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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로 시작하는 전원살이

단풍나무 화분을 너무 아낀 나머지 겨울 내내 집안에 들여 놓았더니 봄에 새순이 올라오지 않더라는 지인의?하소연을 들었다. 선뜻, ‘그러면 안 되는 거구나…’ 정도의 무지한 동조 외에는 달리 해 줄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자연의 이치는 경이로울 정도로 잘 맞아떨어진다는 사실을 간과한 결과다. 무릇 겨울이 추워야 봄꽃은 더 아름답고, 여름이 더워야 농사는 풍년을 맞이한다는 사실 말이다. 시간의 흐름에 사계절이 거듭되고 새로 한 해를 맞이할 때마다 마치 답이 정해진 수학 문제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도시남자 이장희, 전원 살다 -1-

나 역시 이런 자연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제대로 느끼게 된 게 얼마 되지 않는다. 내게 자연이란 살고 있던 아파트단지에 피어나는 봄꽃이나 가을 낙엽 등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소위 전원주택으로 이사를 하고 작업실도 옮기고 나니 그제야 자연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다. 자동차에 몸을 맡기는 여행이 아닌 온몸으로 바람을 맞는 도보여행 같다고나 할까!



문득 이 기분들을 그림에 담고 싶어졌다. 오랜만에 다시 그림일기를 펼쳐든다. 꾸준하게 담아 볼 요량이다. 훗날 더 자세히 기억할 수 있도록!



추수가 끝난 논은 모내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황량하기 그지없다. 기계에 의해 말끔하게 잘려나간 벼의 밑둥만 남은 논은 철새들의 눈길조차 받지 못한다. 그나마 하얀 비닐로 포장된 지푸라기 더미가 거대한 마시멜로처럼 상상력을 간질이고 있을 따름이다.



그에 비하면 산을 가득 메운 나무들은 늘 사랑스럽다. 잎이 떨어진 겨울 산이라지만,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로나마 산을 덮고 있다. 여름의 녹음과는 달리 봄을 준비하는 나무의 움츠림에서도 생동감이 느껴지니, 신기하기만 하다. 이렇게 자연은 봄을 향해 소리없이 달리고 있다. 왠지 나만 무임승차한 기분이다.



 



 



이장희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하고 뉴욕에서 일러스트를 공부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의 저자. 오랫동안 동경해 온 전원의 삶을 실현하기 위해 서울과 파주를 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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