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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릴레이] ⑩ 이충후가 임정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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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후 셰프

프랑스에서 돌아와 서울에 왔을 때, 나는 서래마을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경남 진주에서 자란 촌놈에게 서울은 좁은 땅에 많은 인구가 부대껴 사는 커다란 도시였다. 서울에서 레스토랑을 하되 동네 사람들도 편하게 와서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성북동·한남동과 역삼동 뒷골목을 둘러보다가 서래마을로 결정했다. 서울의 여느 동네보다 느리게 변할 것 같은 느낌이 좋았다.

코스에 여러 반찬 ‘한상 차림’
뉴욕에 모던 한식 처음 알려
세계로 뻗는 그 용기 부러워

지금은 ‘네오 비스트로의 선두주자’라는 얘기를 듣지만 ‘제로 컴플렉스’ 오픈 초기엔 ‘이게 무슨 프렌치냐’는 타박도 없지 않았다. 강한 프랑스 소스 맛에 길들여졌던 손님들은 식재료의 본래 맛을 살리는 가벼운 터치에 ‘그 정도면 나도 하겠다’고 반응하기도 했다. 내 철학은 음식에서 식재료가 90%라는 것이다. 그만큼 좋은 재료를 공수해야 하기에 매주 허브 농장을 방문하고 식재료 이해에 힘쓴다. 그런 점에서 김성운 셰프(‘테이블 포포’)와 뜻이 통한다.

<본지 2월 15일자 20면 셰프릴레이 9회>

요리는 수학과 달라서 답이 없다. 그래서 잘 맞는 멘토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 내겐 파리 ‘르 샤토브리앙’의 이나키 애즈피타르트(Inaki Aizpitarte) 셰프가 그런 분이다. 그에게서 식재료를 갖고 노는 법을 배웠다. 아직까지 내 요리는 창의적이기보다 ‘기억의 재해석’에 가깝다. 프랑스에서 6년간 배운 것에다 한국의 경험을 풀어내며 내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다. 예컨대 한국에서 대구탕만 먹다가 프랑스에서 대구 스테이크를 처음 먹었을 때 충격을 받았다. 내가 지향하는 것은 이렇게 익숙한 로컬(현지) 재료를 이용해 이국적인 맛을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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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당의 디저트 구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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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식 셰프

그런 점에서 정식당(서울 청담동)의 임정식 오너셰프에겐 배울 게 많다. 평소 장난스럽지만 생각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다. 한국적인 것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것으로 뻗어 가는 과감함이 있다. 예컨대 파인다이닝(fine dining) 코스 안에다 ‘메인 요리 + 반찬 여럿’의 한 상 차림을 도입한다. ‘전통 한식’ 하면 바로 연상되는 관습이기 때문에 파인다이닝에선 일부러라도 피하는 상차림이다. 그런데 대범하게 그걸 내놓음으로써 한식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용기에 소름이 돋았다.

그런 대범함으로 미국 뉴욕에 ‘정식(Jungsik)’을 열고 미쉐린(미슐랭) 2스타를 딸 수 있었을 게다. 지금은 모던 한식이 대세가 됐지만 ‘뉴코리안’이란 걸 처음 알린 이도 임 셰프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 편이 연내 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울의 정식당도 반드시 미쉐린 별을 딸 것이라고 믿는다. 미쉐린 가이드는 음식 맛뿐 아니라 서비스, 와인 리스트 등을 총체적으로 보는데 정식당은 그런 점에서 업계 선두 아닌가. 뉴욕과 서울에서 동시에 별을 따는 셰프로서 후배들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계속 발전해 가길. 하늘의 별을 보며 길을 찾듯 선배를 보면서 나도 내 길을 찾아가겠다.

정리=강혜란 기자 사진=임현동 기자 theother@joongang.co.kr

한 그릇의 음식에 담긴 인연과 철학, 셰프가 주목하는 또 다른 셰프를 통해 맛집 릴레이를 이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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