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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왼쪽

1. 왼손잡이 왼손잡이는 거의 모든 문명에 걸쳐 일정한 비율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체로 인류의 10%는 왼손잡이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왼손잡이일 것 같지만 나는 인류의 90%를 차지하는 오른손잡이다. 언제나 나는 평범한 다수에 속한다. 나는 주로 오른손으로 생활한다.



2. 링고는 대칭성에 집착한다 가수 시이나 링고의 사진을 보면 양쪽 쇄골이 심하게 비대칭이다. 그는 원래 발레를 했는데 선천성 식도폐쇄증 수술 후유증으로 오른쪽 쇄골의 형태가 틀어지고 몸의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아 결국 중단했다고 한다. 몸의 비대칭이 대칭에 대한 집착을 가져온 것일까. 링고의 음반은 대칭적이라고 한다. 앨범의 중간에 위치한 곡을 기준으로 앞뒤에 있는 곡들이 각각 대칭된다. 서로 대칭되는 곡은 제목의 글자수가 같고 곡의 길이도 비슷하다.



김상득의 행복어사전

3. 기우뚱한 차렷 나는 링고처럼 수술을 받은 것도 아닌데 몸의 좌우 밸런스가 전혀 맞지 않다. 군대에서 제식훈련을 받을 때 가장 기본이 되는 자세가 ‘차렷 자세’다. 차렷 자세를 제대로 설명하자면 복잡하지만 쉽게 말하면 똑바로 서있는 자세다. 나는 똑바로 선다고 섰지만 항상 지적을 받았다. 어딘지 비스듬하고 기우뚱 하다는 것이다. 교관이나 조교가 직접 자세를 바로잡아 주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잠깐 교정된 것 같다가 금세 틀어져 버리곤 했다. 아무래도 내가 오른손잡이라서 그런 것 같다.



4. 날개도 없는 추락내가 오른손잡이란 사실을 절감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였다. 그 무렵에는 운동회 때 매스 게임이란 걸 했다. 집단체조 말이다. 우리 학년이 했던 건 일종의 인간탑 쌓기였는데 여러 명의 아이가 서로 어깨를 겯고 원형으로 서 있으면 그 위에 몇 명의 아이가 올라가고 또 그 위에 한 명의 아이가 올라가는, 아찔한 서커스 같은 체조였다.



운동회가 있기 몇 주 전부터 운동장에서 매스 게임 연습을 했다. 나는 맨 위에 올라가는 역할이었다. 그러니까 여러 명의 아이들 어깨 위에 서 있는, 또 몇 명의 아이들 어깨 위로 올라가야 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내가 어떻게 그렇게 위험한 곳으로 올라갈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하루는 그렇게 위로 올라간 내가 허리를 펴고 팔을 벌려서 마무리 자세를 하려는데 가장 아래에 있는 아이 중 하나가 몸을 빼는 바람에 그만 운동장 바닥으로 떨어졌다. 날개도 없는데 추락했다. 그 아이는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왜 자기가 맨 위로 올라가면 안 되느냐고, 몸도 자기가 가볍고 체조도 자기가 더 잘하는데 어째서 자신이 올라가면 안 되는 건지 화가 났던 것이다.



5. 무능한 왼손나는 떨어지면서 손으로 바닥을 짚었고 당연히 오른쪽 손목뼈를 다쳐 운동회 때는 물론 그 후에도 한참 깁스를 하고 다녀야 했다. 덕분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왼손의 신세를 져야 했다. 왼손으로 글씨를 쓰고 밥을 먹고 세수를 하고 가방을 들어야 했다. 왼손은 내 마음대로, 내 의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서투르고 능숙하지 못했다. 게으르고 힘도 없었다. 왼손의 감각은 퇴화한 것 같았다. 그때 나는 내가 오른손잡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6. 나는 나의 왼쪽이다나는 양손을 본다. 왼손은 곱고 오른손은 거칠다. 힘든 일은 대개 오른손이 한다. 무거운 짐도 오른손이 들고, 험하고 어려운 일도 오른손이 맡아서 한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안락을 쓰다듬을 때는 왼손도 나서지만 위험하거나 더러운 것을 만지는 일은 오른손이 담당한다.



그래도 나는 왼손이 필요하다. 손뼉을 칠 때도, 기도를 할 때도 왼손이 없다면 허전할 것이다. 오른쪽은 왼쪽과 연결되어 있다. 내 오른쪽 목의 통증은 왼쪽 허리와 관계가 있다. 왼쪽이 허약하면 오른쪽도 온전치 못하게 된다. 나는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이다.



7. 오른손잡이좌우지간 나는 오른손잡이다. 왼손보다 오른손 힘이 더 세다. 그런 줄만 알았다. 그런데 오늘 몸의 밸런스를 되찾기 위해 스트레칭을 했는데 합장한 상태에서 양손을 서로 힘껏 밀었는데 왼손이 결코 밀리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이번에는 양손을 맞잡은 채 인정사정없이 당겨보았지만 역시 오른손이 왼손을 조금도 더 당기지 못했다. 의외로 왼손의 힘이 센 것은 아닐까. ●



 



 



김상득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기획부에 근무하며, 일상의 소소한 웃음과 느낌이 있는 글을 쓰고 싶어한다.『아내를 탐하다』『슈슈』를 썼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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