두 배 정도 늘었지만 그리 많지 않다. 승인된 건수는 신청건수의 34%인 47건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달 말부터는 고객의 행패로 우울증이나 적응장애가 발생하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된다. 텔레마케터, 항공기 객실승무원, 편의점 직원, 호텔 종업원 등 700만 명으로 추정되는 감정노동자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고용노동부는 15일 이런 내용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고용부 시민석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감정노동자들의 정신질환 피해 사례가 늘고 있지만 관련 규정이 미비해 산재 인정 비율이 낮고, 그래서 신청도 적었다”며 “업무상 질병 인정 기준이 우울증과 적응장애까지 확대되면서 산재 신청과 승인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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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는 기업의 감정노동자 관리 체계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은 친절교육을 통해 고객의 폭언 등에 따른 정신적 충격을 견디도록 했다. 그러나 산재 인정 범위가 넓어지면서 직원에 대한 교육 못지않게 회사 차원의 예방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 산재발생률이 높아지면 공공부문 응찰 제한, 산재보험 요율 인상과 같은 기업이 져야 하는 불이익과 부담도 함께 늘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항공사에서 운영 중인 탑승금지자 명단(블랙리스트) 같은 예방 조치가 확산할 수 있다.

고용부는 이와 함께 7월 1일부터 대출 모집인이나 신용카드 모집인, 전속 대리운전 기사에게도 산재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약 11만 명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다만 여러 업체의 콜을 받아 일을 하는 비전속 대리운전기사는 본인이 보험료를 부담할 경우 산재보험에 임의가입할 수 있다. 두 개 이상의 업체에서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의 산재보상 기준도 확대된다. 지금까지는 재해를 입은 회사의 평균임금으로 보상금을 책정했다.

7월 1일부터는 재해를 입은 회사뿐 아니라 일하는 모든 사업장의 임금을 합산해 그 평균을 보상기준으로 삼는다. 예컨대 A회사에서 시간당 1만원, B업체에서 시간당 1만원으로 각각 4시간씩 근무하다 A사에서 산재사고를 당했다고 치자. 지금은 A사의 4만원을 기준으로 산재보상을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두 회사의 임금을 합산해 산정한 평균임금(8만원)으로 보상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은 회사가 직원들의 건강증진을 위해 설치한 직장체육시설 골프장에서 일하는 캐디도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포함하도록 했다. 따라서 이들도 일반 골프장 캐디처럼 산재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 산재보험요율 산정 기준으로 삼는 상시근로자 수에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도 넣도록 했다. 또 산재 심사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해 산재심사위원회 회의를 상임위원뿐 아니라 위원장의 지명을 받은 비상임위원도 주재할 수 있게 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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