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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은 인간에 봉사하는 도구인가, 인격체인가 … 윤리 논쟁 봇물

인공지능(AI)이 통제에서 벗어나 사람을 공격하거나 지배하려 하지는 않을까. 많은 사람이 영화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터미네이터’에서 묘사한 컴퓨터의 반란이 실제로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다. 특히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자 이런 생각이 더욱 설득력을 가지며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를 놓고 진지한 논쟁이 벌어졌다. 인간을 닮은 지적 존재를 어떻게 대할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공격하지 못하도록 하려면 어떻게 제어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관점의 고민들이다. 인공지능을 보는 논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이다. 1940년 스무 살의 청년작가 아이작 아시모프는 미래사회에서 인조인간이 인간을 공격하는 상황을 방지하고자 로봇이 지켜야 할 윤리체계를 만들었다. 그의 로봇공학 3원칙은 로봇은 인간을 해칠 수 없고 인간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며 스스로를 보호하라고 규정한다. 아시모프는 당시 공상과학(SF)소설의 단골 소재였던 로봇의 반란을 무엇보다 우려했다. 그는 로봇의 인공지능을 통제하기 위해 노예법이나 다름없는 불평등, 독소 조항들로 로봇의 윤리체계를 세운 셈이다. 로봇, 인공지능을 도구로 규정하는 아시모프의 윤리관은 오늘날까지 공학계가 인공지능을 대하는 주된 입장이다. 알파고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11일 KAIST 초청강연에서 “인공지능을 조수처럼 활용하고 최종 결정은 인간이 내리는 것”을 인공지능의 윤리적 활용사례로 언급했다. 알파고의 아버지 허사비스도 인공지능은 도구일 뿐이라고 강조한 셈이다.



둘째, 인공지능은 인간과 공존해야 한다는 관점이다.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에서 놀랍게도 한국이 세계를 선도한 순간이 있었다. 2007년 산업자원부(현 산업통상자원부)는 로봇이 일상화될 미래사회에 대비해 로봇과 사용자, 제조자가 지켜야 할 기본 윤리규정을 담은 로봇 윤리헌장을 세계 최초로 제정한다고 발표했다. 이듬해 공개된 로봇 윤리헌장 초안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장(목표)=로봇 윤리헌장의 목표는 인간과 로봇의 공존공영을 위해 인간 중심의 윤리규범을 확인하는 데 있다.



2장(인간, 로봇의 공동원칙)=인간과 로봇은 상호 생명의 존엄성과 정보, 공학적 윤리를 지킨다.



6장(사용자 윤리)=로봇 사용자는 로봇을 인간의 친구로 존중하며 불법 개조나 로봇 남용을 금한다.



헌장은 인간과 로봇이 서로 존중해야 한다면서 도덕적 책무까지 부여하고 있다. 당시 로봇 윤리헌장 제정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인간과 로봇의 관계에 대해 매우 진보적인 타협안을 제시했다. 로봇을 윤리적 주체로 인정할 수는 없지만 로봇이 자아와 감성을 지닌다면 잘 대해 주고 사이좋게 지내 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로봇 윤리헌장은 지능형 로봇 기술의 상용화가 더딘 데 대해 초조감을 느낀 산업부가 대중적 관심을 겨냥해 추진한 배경이 있었다. 로봇 윤리헌장은 로봇의 주체성을 거부하는 인문학자들의 반대로 인해 결국 미완성으로 남았다. 그래도 대한민국 정부가 인공지능의 윤리체계에 크게 기여한 의미 있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셋째, 인공지능도 엄연한 인격체로 받아들여야 하다는 주장이다. 미래학계는 인공지능을 탑재한 로봇을 하나의 인격체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급진적인 주장을 80년대부터 꾸준히 펼쳐 왔다. 미래학자 소하일 이나야툴라와 필 맥닐리는 88년 ‘The rights of robots(로봇의 권리)’라는 논문에서 로봇의 기술 발달 수준에 따라 상응하는 법률적 권리와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미래학연맹(WFSF)의 설립자인 하와이대 짐 데이터 교수도 비슷한 시기에 로봇을 차별하는 것은 타자(他者)를 배제해 왔던 인간사회의 오랜 악습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서구에서는 흑인과 여성, 아동을 인간의 범주에서 제외해 왔지만 결국은 문명의 발달에 따라 대등한 인격적 존재로 받아들였다. 데이터 교수는 같은 논리로 인공지능 로봇도 생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현재는 차별을 받지만 자연인과 다른 범주의 인격체로서 대우할 시기가 곧 온다고 예언했다. 집단지성이 개인지성을 압도하는 것이 당연하듯 머지않아 기계가 인류보다 지적으로 앞설 전망이다. 기계는 우리보다 똑똑하다. 프로 바둑기사들은 이미 인공지능 알파고를 세계 정상의 프로급 기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컴퓨터가 절대 인간 최고수를 이길 수 없다고 믿었던 바둑 해설자들도 알파고를 ‘알사범’이라 부르며 인격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배일한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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