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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머니, 제조업 넘어 금융·엔터·IT 기업으로 무한 확장

# 올 초 부산에 있는 한 생보사 지점 직원 50여 명 중 30명이 지난해 9월 중국 안방보험그룹(安邦保險集團)에 인수된 동양생명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들은 동양생명이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합류했다. 올해 1월 동양생명은 3000억원 규모의 일시납 상품을 판매했다. 저금리 상황에서 최저보증이율(시중금리가 하락해도 보험사가 지급하기로 약속한 최저 금리)을 업계 최고 수준인 2.85%로 정했다. 업계가 저금리 리스크로 저축성 보험 판매의 비중을 줄이는 상황에서 동양생명의 행보는 이례적이다.

작년 중국계 자본에 2조 넘게 M&A
무차별 매각 땐 산업공동화 우려
금융사는 대주주 자격 잘 따져야

# 배우 이미연·김현주 등의 소속사이자 드라마 ‘송곳’ 등의 공동제작사인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의 최대주주는 중국 기업이다. 초록뱀·FNC엔터테인먼트 등도 최대주주가 중국 자본으로 바뀌었다. 중국 정부가 전략적으로 키우는 반도체 분야에서도 한국 기업 사들이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중국 동심반도체는 지난해 6월 127억원을 투자해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설계 업체인 피델릭스의 대주주가 됐다.

# 현재 한국에서 영업 중인 중국계 은행은 공상·중국·건설·교통·농업은행 등 5곳이다. 중국 10위권 은행인 광다(光大)은행도 다음달 서울지점을 개설한다. 이렇게 되면 중국계 은행 수가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아진다. 금융시장 영향력도 커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주식 총액은 지난 1월 기준 8조4420억원이었다. 10조원이 조금 넘는 일본과 큰 차이가 없다. 채권시장에서의 영향력도 만만찮다. 중국계 자금이 보유한 채권 총액은 17조4360억원으로 1위를 기록한 미국(18조470억원) 뒤를 바짝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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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굴지의 기업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는 ‘차이나 머니(China money)’의 위력이 매섭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기업의 해외 인수·합병(M&A) 규모는 1181억 달러(약 142조원)로 사상 최대였다.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글로벌 M&A 시장 조사기관인 머저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홍콩과 대만을 포함한 범 중화권 자본은 한국에서 16건의 M&A 거래를 성사시켰다. 금액으론 2014년보다 149% 증가한 19억7500만 달러(약 2조4000억원)에 이른다. 중소기업청은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기업 32개사에 투자한 중국 자본이 3조원에 이른 것으로 파악했다. 5% 미만 투자했거나 비상장 회사에 투자해 파악하기 힘든 경우까지 합하면 투자금액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의 ‘차이나 머니 3.0’는 제조업을 넘어 엔터테인먼트·IT·금융업까지 넘보고 있다.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도소매 업종이나 수출 활로를 찾기 위한 해외 투자에 머물렀다. 이른바 ‘중국 자본 1.0시대’라고 할 수 있다. 이후 ‘2.0 시대’로 평가받는 2010년까지 고도성장기의 중국은 국유기업을 중심으로 해외의 에너지·철강·부동산·기계 분야에 주로 투자했다. 중국 경제의 패러다임이 소비 중심으로 변하면서 IT·미디어·금융·통신을 아우르는 신성장산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투자 대상이 다변화됐을 뿐만 아니라 투자 방법도 인수·합병, 지분 투자는 물론 지사 설립, 인력 확보, 합작회사 설립 등 다양해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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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자본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든가 대주주가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된 사례가 적지 않다. 기술과 인력만 빼가는 ‘먹튀’ 우려도 여전하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제2의 대만’ 사태를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판관 포청천’ 등으로 아시아 시장을 이끌었던 대만은 중국의 자본에 잠식당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은 한때 지금의 한국처럼 콘텐트 강국이었지만 중국 자본에 밀려 수십년간 쌓은 노하우와 인력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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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2002년 중국 BOE가 인수한 액정표시장치(LCD) 업체 하이디스테크놀로지는 4년 만에 부도를 냈다. 하지만 BOE는 하이디스의 기술과 인력을 바탕으로 현재 세계 3위 LCD 업체로 성장했다. 정유신 교수는 “한국 벤처나 중견기업이 팔려가면서 국내 산업의 허리가 사라지는 ‘산업공동화 현상’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반도체 기술 인력 확보로 눈을 돌리는 기업도 생겨났다. 삼성전자 1차 협력업체의 한 임원은 “국내 반도체 엔지니어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중국 반도체 회사로 이직할 수 있다”며 “직원들 사이에 ‘1·3·9 조건(1년 연봉을 3년간 9배 보장)’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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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중국 상하이자동차(SAIC)에 매각됐던 쌍용자동차 사례도 씁쓸한 기억이다. SAIC 인수 후 쌍용차의 사세는 급격히 기울었다. 로디우스·카이런·액티언 같은 신차를 연속 출시했지만 판매는 바닥을 기었다. SAIC는 2009년 한국에서 철수했고, 쌍용차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011년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5225억원에 쌍용차 지분 70%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마힌드라는 SAIC보다 한국 실정을 감안하며 내부 소통을 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론 반론도 있다. 중국 자본에 대한 지나친 거부감은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중국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으로 스마트폰과 전화가 함께 보급되는 나라”라며 “쌍용차·하이디스 등은 개별 기업의 문제로 봐야지 중국 자본 전체를 색안경 끼고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금융회사를 인수하려는 중국 자본의 경우 꼼꼼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중에서도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를 살피는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요하다.

중국 금융회사는 아직까지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모기업의 사업 리스크가 한국의 보험회사로 전이돼서는 안 된다”며 “자칫 국내 보험 계약자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국내 기업을 인수하려는 중국 금융회사에 대해 면밀한 감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병철·이태경·김영문 기자 bong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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