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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몰릴수록 손해…서울대어린이병원 30년간 적자

생후 21개월 된 남자아이 수민(가명)이는 태어날 때부터 희귀난치성 질환 ‘근세관성근증’을 앓고 있다. 10만 명당 2명꼴로 나타나는 희귀병이다. 온몸의 근육에 힘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부분 인공호흡기를 달고 누워 있어야 한다.

운영비 성인병원의 최대 7배
아동 건보 수가 혜택 거의 없어
의료진 사이서도 기피 1순위

수민이는 신생아 시절 일반 상급종합병원에 머물렀으나 2014년 말 서울대어린이병원 희귀질환센터로 옮겨져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있다. 매주 병원을 방문해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스스로 호흡하고 팔다리를 자유롭게 움직인다. 수민이 아빠 이모씨는 “어린이병원이 있어 조금이나마 아이가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병원은 수민이처럼 치료가 어려운 희귀·중증 질환 아동에겐 필수적이다. 일반 어린이환자도 몰리면서 서울대어린이병원의 환자수는 2011년 41만6868명(외래·입원)에서 2014년 42만5748명으로 늘었다. 부산대병원과 경북대병원 같은 지방 국립대병원도 마찬가지다. 세브란스·서울아산 등 민간 병원들도 매년 20여만 명의 환자가 찾고 있다. 정부도 지방 권역별 국립대병원에 수백억원을 지원해 어린이병원을 짓도록 독려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지난 11일 기공식을 열고 145병상 규모의 어린이병원 건립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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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지원은 병원 건립에서 멈춘다. 운영 지원은 없다 보니 어린이병원은 환자가 늘어날수록 손해를 보고 있다. 어린이병원 대부분이 중환자실과 수술실 등 성인 병원 못지않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데다 인력이 훨씬 많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병원 운영 원가는 성인 병원과 비교해 최대 7배(수술실)나 많다. 그러다 보니 1985년 문을 연 서울대어린이병원은 약 30년간 적자를 면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부산대(지난해 55억원), 서울아산(2014년 45억원) 등 국립대·민간을 가리지 않고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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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 사이에서도 어린이병원은 기피 대상 1순위가 되곤 한다. 어른보다 아이를 돌보는 일이 훨씬 고되다. 간단한 정맥주사를 놓을 때도 아이들은 혈관도 작은 데다 가만히 있지 않아 의료진 두세 명이 달라붙는 일이 흔하다. 서울대어린이병원의 병상당 의사수(2014년)는 0.75명으로 미국 보스턴어린이병원(4.93명) 등에 비해 열악한 수준이다. 남상욱 양산부산대어린이병원장은 “소아과는 힘들고 대우는 못 받는다는 생각이 의료진 사이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아동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 혜택이 거의 없는 것도 어린이병원의 운영을 더욱 어렵게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린이병원은 개인의 기부에 희망을 걸기도 한다. 실제로 서울대와 부산대는 기부금을 받아 환자 치료 등에 쓰고 있다. 권순학 칠곡경북대어린이병원장은 “외국의 경우 재정의 3분의 1을 기부로 채우고 3분의 1은 국가에서 보조받는다. 정책이 파격적으로 바뀌기 어려운 만큼 기부 통로가 넓어지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도 뒤늦게 문제점 개선에 착수했다. 지난 10일 발표한 공공보건의료 대책에서 어린이병원의 ‘공공전문진료센터’ 지정 계획을 내놨다. 일정 기준을 충족한 어린이병원엔 운영비 보조, 수가 인상 등의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언제 이뤄질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시설이나 장비 지원은 기획재정부와 논의를 거쳐야 하므로 최소 1~2년은 기다려야 하고 수가 인상도 심의 통과부터 쉽지 않다. 지금으로선 첫 삽을 떴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린이병원을 ‘아동 복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석화 서울대어린이병원장은 “어릴 때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면 평생 안고 가야 하는데 아동 투자에 인색해 안타깝다. 공공성을 고려해 파격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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