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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당신] 파도소리 같은 자연음, 뇌파 안정시켜 불면증·이명 좋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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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소리에 예민하다. 좋은 음악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반대로 소음을 접하면 순간적으로 짜증이 확 밀려온다. 층간소음으로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는 건 예삿일이다. 급기야 살인사건으로 번질 만큼 소음이 주는 불쾌감은 강렬하다. 하지만 예외도 있다. 일부러 찾아 듣는 ‘백색소음’이 그렇다.

주변 소음 덮어줘 약이 되는 ‘백색소음’


청각 치료에 활용되는 건 물론이고 수면을 돕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독이 아닌 약이 되는 소음, 백색음에 대해 알아봤다.

전업주부 김모(59)씨는 1년 전 이명 진단을 받았다. 아픈 가족의 병 시중으로 심신이 지쳐 있고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때다. 김씨는 어느 날 조용한 방에서 날카롭고 자극적인 "삐~” 소리를 들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소리는 점점 커졌다. 잠을 못 자고 책 읽기가 힘든 지경이었다. 다행히 최근에는 증상이 한결 나아졌다. 다름아닌 ‘백색소음’을 꾸준히 들은 덕분이다. 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이호윤 교수는 “백색소음은 이명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는 소리 치료에 쓰인다”며 “성공률이 높고 부작용이 거의 없는 보조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소음은 사람에게 해롭다. 주변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소음은 불쾌감과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한다. 강한 소음은 청력 손상의 주범이다. 정서 불안과 스트레스, 두통과 초조함, 내분비의 교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백색소음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건강한 생활의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주변 소음 덮는 완충재 역할

백색소음은 여러 주파수 범위의 소리가 합쳐진 것을 말한다. 햇빛을 떠올려 보자. 햇빛을 프리즘에 비추면 무지개색을 띤다. 역으로 무지개색을 모두 합치면 투명한 빛이 된다. 햇빛은 투명하지만 색으로 나타낼 때는 백색광이라고 표현한다. 백색소음 역시 각각의 개별 음이 뭉쳐진 소리를 뜻한다. 귀가 싫어하는 소음과는 차이가 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전자정보공학부) 소장은 “소리는 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게 백색소음의 특징”이라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아니라 주변에서 흔히 듣는 배경음”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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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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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소리


빗소리, 폭포소리, 파도소리, 시냇물소리, 나뭇가지가 바람에 스치는 소리 같은 자연음이 대표적인 백색소음이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 냉장고 작동 소리 같은 환경음도 백색소음에 해당한다. 이는 주변에서 항상 듣는 익숙한 소리다. 간혹 소음처럼 느껴지더라도 심리적으로 크게 의식되지 않는다. 오히려 자극적인 소음을 덮어주는 완충재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백색소음에는 이명 환자가 느끼는 특정 주파수가 포함돼 있다”며 “이명이 들리지만 백색소음 덕택에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하루 6시간씩 6개월 이상 들으면 치료 효과가 최대 80%까지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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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뇌파 안정시켜 심신 이완 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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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소음은 때때로 잠을 유도하는 착한 도우미다. 프로골퍼인 장재식(35)씨는 선수 시절 불면증에 시달렸다. 시합 전날만 되면 긴장되고 불안한 탓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 다음 날엔 어김없이 몸의 균형이 깨져 경기력이 흔들렸다. 2004년 병원을 찾은 장 프로는 처음으로 백색소음의 존재를 알게 됐다. 그는 “뇌파를 측정하는 상태로 수면훈련을 받았다”며 “이때 파도소리, 시냇물소리 같은 백색소음도 함께 들려줬다. 병원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스르르 잠든 적이 수차례”라고 떠올렸다. 지금까지도 잠을 이루지 못할 때면 백색소음의 도움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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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백색소음은 어떻게 뇌를 움직여 잠을 유도할까. 뇌파는 주파수대에 따라 델타파(4㎐ 미만)와 세타파(4∼8㎐), 알파파(8∼13㎐), 베타파(13∼30㎐)로 나뉜다. 베타파는 불안하고 흥분할 때 두드러진다. 알파파는 마음이 고요하거나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을 때 발생한다. 세타파는 얕은 수면상태일 때 나온다. 참선이나 명상처럼 마음이 아주 평화로운 상황에서도 활발해진다. 델타파는 깊은 수면에 빠졌을 때의 뇌파다.

실제로 무음 상태일 때와 백색소음을 들었을 때의 뇌파 변화를 측정했더니 백색소음 청취 시 세타파와 델타파의 활동이 점점 활발해졌다. 백색소음의 잔잔하고 반복적인 소리는 자율신경계에 영향을 미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신경과) 원장은 “백색소음을 들으면 흥분할 때 나오는 교감신경이 줄고 편안함을 느끼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한다”며 “뇌파가 안정·동기화하면서 심신이 편안해져 잠을 유발한다”고 말했다.

소리 활용한 명상, 긴장성 두통에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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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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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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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소음은 집중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너무 조용하면 아주 작은 소리에도 신경이 곤두선다. 반대로 백색음은 소음 자체가 무의미하다 보니 집중력을 빼앗기지 않는다. 요즘에는 백색소음을 직접 찾아 듣는 사람이 많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흔히 이용한다. 백색소음을 활용한 명상훈련도 그중 하나다. ‘마음챙김 명상’ 훈련 앱을 직접 개발한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경욱 교수는 “싸라기눈 떨어지는 소리, 새소리, 계곡물소리 같은 소리를 이용해 명상을 하면 심신이 잘 이완된다”며 “몸이 긴장하면서 나타나는 두통, 위장장애, 근육통, 불면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백색소음은 호흡에 대한 집중력을 높여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백색소음이 육아 노하우로도 각광받고 있다. 부모는 아기가 칭얼거리고 잠을 자지 못할 때 전전긍긍한다. 이때 귓바퀴를 만져주거나 비닐봉투 구기는 소리를 들려주면 신기하게 울음을 멈춘다. 엄마의 자궁 속에서 들은 소리와 비슷해서다. 배 소장은 “태아 시절 경험한 백색소음을 들으면 외로움이나 적막감이 해소된다. 안정을 취하면서 울음이 잦아들고 잠이 든다”고 전했다.

잠자기 1~2시간 전 듣고 의존성 줄여야

백색소음도 과하게 사용하면 탈이 날 수 있다. 소리는 상당히 주관적이다. 귀에 듣기 좋은 시냇물소리도 누군가는 소음으로 느낀다. 저마다 듣기 좋은 백색음이 따로 있다는 얘기다. 특히 이명 환자는 이명 주파수와 주변 소리 간 대비를 줄일 수 있는 백색소음이 필요하다. 백색소음을 듣기 불편해 하는 환자에게는 고음을 줄인 핑크소음·갈색소음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쪽에 이명 증상이 있다 하더라도 양쪽 귀로 듣는 게 좋으며 약한 강도를 권한다.

아기에게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크게 보채거나 쉽게 잠들지 못할 때 한정적으로 사용한다. 10~20분 정도 짧게 들려주고 소리를 귀에 가까이 대지 않는다. 잠잘 때 백색소음을 자주 듣는 사람이라면 중독에 주의한다. 오히려 의존성이 커져 백색소음 없이 못 자는 입면 장애가 올 수 있어서다. 한 원장은 “백색소음은 수면을 도와주는 보조도구”라며 “잠자기 1~2시간 전에 들어 안정 효과를 노리고, 불면 증상이 2주가 넘게 지속되면 만성질환이 될 수 있으므로 근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선영 기자 kim.sun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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