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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와 함께 사는 세상’ 위한 법률·일자리 연구, 사회적 합의 고민해야

10일 두 번째 대국에서 알파고에 패한 이세돌 9단이 경기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9단은 “완벽한 패배였다”고 말했다. 강정현 기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역사적인 바둑 대전을 계기로 인공지능(AI)이 학술연구 수준을 넘어 인간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퍼지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 새로운 사회혁명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2011년 IBM의 왓슨(Watson)이라는 수퍼컴퓨터가 인간들의 자연어를 이용한 퀴즈쇼에서 압승을 거둔 이후 시작됐다. 2012년에는 알파고에 도입된 딥러닝과 관련한 기술들이 크게 발전하면서 IBM뿐만 아니라 구글과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중국의 바이두 등이 자신들의 역량을 집중해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들어갔다. 그런 노력의 결실 중 하나로 알파고와 같은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다.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실생활 구석구석으로 파고들 수 있는 준비가 사실상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인공지능 기술 개발이 굉장히 쉬워졌다. 알파고와 같은 특화된 서비스뿐 아니라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에서 제공하는 공개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초보 프로그래머도 간단히 자신들의 인공지능 프로그래밍을 시작할 수 있을 정도다. 증기기관이 도입되면서 산업혁명이 일어났듯이 인공지능이 기존의 정보기술(IT) 및 인터넷 인프라와 결합해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새로운 혁명의 시대에 고민해야 될 것은 단순한 산업과 경제적인 변화만이 아니다.



알파고 완승, 성큼 다가온 인공지능 시대

산업혁명 초기 철로를 놓는 사업장에 고용주가 땅을 파고 터널을 뚫는 기계를 가져왔다. 노동자들은 그 기계가 도입되면 자신들이 전부 해고될까 봐 겁을 내고 있었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으로 소문난 존 헨리(John Henry)가 고용주에게 진지한 제안을 했다. 그는 “내가 저 기계와 대결해 승리하면 노동자들을 해고하지 말고 함께 일을 하자”고 했다. 결국 기계와의 대결이 성사됐고, 한나절 동안 시합을 했다. 인간인 존 헨리가 이 대결에서 이겼다. 기계로부터 일자리를 지켜낸 것이다. 하지만 그는 과로로 쓰러져 심장마비로 숨졌다.



동화와 만화로도 읽히는 ‘존 헨리의 전설’이다. 표면적으로는 존 헨리라는 사람의 영웅적인 행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이 전설의 진정한 교훈은 무엇일까? 바로 기계와 기를 쓰고 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알파고와 대국을 치르고 있는 이세돌 9단 이전에 IBM에서 개발한 딥블루(Deep Blue)라는 수퍼컴퓨터와의 체스 대국에서 패했던 당대 최고의 체스 마스터인 가리 카스파로프란 인물이 있다. 그가 딥블루에 패한 뒤 한 기자가 “체스의 최강자는 누구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 기계와 내가 팀을 구성하면 최강일 겁니다.” 최근 인공지능 붐을 일으킨 IBM의 왓슨은 인간 퀴즈왕과의 대결에서 승리한 뒤 뉴욕의 세계적인 암센터에서 암환자 진단기술을 수련받았다. 몇 개월 뒤 테스트한 결과 일부 암에 대한 판단에서 웬만한 전문의보다 낫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암센터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것은 누굴까? 왓슨과 전문 의료진이 함께하는 팀일 것이다. 즉 인공지능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인간이 잘할 수 있는 게 따로 있다.



결국 인류는 인공지능과 로봇, 그리고 인간이 공존하는 사회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이런 사회에 대비하려면 단순히 인공지능 기술만 중요한 게 아니다. 법률이라든가 우리 사회에 존재해야 하는 인프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놀랍게도 이런 것들을 가장 먼저 걱정했던 이들은 바로 공상과학(SF)영화와 소설을 창조해 낸 작가였다. 할리우드의 극작가들이 주도가 된 할리우드 미디어에서 후원을 통해 2012년부터 위로봇(We Robot)이라는 콘퍼런스가 개최되고 있다. 이 콘퍼런스는 미국의 플로리다대 법대, 스탠퍼드대 법대 등이 참여해 미국 동부와 서부에서 번갈아 가며 열린다. 로봇과 인간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의 법률체계를 만드는 것이 주된 목표다. 법안의 초안을 새로 제출하고 법안과 관련된 공청회도 진행되며 다양한 사례의 모의법정도 열린다. 법학자·사회학자·과학자·엔지니어가 머리를 맞대고 미래의 다양한 문제점을 점검하고 있다.



또 자동화와 인공지능이 생산성을 증대시키면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의식주를 제공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때에는 일을 하지 않아도 그런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최근 북유럽 등에서 논의되고 일부 국가에서 시행에 들어간 기본소득제는 새로운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제도적인 정비와 사회적 합의의 하나다. 과거와의 시각 차이는 노동이라는 게 인간에게 필수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인정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일하지 않아도 먹고살 수 있는 수준의 수입은 보장하며, 이를 위해 사회의 분배구조를 개혁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파격적인 발상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사회보장제를 강력하게 시행해 온 북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쉽게 실험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스타트업 창업가와 벤처캐피털들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담론을 공개적으로 천명하기 시작했다. 이런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더라도 인간들이 일을 안 하고 빈둥거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인간은 아마도 삶의 의미를 다른 곳에서 찾을 것이다. 더 행복하고 나은 삶을 새롭게 정의하고 그런 삶을 위해 경쟁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이라는 것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 인간에게 삶의 의미를 전달하는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미래에는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하는 기술 발전에 대한 태도에 따라 다양한 이념과 철학이 주류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트랜스휴머니즘(Transhumanism)’이다. 트랜스휴머니즘 주의자들은 어차피 인공물과 인간이 결합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새로운 진화를 겪게 되니 여기에 저항하기보다는 변화를 받아들이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들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로봇들이 지금의 기계 발전 속도로 봤을 때 결국 인간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한다. 과거 인기를 끌었던 ‘은하철도 999’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비슷한 이슈가 제기된다. 철이와 메텔이 영원한 생명을 찾아 여행을 떠나는데 이 영원한 생명이라는 건 결국 기계 몸으로 자신의 신체를 대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만화의 핵심은 결말에서 유한한 삶을 가진 인간을 선택한다는 점이다. 트랜스휴머니즘이 미래의 주류 철학사조가 될 것으로 보는 미래학자가 많다. 그렇다면 주류에 대응하는 대표적인 비주류 이념은 무엇이 될까? 이것은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인간이 대체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본질은 무엇이고 왜 탄생한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다.



예를 하나 들어 보자. 옛날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평균적인 운동량이 많이 떨어졌다. 그런데 올림픽 경기의 기록을 살펴보면 선수들의 기록은 지금이 훨씬 좋다. 운동선수들은 왜 기록을 경신하는 것일까? 기계가 대체하면 될 일인데 말이다. 그건 바로 오로지 인간의 자연적인 힘으로 순수한 능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다. 만일 컴퓨터에 모든 기억 저장과 판단 능력을 맡긴다면 어떻게 될까? 전화번호를 잘 기억하지 못하고 지도를 봐도 공간을 지각해 사고하기가 어려워지는 등 인간의 사고력 전반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반대 욕구가 생겨난다. 두뇌의 사고력을 최고도로 끌어올리는 ‘더 지니어스’ 같은 TV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아침저녁으로 열심히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100년 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말할 것이다. 일은 안 하고 왜 뛰고 있는지 말이다. 이처럼 되레 인간의 존재의의와 본질적인 능력을 중심으로 인간에게 초점을 맞춘 신인본주의가 중요한 철학사조가 될 것이다. 또 하나의 비주류로 자연주의도 부상할 것이다. 인간을 중시해 봤자 인간은 결국 자연의 한 부속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인본주의가 틀렸다는 것이다. 전부 자연에서 태어난 것이기 때문에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잘 표현한 영화로 제임스 캐머런이 감독한 ‘아바타’가 있다. 판도라 행성에 가면 원시인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자연과 합일되어 살아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기술과 인간, 산업과 경제를 습관적으로 분리해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실제론 이들은 분리해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기술은 결국 인간 및 자연과 공생하는 것이다. 이들의 공존을 위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새로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는 미래에 인류가 풀어야 할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다.



 



 



정지훈 경희사이버대학교 IT디자인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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