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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10년 뒤? 현모양처가 돼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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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구리=김현동 기자


올림픽 2연패. 500m 세계 기록 보유자. 월드컵 통산 37회 우승.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이상화(27·스포츠토토) 하면 '빙속 여제'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여왕'보다 '여제'라는 말이 더 좋다. 뭔가 더 강인해보이지 않나"라던 그는 링크에서 늘 힘차고, 강했다.

'선수 이상화'가 아닌 '인간 이상화'는 어떨까. 11일 경기도 구리시에 위치한 위스타트(We start) 구리마을 새싹지역아동센터. 사단법인 위스타트와 베이커리 브랜드 브레댄코가 진행한 어린이 파티시에 교실에서 만난 이상화는 흰 셔츠와 롱스커트를 입고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겼다. 이상화는 이날 1시간 동안 저소득층 초등학생 22명과 함께 케이크를 만드는 봉사활동에 참여한 이상화의 시시콜콜한 일상 이야기를 들었다.

- 어린이들과 같이 케이크 만들었는데 어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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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구리=김현동 기자


"저는 아주 좋았어요. 아이들과 처음 만들어봐서 걱정도 많았는데 모든 과정이 참 재미있더라고요. (상화 선수가 누구인지 알던가요?)제가 온다고 전날에 공부들을 다 미리 했더라고요. 지금은 모르겠지만 나중엔 저하고 지낸 시간이 더 귀중하게 여겨지지 않을까요(웃음)."

- 평소 기부 활동에 대해선 어떤 생각이 있나요.

"나눌 수 있는 베품? 베풀어야 저한테도 복이 돌아오는 거 아닌가 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기회가 있을 땐 많이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더 많이 하고 싶어요."

- 원래 요리에 취미가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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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구리=김현동 기자


"전혀 없었어요. 그러다가 캐나다에서 혼자 지내면서 조금씩 하고 있어요. 요즘엔 요리 프로그램이 대세잖아요. 그런 TV 프로그램을 보면서 조금씩 따라하고, 하다보니깐 늘더라고요. (자신있는 요리가 있나요?) 떡볶이요. 은근히 쉽던데… 서서 음식하기 힘들어서 그렇죠. 시간 가는 줄 몰라요. (레시피 보고 만드나요?) 그거 보고 해야죠. 당연히… 혼자서 어떻게 해요(웃음). (떡볶이 말고는 다른 음식 만들어 먹나요?) 사실 캐나다에서 운동 같이 하는 선수들하고 한국 전통 음식, 김치찌개 같은 거 하면 동료들이 잘 먹더라고요. 저흰 날을 정해서 하루는 캐나다 음식, 다른 하루는 일본 음식, 어떤 날은 한식 그렇게 돌아가면서 먹고 그랬어요."

- 평소에 케이크와 같은 음식은 잘 못 먹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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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과 케이크를 만드는 이상화 구리=김현동 기자


"그래도 당기면 먹어요. 먹고 운동해서 빼고 그런 식이죠. 많이는 못 먹지만 조각 케이크로 나와있는 것들만 먹어요. 음식은 너무 많이 먹으면 늘 운동을 해야 하잖아요. 저는 배부른 느낌이 싫어서, 딱 그 전까지만 먹는 편이예요."

평소 이상화의 취미는 레고 블럭 조립과 네일아트로 알려져 있다. 특히 레고 블럭은 이상화가 스스로 "희귀 아이템이 있다"고 할 정도로 가장 좋아하는 취미다. 실젲로 이상화는 인터뷰 도중 지난달 세계선수권이 열린 러시아 콜롬나에 출장 간 기자를 향해 "거기 레고가 있었어요?"라고 묻기도 했다.

- 레고 블럭 취미가 유명해요.

"캐나다에 있으면서도 레고 조립했죠. 몇 개는 한국에 갖고 왔어요. 작은 건 잘 안 모으고 큰 거 위주로 해요. (한 번 만들면 얼마나 걸려요?) 보통 하루면 다 하는데, 어떤 건 진짜 오래 걸려요. 시티 시리즈의 레스토랑을 어제부터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블럭 수도 많고, 만드는 방법 설명서도 꽤 길더라고요. 하다가 블럭이 잘못 들어가면 다 뒤틀리잖아요. 지금 그런 상태여서 만들다가 잠깐 멈춘 상태예요. 시청, 레스토랑, 극장을 만들었어요."

- 한번 만들면 오래 집중하죠.

"시즌 중에는 안 해요. 외국에 많이 돌아다녀서 시간이 없고요. 해외에 있는 동안 블럭을 가만히 놓아두면 집에 강아지들이 차서 어디로 가 있는지 몰라요. 집에서 할 거 없을 때 이거 하면 진짜 시간 잘 가요. 어떨 땐 레고 블럭 쌓느라 허리 아플 때도 있어요."

- 네일아트는 아직도 하나요.

"캐나다 간 이후엔 잘 안 했어요. 손톱이 좀 상해서… 예전엔 자주 했는데 이젠 나이가 드니까… 잘 안 하게 되더라고요."

이상화는 지난해 5월부터 캐나다 캘거리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시즌을 준비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당시 2회 연속 금메달을 이끈 케빈 크로켓(캐나다) 코치와 함께 지내면서 훈련과 재활을 병행했다.

- 왜 캐나다로 갔나요.

"어렸을 때부터 대표팀 전지훈련도 가보고 스케이트 타면서 편안하게 생각했던 곳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무엇보다 한국의 훈련 시스템을 줄곧 경험해왔으니까 바깥은 어떤지를 경험해보고 싶었어요. 은퇴하기 전에 다른 나라에서 어떻게 훈련하고 준비하는 지, 언제 경험해보겠어요. 개인적으론 자발적으로 나서서 운동하는 게 좀 더 능률이 오를 거라고 생각했어요."

- 캐나다 생활은 어땠어요. 홀로 지내서 외롭진 않았나요.

"재미있었어요. 그냥 다 좋았어요. 운동 끝나고나서 자유로운 분위기도 좋았고요. 개인적으론 한국에서 춘천 간 느낌? 날씨도 선선하고, 지낼 만 했어요. 여가 시간엔 동료들과 쇼핑도 하고, 차 마시면서 얘기하고 지냈어요. 캘거리엔 물놀이할 곳이 없어서 에드먼턴으로 건너가서 놀기로 했고요."

- 그러면 한국이 그립진 않았나요.

"아무래도 한국에 있는 친구들하곤 좀 연락이 뜸해지긴 했어요. 한국 얘기 들으면 아무래도 더 외로워질 것 같아서요. 그래도 바깥에서 지내다가 한국말이 들리는 게 재미있었어요."

- 한국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챙겨보진 않았나요.

"인상깊은 건 없었어요. 그냥 모든 게 다 재미있었어요. 아! 요즘엔 시사 프로그램이 당겼어요. '그것이 알고 싶다', '추적 60분’ 같은거요. 그런데 무서운 거 나올 땐 좀 그래요. 일부러 낮 시간에 봤어요. 밤에는 무서워서 그런 거 절대 못 봐요."

- 캐나다에서 훈련 프로그램은 좀 다르게 가져갔나요.

"한국에 있을 때하곤 같았어요. 훈련 환경이 좀 달라졌을 뿐이죠. 대신 이런 건 있었어요. 소치 겨울올림픽 끝나고나선 솔직히 운동을 못 했어요. 그래서 올 시즌 앞두고 준비를 좀 일찍 시작했어요. 올림픽 끝나고 못 했던 운동들을 이번 시즌에 더 했어요. 남들이 1개 할 때, 저는 10개를 더 한 식으로요."

이상화는 최근 들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을 통해 지인뿐 아니라 빙상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도 틈틈이 운동 중에 올리는가 하면, 지난달 세계선수권 우승 땐 '2년 만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사실 많이 떨리고 힘들고 외로웠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 드디어 내가 이겼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 인스타그램을 하던데요.

"팬들하고 소통하는거죠. 원래는 SNS 잘 안 하는 편이었어요. 아무래도 저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 같아서요. '이렇게 지내고 있다' 하는 식으로 올리면 소통하고 재미있더라고요. 그래도 너무 자주 하면 중독될 거 같아서 일부러 매일 안 보고, 적당히 하려고 해요. SNS는 팬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을 보여주는 공간이예요. '선수 이상화'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자는거죠."

- 스스로 여성스럽다고 느껴질 땐 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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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과 케이크를 만드는 이상화 구리=김현동 기자


"행사갈 때? 머리 하고, 메이크업 다 했을 때요. 그때만 여성스럽지 평소에 운동할 땐 트레이닝복만 입으니까요. 그냥 보면 '어, 괜찮다' 정도?(웃음)"

- 스스로 생각하는 자신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없어요. 아니, 있기는 하겠지만 이제는 제가 이야기하는 건 좀…(웃음)"

- 고민이 있으면 누구와 상담하나요.

"친구들이요. 일부러 가족한테는 제 고민 얘기 안 해요. 오래 된 친구들하고 나이 있는 언니들이 있어요. 그런데 고민을 제가 주로 들어주는 편이예요. 이런 고민이 있으면 해결책을 주고 그런 식이죠."

- 사람들이 이상화를 향해 가장 많이 하는 오해가 있다면요.

"좀 이미지가 세다는 것? 그런데 운동할 땐 센 이미지가 제일인 것 같아요. 신경전도 해야 하고, 그럴 때 센 이미지가 좋잖아요. 운동 선수 이미지가 한 번 만들어지면 크게 바꿔질 수도 없는건데요. 그래도 저를 아시는 분들 중에선 '겉은 저래도, 속은 안 저렇더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세요."

- 인간 이상화를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요.

"따뜻한 사람. 그리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는 사람. 이렇게요."

이상화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한다. 그는 "운동 선수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싶은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직은 이른 이야기지만 그에게 은퇴, 그리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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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가 `상화케익` 수익금을 위스타트에 기부했다. 이상화(가운데)와 홍수현 브레댄코 대표(왼쪽), 신동재 위스타트 사무총장. 구리=김현동 기자


- 은퇴한 다음 계획은요.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런데 그동안 매일 운동 스케줄에 맞춰서 해왔으니 이후엔 그냥 다 내려놓고 쉬고 싶어요. 남들과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요.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좀 쉬다가 계획을 짤 거 같아요."

- 10년 뒤엔 어떤 모습일까요.

"현모양처?(웃음) 결혼은 그래도 했겠죠?"

- 외국에선 빙상 선수들끼리 만나기도 하던데요.

"글쎄, 전 우리나라에선 없을 거 같아요(웃음). 외국 선수도 음… 좀 힘들 것 같아요. 다른 분야에서 새로운 경험과 고민을 한 사람과 함께 하면 좋을 거 같아요."
 
 

구리=김효경·김지한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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