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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반퇴테크] 투자·절세 ‘백팔번뇌’ 그만…108개 특급 도우미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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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능통장’ 시대가 열렸다. 14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상품 판매가 시작되면서 ISA는 향후 5년간 가계 재테크의 핵심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반퇴세대’에게 있어서 ISA는 어떤 의미일까. 전문가들은 가계 재테크의 중심을 예·적금에서 투자 쪽으로 이동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한다. 상품 자체가 투자 초보자에게 적합한 중위험·중수익의 분산투자 상품인데다가 ‘절세 보너스’까지 추가돼 있기 때문이다. ‘일임의 대중화’도 놓쳐서는 안 되는 포인트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금융전문가에게 자산관리를 통째로 맡길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3> ‘특판 만능통장’ ISA 오늘부터 판매
예·적금에서 투자로 가는 디딤돌
중위험·중수익, 투자 초보자 적합
절세는 기본, 전문가들이 돈 굴려줘


ISA는 익히 알려진 대로 하나의 통장에 예·적금부터 주식·펀드·상장지수펀드(ETF)·환매조건부채권(RP)과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 등의 파생상품까지 모두 담아 한꺼번에 관리할 수 있는 상품이다.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5년간의 한시 상품으로 출시돼 연간 2000만원씩, 총 1억원을 불입할 수 있다. 5년간 수익과 손실을 모두 더해 순수익이 났을 경우 200만원(총급여 5000만원, 종합소득 3500만원 이하는 25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주고, 초과분에 대해서도 9.9%로 저율 과세한다. 예·적금이나 ELS, 채권형 펀드 등에 15.4%의 이자소득세나 배당소득세가 부과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절세 효과를 볼 수 있는 상품이다.

하지만 단순 절세 상품으로 분류하는 건 ISA에 대한 과소평가다. ISA는 ‘반퇴시대 맞춤용 특판상품’의 성격을 갖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와 에코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퇴직, 저성장·저금리·고령화 사회의 도래에 따라 가계 재테크의 중심이 예·적금에서 투자 쪽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미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원금보장 안전망 속에 안주하던 금융소비자가 선뜻 원금손실 위험이 있는 투자 쪽으로 발을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안내견의 역할을 ISA가 담당한다. 이를 위해 절세 효과라는 ‘당근’뿐 아니라 일임형 ISA라는 ‘특급 도우미’까지 배치돼 있다.

ISA는 신탁형과 일임형으로 나뉜다. 신탁형은 금융사에 ISA계좌만 개설하고 자산 선택 및 운용을 소비자가 직접 하는 형태다. 스스로 투자하는데 아무런 불편함이 없는 전문가군과 ISA에 예·적금만 넣어두고자 하는 안전투자 선호그룹이 주고객이다.

업계에서는 이들을 제외한 투자자 상당수가 일임형을 선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일임형은 말 그대로 금융사에 모든 걸 일임하는 형태다. 금융사의 전문가가 ISA에 담을 상품 종류와 종목을 선택하고 구성할 뿐 아니라 주기적으로 상품을 교체하고 운용해준다.

투자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직접 투자에 나서기는 두려운 투자 초보자들이나 수익률을 유지할 자신이 없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형태다. 증권사들이 일임형 ISA의 판매 수수료를 0.1~1%대로 책정한 것도 초보자들의 부담을 덜어준다. 기존 일임형 랩 상품의 절반 수준이다.

이 때문에 가장 중요한 건 좋은 도우미를 고르는 작업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이사는 “운용 수익을 안정적으로 꾸준히 낼 수 있고, 운용 노하우가 있는 회사를 선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임형은 일단 13개 증권사에서만 가입할 수 있다. 원래 일임은 증권사의 전유물이었다. 증권업계는 ISA와 비슷한 형태로 고객의 위임을 받아 주식과 펀드 등 모든 것을 한꺼번에 운용하는 일임형 랩을 2003년부터 13년째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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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은 당초 일임형 ISA 창구가 아니었지만 ISA의 대중화를 위해 정부가 특별히 일임형 ISA를 허용해줬다. 은행은 현재 증권업계 등에서 인력을 스카우트하고 조직의 틀을 갖추고 있지만 빨라야 4월 이후에나 일임형 ISA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수준의 운용능력과 노하우를 쌓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도 있다.

일임형 ISA 계좌를 개설하러 증권사 창구를 찾는 금융소비자는 투자성향 조사를 거쳐 초저위험군·저위험군·중위험군·고위험군·초고위험군 중 하나로 분류된다. 초저위험군은 ISA에 예·적금 등 원금보장형 상품만 담아둬야 마음이 놓이는 투자자다.

반대로 초고위험군은 원금 손실 가능성을 감수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해 수익률을 높이기를 원하는 투자자다. 각 증권사는 각 성향별로 몇 가지 형태의 상품구성, 즉 모델포트폴리오(MP)를 미리 만들어 두고 고객의 성향에 따라 제시한다. 고객은 그 중 하나를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증권사 일임형 ISA의 MP는 증권사별로 5~14개씩으로 총 108개다. 미래에셋증권은 저위험군~초고위험군 대상 MP를 국내 주식형펀드 편입 여부에 따라 2개씩으로 나눠 8개로 분류한 뒤 초저위험군 1개를 추가해 총 9개의 MP를 제시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목표수익률을 사전에 정하고 이에 도달하면 현금성 자산 등으로 전환되는 목표달성형과 고배당주펀드와 고배당 ETF 등으로 구성하는 배당형 등을 포함해 14개의 MP를 내놓는다.

유안타증권은 중위험군과 고위험군 상품을 ELS가 편입된 것과 제외된 것으로 세분화해 제시한다. KDB대우증권은 각 단계를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조금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액티브형과 주가지수에 연동해 수익률이 결정되는 패시브형으로 분류했다.

MP에 편입돼 있는 상품은 펀드와 ETF, 환매조건부채권(RP)이 주종이다. NH투자증권·유안타증권 등은 ELS 등 파생결합상품을 MP에 편입하고 있지만 상당수 증권사는 ELS를 제외시켰다.

김분도 대우증권 랩운영부장은 “최근 일부 홍콩H지수 기반 ELS가 원금손실 구간에 진입해 이미지가 나빠진 점 등을 감안해 일단 MP에서 제외했다”며 “하지만 신탁형은 물론이고 일임형에도 고객이 ELS 편입을 원하면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는 각 회사별 MP의 내용과 편입자산, 수수료율 등을 살펴본 뒤 자신에게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고르면 된다. 연간 2000만원의 한도는 거치식으로 한꺼번에 투자할 수도 있고, 적립식으로 나눠 투자할 수도 있다.

일임형 ISA를 통해 일단 투자의 세계에 발을 내디디면 그 다음부터는 투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한결 줄어들 수 있다. 금융사가 주기적으로 보내오는 운용자료를 참고해 포트폴리오 구성과 투자 방법을 배울 수도 있다. 수익률이 연 1% 미만으로 추락한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건 물론이다.

그렇다면 ISA를 통해 기대해볼 수 있는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 신긍호 한국투자증권 상무는 “고위험군은 연 7%, 중위험군은 연 5%, 저위험군은 연 3%의 기대수익률을 목표로 삼아 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절세 효과까지 감안하면 1% 미만으로 떨어진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는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기대수익률로도 알 수 있듯 ISA는 어디까지나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연 수십%대의 높은 수익을 올릴 생각은 애초부터 버려야 한다. 이윤학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은 “ISA에서 가장 중요한 건 손실을 보지 않고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점”이라며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중간 정도의 수익을 얻는다는 생각으로, 안전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상당수 증권사는 ISA 도입 취지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초고위험군용 MP를 아예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공세적 운용도 자제한다는 방침을 세워놓았다.

이상대 삼성증권 CPC전략실장은 “ISA는 반퇴세대가 장기 분산투자 습관을 키우고 투자에 익숙해지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품”이라며 “세수가 걱정인 상황에서도 국민의 자산 증식을 위해 정부가 좋은 제도를 내놓은 만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진석·박성우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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