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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공약도 후보도 알 수 없는 ‘깜깜이 총선’

4·13 총선의 투표율이 40%대로 역대 최하를 기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3일 현재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새누리당 후보가 확정된 곳은 107곳에 불과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역시 각각 137곳과 68곳에서만 후보를 공천했을 뿐이다. 뒤늦은 선거구 획정으로 자신의 거주지가 어느 지역구에 속하는지 종잡을 수 없었던 유권자들은 이번엔 누가 후보로 나오는지도 모른 채 깜깜이 총선을 치르게 됐다.

공약도 부실하기 그지없다. 새누리당은 가계 부담 절감을 비롯해 민생 공약을 내놓았지만 정부 정책을 재탕한 게 대부분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도 마찬가지다. ‘공공부문 일자리 34만 개 창출’ 등 상당수 공약이 여당과 차별성을 찾기 힘들다.

이번 총선은 당초 그 어느 때보다 정책 공방이 격렬히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여당은 ‘국가비상사태’라면서 노동개혁 입법을 밀어붙였고, 야당도 ‘이제는 우리도 민생·안보 정당’이라고 외쳐 왔기 때문이다. 역대 최고 수준의 실업률, 근 2년 연속 추락을 거듭한 수출,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사드 배치 논란 등 국가적 현안도 쌓여 있다. 그러나 총선을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 이런 이슈는 전부 실종됐다. 공천 지분과 후보 단일화를 놓고 여야가 벌이는 이전투구만이 선거판을 압도하고 있다.

과거에도 총선을 앞두고 늘 공천 다툼이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2008년 총선 때는 4대 강 개발, 2012년 총선 때는 복지를 놓고 여야가 입싸움이라도 벌였다. 이번에는 그런 시늉조차 없이 밥그릇 싸움에만 혈안이 돼 있다.

정치권이 이렇게 뻔뻔해진 근본 이유는 여야 모두 절박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전통적인 표밭만 믿고 국민이 아닌 계파 눈치만 보면서 역대 가장 저급한 선거전을 치르고 있다. 정책정당이 아닌 선거머신으로 전락한 정당은 존재의 이유가 없다. 여야는 지금이라도 공정하고 신속한 공천으로 대진표를 확정하고, 선거의 기조를 정책 경쟁으로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권자의 냉엄한 심판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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