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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헤어지자더니 돌아온 그 애 어떨까 묻자 그린라이트 전부 꺼졌죠

새 학기가 시작됐습니다. 날씨도 풀리며 따뜻한 봄이 찾아왔죠. 새로운 교실에서 새 친구들과 만나니 설레기만 합니다. 마침 오늘은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에게 사랑을 고백한다는 화이트데이라고 하네요. 여러모로 두근댈 수 밖에 없는 시기입니다. 10대들은 좋아하는 이성친구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할까요.

10대들의 연애와 고백법

또 뭐라고 고백해야 잘 먹힐까요? 소중 학생기자 4인이 모여 ‘10대들의 연애와 고백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헤어지자더니 돌아온 그 애 어떨까 묻자 그린라이트 전부 꺼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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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5학년 A군은 같은 반이 된 B양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마침 내일은 B양의 생일. A군은 이번 달 용돈을 전부 털어 B양에게 줄 스냅백(모자)을 샀다.

다음 날 학교 수업이 끝난 뒤 다른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B양에게 생일 선물이라며 스냅백을 건네줬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좋아한다’고 고백했다. 친구들이 축하를 해주자 B양은 A군에게 고맙다며 ‘우리 오늘부터 1일이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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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현·김태린·박진솔·윤현성 학생기자가 각자 조사한 10대들의 연애 사례를 살펴보며 ‘그린라이트’에 해당하는 경우에 대해 대담을 나눴다.

위의 사례는 한 초등학생에게 있었던 실제 상황입니다. 연애는 어른들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10대들도, 나이가 한자릿수인 어린이들도 이성교제를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공인 커플’이라며 친구들에게 교제 중임을 밝히고 편지나 SNS 메시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이 어른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실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조사한 어린이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초등학생 대상 설문에서 6학년 여학생의 8.7%, 남학생 5.7%가 이성친구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 여학생의 39.6%, 남학생 21.7%가 이성교제를 해 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죠. 10대들의 이성교제는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지난 8일, 중앙일보 본사 교육장에 소중 학생기자들이 모였습니다. 10대들의 연애에 대한 솔직하고도 담백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섭니다. 이들은 각자 친구들과 학교 선·후배에게 연애와 관련된 경험담을 듣고 조사해 왔습니다. 교육장에 마련된 책상 위에는 신호등 표시가 새겨진 작은 나무 상자가 놓여 있네요.

JTBC 토크쇼 ‘마녀사냥’에서 실제로 쓰인 ‘그린라이트’입니다. 상단의 버튼을 누르면 신호등 조명을 켜고 끌 수 있게 만들어진 도구인데요. 그린라이트를 켜는 행위는 ‘(이런 상황에선) 상대방이 호감이 있다는 신호이니 고백해도 된다’를 의미합니다. 10대들의 그린라이트는 과연 어떤 상황에서 불을 밝힐 수 있을까요.

그린라이트를 켜줘-썸

요즘 말로 ‘썸’은 아직 이성친구를 사귀는 것은 아니지만, 사귀기 위해 서로 알아가는 단계를 말합니다. 이성교제를 하기 전 대부분의 남학생·여학생들이 겪고 넘어가죠. 분명 나도 상대를 좋아하고, 상대도 나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이게 그냥 친구인지 이성친구로 발전해도 괜찮은지 애매할 때 ‘썸을 탄다’고 해요.

썸을 얘기하기에 앞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남사친(‘남자 사람 친구’를 줄여서 부르는 말로 성별만 남성인 친구)과 여사친(여자 사람친구)의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인데요. 이성이지만 굉장히 친한 친구를 가리켜 남사친·여사친이라고 합니다.

“서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자주 어울리고 놀고 싸우는 것을 반복하는 관계가 남사친인 것 같아요. 만일 남사친에게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외모에 신경을 쓰거나 둘이 따로 만나 데이트를 할 때 더 행복하다면 남사친에서 남친이 되는 것이죠.”

맏언니인 보현이가 먼저 손을 들고 얘기했습니다. 그러자 태린이와 현성이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습니다. 진솔이는 “이성으로서 아무 감정 없고, 사랑보다 우정이 먼저 앞서는 여자애가 여사친”이라며 의견을 보탭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썸에 대한 사례를 이야기할 차례입니다. 학생기자들은 각자 취재해 온 사례를 하나씩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얘기가 끝나면 그린라이트를 누르거나 누르지 않는 방식으로 토크가 진행됐습니다. 그린라이트를 누르면 ‘사귀어도 된다’는 뜻이고, 누르지 않으면 ‘사귀지 말아라’는 뜻이죠.

사례1 두 달 전, 같은 반 친구 A군이 B양과 사귀기 시작했다. 2주 정도 지나자 B양은 ‘다른 사람이 좋아졌다’며 A군에게 그만 사귀자고 말해서 헤어졌다. 그러다가 최근 B양이 갑자기 A군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잘해주기 시작했다. A군은 ‘B양이 날 다시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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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0  아무도 그린라이트를 누르지 않았습니다. 진솔이는 “아마 다른 사람과 만나다가 헤어졌을 가능성이 높아요. 꿩 대신 닭이라고, 아쉬우니 다시 호감을 보이는 게 아닐까요?”라고 말했습니다.

태린이도 “어쩌면 양다리일 수도 있습니다. 사귀면 안 돼요”라고 동의했죠. 보현이는 “사귀는 도중에 다른 사람을 좋아했다가 다시 돌아올 기미를 보이니 사귀어봐야 결국 상처만 남을 겁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례2 우리 학교엔 잘생긴 A군이 있다. 언젠가부터 A군의 사물함에 B양의 편지가 놓이기 시작했다. 편지의 내용은 ‘난 널 좋아해. 좀 더 친하게 지내고 싶어’였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 A군은 편지를 무시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고 열흘이 넘도록 매일같이 편지가 쌓여가자 A군은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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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2 이번엔 2개의 그린라이트에 불이 들어왔습니다. 그린라이트를 누른 현성이는 “사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B양이 A군을 좋아하는 게 훤히 보이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태린이는 여기에 좀 더 구체적인 의견을 더했습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편지에 마음을 써서 꾸준히 보낸다는 것은 정말 좋아하지 않는다면 하기 힘든 일이죠. B양의 진심이 엿보입니다.”

사례3 평범한 여학생인 B양은 모든 반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좋아하는 남학생 A군에게 사귀자고 고백했다. 하지만 첫 고백부터 거절당했다. 이후 5번 이상 사귀자고 고백했지만 A군은 번번히 거절했다. B양은 한 번만 더 고백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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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1 조금 가슴 아픈 사연이네요. 단 한 명만 그린라이트를 눌렀습니다. 보현이는 “둘이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약간이라도 있어야 썸이 성립하고, 이성교제를 할 수 있어요. 만일 A군이 마지막 고백을 받아준다 하더라도 조금만 사이가 틀어지면 헤어지게 될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현성이도 “그렇게 많이 고백했는데 거절당한 상황이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 듯”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다만 유일하게 그린라이트를 누른 진솔이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진솔이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5번이나 고백한 진심은 반드시 통할 것입니다. 한 번만 더 고백해 보세요”라고 조언했습니다.

사례4 A군과 B양은 반에서 알아주는 미남미녀다. 수업시간 내내 서로 힐끔힐끔 쳐다보고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너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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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라이트: 4 사연을 읽는 것이 끝나기도 전에 모두 그린라이트를 눌렀습니다. 굳이 그린라이트라고 물어볼 필요조차 없는, 완벽한 이성교제 상황이라고 학생기자들은 입을 모았습니다. 태린이는 “서로가 호감을 대놓고 보이고 있어요. 아쉽게도 둘 다 고백할 용기는 없는 것 같네요. 조금만 용기를 갖고 고백한다면 보기 좋은 커플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방법을 알려줄게-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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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조사해온 사연을 판단한 학생기자들은 이번엔 ‘고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고백하고 싶은데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린라이트를 누르는 대신 저마다 알아본 고백 방법 노하우를 교환했습니다.

보현 “‘쪽팔려 게임’을 고백에 응용해 봐. 이 게임은 요즘 중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일종의 내기야. 4~5명이 모여 가위바위보를 하고, 진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하는 게임이지. 일단 좋아하는 친구한테 가서 사귀자고 해. 고백이 성공하면 사귀면 되고, 거절당하면 쪽팔려 게임의 벌칙으로 고백했을 뿐이라고 말하면 돼. 서로 상처 받을 일이 없는 방법이지.”

태린 “고백하기 전에 상대에게 ‘넌 좋아하는 애가 있니?’라고 물어봐. 1명이라도 있다고 하면 고백을 하고, 전혀 없다고 하면 포기하는 게 좋아. 이건 확률 싸움이야.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데 고백을 하면 그만큼 차일 확률이 높아지니까.”

진솔 “썸을 타는 상대랑 일단 친해져야 해. 친하게 지내면서 상대의 특징을 분석하는 거야. 성격은 어떤지, 뭘 좋아하는지 등을 말이지. 분석이 끝나면 내가 상대를 이성친구로써 잘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한 후, 좋아하는 선물을 주면서 고백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져.”

현성 “뭐 있어? 썸을 탄다면 화끈하게 좋아한다고 그냥 고백해. 확신이 서든, 서지 않든 고백부터 하는 거야. 좋아하는 마음이 있다면 남자답게(여자답게) 고백하는 게 멋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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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초록우산어린이재단 어린이연구원 연구보고서(2015) 대상 초등학교 4~6학년 남·여학생 115명 온·오프라인 설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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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동행취재=김태린(서울 하늘초 5)·박진솔(인천 석천초 5)

윤보현(인천 박문중 1)·윤현성(고양 정발초 5) 학생기자, 자료=초록우산어린이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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