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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연구] ‘인성 좋은 사람’의 필요충분조건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 74명 정밀분석 “말 잘 듣고 착한 아이 만드는 게 인성교육의 전부 아니다”
 
인성이 바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또 인성교육은 무엇을 가르치는 교육인가? 지난해부터 시행된 ‘인성교육진흥법’에 따라 올해부터 전국 1만2000여 개 초중고교에서 인성교육이 전면적으로 실시된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아직도 인성의 개념은 무엇인지, 인성교육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깜깜하기만 하다. 이 같은 현실에 해답을 주고자 ‘중앙일보 인성교육연구소’는 인성이 훌륭한 사람들의 특징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인성교육의 방향을 모색했다. 핵심은 인성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남의 말을 잘 듣기만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말 잘 듣는 착한 아이 만드는 것’이 인성교육의 목표여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훌륭한 경청자’가 바른 리더를 만든다

 “2박 3일 동안 참여하면 인성지도사 1급을 드립니다. 2급은 1박2일이면 되고요.” 서울 노원구의 ‘OOO문화협회’ 대표 C씨는 지난해 생긴 ‘인성지도사’ 자격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인성교육의 노하우를 전수해주겠다”며 1박2일 교육 프로그램 수강을 권유했다. 수업료는 18만원. 프로그램에는 나무와 교감하기, 효소 만들기 실습 등이 포함돼 있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사설 교육원에는 30시간짜리 ‘인성교육지도사’ 자격증 취득 과정이 개설돼 있었다. 수강료는 자격증 발급비 5만원을 포함해 85만원. 이곳 책임자는 “예절 지키기, 칭찬하기, 인사법 등을 교육한다. 실력만 검증되면 지방의 지사장 자리도 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교육계에서 가장 뜨 거운 이슈는 인성(人性, character) 교육이다. 정부에 등록된 인성교육 관련 민간 자격증만 250개가 넘을 만큼 ‘인성 사교육’이 범람한다. ‘인성교육지도사’란 이름으로 48개, ‘인성지도사’란 이름으로 43개의 자격증이 존재한다. 태권도와 미술, 음악학원 등에서도 인성교육을 강조하며 원생을 모집하고 있다.
 
인성교육 전범 없어 교육현장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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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주 경사는 일진 학생들을 모아 음악·미술 동아리를 만들었다. 그는 지역 청소년들이 언제나 맘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언니·누나다.

그 배경에는 2014년 12월 제정된 ‘인성교육진흥법’이 자리 잡고 있다. 법에 따라 올 1학기부터 인성교육이 전면적으로 실시된다. 3월쯤 인성교육 5개년 종합계획이 나오면 학교 현장에서는 2학기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학에서도 시민교육, 세계시민교육 등의 이름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인성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은 아직 어떻게 인성교육을 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하다. 인성의 개념이 무엇이고, 인성교육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깜깜하다. 답답한 건 학부모 역시 마찬가지다. 어릴 적에 어른들로부터 ‘밥상머리교육’이라고 해서 예의범절을 배우는 교육을 받아보긴 했지만 정작 자녀들에게 그런 교육을 해본 적은 드물다.

그러나 세계 최초로 법까지 제정돼 강조되고 있는 현재의 인성교육이 과거처럼 주입식 윤리·도덕 교육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21세기 인성교육의 개념은 무엇인가? 또 어떻게 해야 올바른 인성교육을 할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월간중앙>은 인성이 바른 사람들의 특성을 일반과 비교 분석하고 올바른 인성교육의 방향을 찾아봤다.

인성 바른 사람의 특징을 살펴보기 위해 조사대상으로 인성이 모범된다고 판단할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는 사람들을 인성 우수 집단으로 선정했다. 교육 분야에서 공신력과 권위를 가장 인정받고 있는 ‘대한민국 인성교육대상(2013~2014년)’ 수상자와 후보자가 그 대상이었다.

이 상은 인성교육 분야에서 모범을 보여온 이들을 시상하기 위해 교육부와 여성가족부, 중앙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있다. 후보자로 추천받기 위해선 “헌신적인 노력과 봉사정신으로 범사회적 인성교육 확산에 공헌하고 전문성과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한다. 그동안 대학총장, 석좌교수, 헌법재판관(전) 등이 대상위원으로 참여해 대상자를 선발했다.

리더십 스타일과 커뮤니케이션 능력, 공감 역량 등 3개 영역에서 일반인 111명과 비교 분석했다. 질문지는 구체적인 상황에서의 판단 기준과 행동양식을 묻는 63개의 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각 문항에 대한 답변을 토대로 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은 일반인과 다른 어떤 특징을 갖고 있는지 살펴봤다.

1. 훌륭한 경청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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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6월, 경기도 부천원미경찰서 배태주(40) 경사는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학교폭력 상담교실에서 만난 은주(가명·중3)였다. 수화기를 넘어 들려오는 가냘픈 은주의 목소리엔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저 이제 그만 살고 싶어요.” 왕따 때문에 우울증을 겪고 있던 은주는 이미 세 번이나 자살시도를 했다. 배 경사는 곧바로 차를 몰아 은주에게로 갔다. “어떻게든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운전하면서도 무엇이든 은주의 이야기를 들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에 도착해 배 경사는 은주의 얘기를 조용히 들어줬다. 그리고 3개월 뒤 은주에게 다시 연락이 왔다. “요즘은 약도 잘 챙겨먹고 학교도 잘 다니고 있어요. 더 이상 죽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고맙습니다.” 이 문자를 본 배 경사는 눈물이 핑 돌았다. 학교폭력 피해자로 처음 만난 은주는 당시 학교전담 경찰관이던 배 경사를 수시로 찾았다. 배 경사는 은주의 시시콜콜한 학교 얘기들을 모두 들어줬다. 은주가 말하는 모든 것에 관심을 기울이고 사소한 것에도 맞장구를 쳤다.

2013년 ‘인성교육대상’을 수상한 배 경사에겐 은주처럼 인연을 맺은 학생이 500명을 넘는다. 학교폭력 피해자부터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가해 학생들까지 배 경사는 언제나 마음 놓고 얘기할 수 있는 ‘언니’, ‘누나’가 돼줬다. 특히 ‘일진’ 학생들을 모아선 음악·미술 동아리를 만들어 밝은 길로 인도했다. 함께 기타를 배우고 그림을 그리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줬다. 배 경사는 “처음부터 문제아는 없다”며 “가해자든 피해자든 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어른”이라고 말했다.

배 경사처럼 인성이 훌륭한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이들 모두가 훌륭한 경청자라는 점이다.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 74명의 리더십 스타일을 분석했더니 상대의 의견을 수용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반응성이 77점(만점 100점)으로 일반인(70점)보다 높게 나왔다. 특히 대상을 수상한 5명의 평균은 84점으로 일반인보다 14점이나 높았다.

반응성이 높다는 것은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고 타인의 욕구를 인정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방에게 부드럽고 민감하며 물리적으로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려고 애쓴다. 또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 이를 조화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

배 경사와 함께 2013년 ‘인성교육대상’을 수상한 경북 포항제철동초등학교 류미경(56) 교장도 훌륭한 경청자다. 류 교장은 매일 아침 정문에서 등교하는 모든 학생과 ‘하이파이브’로 아침 인사를 대신한다. 전교생(380명)의 이름을 모두 외우며 매일같이 5~6명의 학생과 상담한다. ‘소통’이 모든 교육의 근본이라고 믿는 류 교장은 1996년 대학원에서 상담심리학을 공부하며 자격증까지 땄다. 그는 “자신을 믿어 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다는 사실만 안다면 아이들은 절대 엇나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2. 맘먹은 것은 꼭 이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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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창 수의사는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는 것이 바른 사람 됨됨이를 갖추는 근본”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인성교육은 도덕·윤리 교육으로 인식돼왔다. 그렇다 보니 인성교육이 곧 착하고 말 잘 듣는 아이를 만드는 교육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하지만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에 대한 조사 결과 인성이 바른 사람들은 훌륭한 경청자일 뿐 아니라 자기 의사표현에 명확하고 마음먹은 것은 꼭 이루는 사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더십 스타일의 또 다른 평가 요소인 주장력을 분석해 보니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60점)가 일반인(55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주장력이 높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상대에게 전달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는 의미다. 주장력이 높은 사람들은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믿고 독립적인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이야기 하며 본인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과 상대방을 이끌어 가려고 한다.

2014년 ‘인성교육대상’ 수상자인 울산 학성동물병원장 성기창(53) 씨가 대표적이다. 그는 주장력(82점)이 다른 수상·후보자들의 평균보다도 22점 높다. 성씨는 2003년부터 유기견 구호 활동을 해왔다. 2005년부터는 동물을 매개로 학생들의 정서교육을 시작했다. 학교폭력 가해자나 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생명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배려의 마음씨를 배우도록 했다. 지역아동센터와 방과후학교 등 그를 부르는 곳이면 어디든 만사를 제치고 달려갔다.

그동안 매년 4000만~5000만원의 사재를 털어 생명 교육에 매달렸다. 처음에는 주변에서 말리는 사람도 많았지만 그는 이 길이 옳다고 믿었다. 그렇게 성씨가 만난 학생들만 1만 명이 넘는다. 요즘 지역사회에서 그는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에너지 전도사’로 불린다. 하지만 성씨는 자신의 행동을 ‘선행’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입니다. 남을 위한 일에 보람도 느끼지만 봉사를 통해 긍정의 힘이 더욱 커집니다. 무엇이든 바라고 꿈꾸는 일은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2013년 ‘인성교육대상’ 수상자인 샘실열린학교 지형덕(63) 교장도 인성교육에 있어 정확한 의사표현 능력을 기르는 것을 강조했다. 지 교장은 “리더십의 핵심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온건하고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며 “자기 내면의 소리를 잘 듣고 표현하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들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 ‘우리는 하나’ 연대감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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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인성교육대상’ 수상자인 김효신(46) 육군 중령은 병사들을 제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대대장으로 처음 취임할 때 제 아들도 군에 입대했습니다. 논산훈련소에 아들을 데려다 줬는데 어찌나 짠하던지. 그때부터 병사들을 제 아들처럼 여겼죠. 병사들과 제가 한가족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김 중령은 장병들로부터 사석에선 ‘아버지’로 불린다. 휴일에는 관심사병들과 어울려 영화도 보고 목욕탕도 함께 간다.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한 병사들이 검정고시에 합격하도록 도왔고 시험 보는 날엔 함께 따라 가서 엿도 붙여줬다. 그렇게 김 중령의 인도 아래 검정고시에 합격한 병사만 2년 동안 50명이 넘는다.

김 중령은 병사들과의 연대감을 높이기 위해 걸그룹과 최신 유행하는 게임에 대해서도 공부했을 정도다. 186㎝의 큰 키에 장병들과 함께 어울려 춤도 추었다. 그는 “스타크래프트를 하려고 병사들과 부대 안의 PC방도 즐겨 갔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김 중령의 행보에 부대 내에서는 군기가 흐트러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보내는 믿음과 신뢰에 병사들은 변화로 답했다. 그가 대대장을 맡으면서 부대 안의 폭력이 근절됐고 사격, 포격 등 각종 경연대회에서 우승을 싹쓸이했다. 김 중령은 “서로의 마음을 믿고 따르는 것이 승수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는 일반인보다 타인과의 연대의식이 뛰어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인 연대감(86점)이 일반인(72점)보다 월등히 높다. 특히 김 중령은 이 지표에서 만점(100점)을 받았다. 연대감이 높으면 상대방에 대한 동질감과 친밀함을 더 많이 느낀다. 남의 일도 자신의 것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하고 공동체 의식이 높다.

배태주 경사(92점)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다. 배 경사는 처음 아이들과 친해지려고 김 중령처럼 최신 유행하는 노래와 게임 등을 공부하는 열의를 보였다. 아이들과 소통하고자 청소년이 즐겨 쓰는 줄임말이 적혀 있는 책을 구입해 보기도 했다. 배 경사는 “경찰과 학생이 아니라 같은 또래 친구라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대했다”고 말했다.

4. 즐겁고 재미있는 대화 상대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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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중령은 병사들을 아들처럼 여긴다. 그는 “지휘관과 사병은 하나의 가족”이라고 말했다.

‘몸 개그의 달인’. 샘실열린학교 지형덕 교장의 별명이다. 그는 2006년 사재를 털어 청소년교육기관을 만들고 리더십 교육과 각종 캠프를 열었다. 2009년부터는 유소년 축구클럽을 열어 운영 중이다. 지 교장은 아이들에게 늘 친구 같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 출발은 즐거운 대화다. “무조건 재미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친해질 수 있고 마음도 열리죠.”

60대의 나이지만 매일같이 아이들과 어울려 함께 축구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일단 열심히 하는 거죠. 잘 뛰지 못해도, 아이들이 놀려도 무조건 같이하는 겁니다. 그렇게 공감대가 생기고 아이와 어른이 친구가 되는 거죠.” 지 교장은 “어른이 즐거운 대화 상대가 된다면 아이들은 무슨 얘기든 터놓고 말하게 된다”고 말했다.

지 교장은 아이들의 잘못을 바로잡아줄 때도 재미를 빼놓지 않는다. 서로 다툰 아이들이 생기면 주말에 모두 모아 놓고 교실에서 캠프를 한다. 먹고 싶은 것들을 같이 장 봐와서 요리하고 자전거를 타며 즐겁게 대화하는 사이에 저절로 갈등이 풀린다. 그는 “어른이 판단해서 내리는 벌은 아이들에게 굴욕이 된다. 스스로 얘기하고 대화하는 사이에 자기 잘못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인성이 좋은 사람들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세부지표 중 하나인 긴장완화 능력이 뛰어났다.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78점)가 일반인(66점)보다 12점 높았다. 지 교장은 88점으로 월등했다. 긴장완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대화할 때 상대방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며 적절한 위트와 유머로 즐거운 분위기를 만든다. 타인의 말에 감탄사와 제스처도 잘 사용하는 특징을 보인다

겉으로는 딱딱해 보이는 김효신 중령도 긴장완화 능력(92점)이 뛰어났다. 그는 “권위주의를 내려놓는 것이 모든 대화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김 중령은 처음 병사들을 만나면 늘 이렇게 이야기 한다. “내 어깨에 계급장이 있지만 이걸 벗고 여러분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여러분의 편한 대화 상대가 될 것입니다.” 실제로 그는 원활한 대화를 위해 유머 책이나 인터넷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메모하고 암기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5. 남의 일도 내 일처럼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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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덕 교장은 “가장 좋은 교육은 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성 좋은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감정이입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세부 척도인 감정이입의 경우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86점)가 일반인(72점) 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감정이입을 잘한다는 것은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타인의 딱한 사정을 보고 동정심을 느끼는 것과는 다르다. 다른 사람의 느낌과 생각을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여 상대를 배려하는 구체적 행동으로 나타난다.

배태주 경사(94점)는 학교폭력 전담 경찰관을 하며 가해 및 피해 학생들과 매일같이 함께 울고 웃었다. “아이들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마치 제 일처럼 느껴져요. 힘들 때 함께 울고, 기쁠 때 함께 웃었죠.” 배 경사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들을 만날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냥 고개만 끄덕여서는 안 됩니다. 내 일처럼 생각하고 반응하는 게 중요하죠. 아이들을 훈계하고 가르치기보다 어떤 기분인지 물어보고 그 감정을 함께 느껴야 합니다.” 배 경사는 “이야기할 때는 꼭 눈을 맞추고 진실한 눈빛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수의사 성기창 씨도 감정이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강아지와 고양이를 매개로 생명교육을 하다 보면 아이들의 태도가 바뀝니다. 함부로 동물을 대했던 아이들도 감정이입을 하게 되면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되죠.” 성씨는 “동물의 심장 소리를 듣고, 직접 목욕시키는 과정을 통해 동물과 사람이 동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사람과 동물 등에 대한 감정이입과 상상을 통한 감정이입은 엄연히 다르다. 공감능력을 측정하는 세부척도 중 상상을 통한 감정이입 지표에선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와 일반인이 같은 점수(69점)를 나타냈다. 실제 상황에서의 감정이입은 인성이 좋을수록 뛰어났지만 가상의 상황에서는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즉, 구체적인 실제 상황에서 감정이입을 하는 것과 영화와 소설 등 상상 속에서의 감정이입은 전혀 별개라는 얘기다.

6. 융통성 뛰어나고 상호작용을 잘한다

류미경 교장은 아이들의 생각을 잘 이끌어내 ‘생각의 산파’로 불린다. “아이들 상담만 20년을 해왔는데 아이들이 처음엔 얘길 잘 안 해요. 그때는 감정카드라는 걸 쓰죠.” 기쁘고 흥분되고, 또는 슬프고 우울한 감정을 그림으로 함께 나타내는 카드를 이용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이다. 학생들이 싸울 때도 절대 판단을 내리거나 한쪽 편을 들지 않는다. “양쪽 모두 기분을 풀어주고 서로 감정이 어떤지 얘기하게 하는 거죠. 그리고 상대방은 어떨지 생각하게 하고 둘이서 해법을 찾으라고 하는 겁니다.” 류 교장은 “정답을 정해놓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열린 결말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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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중령도 독서와 글쓰기를 매개로 병사들과 활발히 소통했다. “잘못을 지적할 때도 직접 비난해선 안 됩니다. 책 속에서 사례를 찾아 에둘러 표현하죠. 직접적인 지적은 자칫 반발심을 일으키지만 책을 활용하면 객관성이 확보돼 상대방도 쉽게 수긍합니다.” 김 중령은 “병사들과 소통을 못하는 상관들은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잘하고 좋은 시너지를 내는 사람이 군대에서든 사회에서든 훌륭한 리더”라고 말했다.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는 커뮤니케이션(소통) 능력의 세부지표인 행동적 융통성과 상호작용 측면에서 각각 88점과 81점으로 일반인(76점, 72점)보다 모두 높았다. 행동적 융통성은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나 유연하게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가는지 나타내는 개념이다. 융통성이 좋은 사람들은 새로운 상황에 적응을 잘하고 개방적인 자세를 보인다. 상호작용 능력은 부드럽고 원활하게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한다. 상호작용을 잘해야만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고 업무시 조직의 시너지를 낼 수 있다.

공감능력의 세부지표인 관점 취하기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의미하는데 ‘인성교육대상’ 수상·후보자(78점)가 일반인(69점)보다 높게 나왔다. 반면 개인적 고통에 대한 동화(同和) 정도를 나타내는 항목에서는 후보자(52점)가 일반인(58점)보다 낮게 나왔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정신을 놓거나 통제력을 잃는 경향을 말하는데, 인성이 좋은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위급상황에서 평정심을 찾고 차분하게 대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체적 역량 키우는 인성교육이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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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미경 교장은 매일 아침 정문에서 학생들과 ‘하이파이브’ 한다. 그는 “소통이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인성이 좋은 사람들은 이처럼 여러 면에서 일반인보다 특출한 모습을 보였다. 이들은 먼저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민주적 리더십을 갖고 있고 상대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훌륭한 경청자다. 생각과 행동이 유연하고 순발력도 좋다. 또 상대를 편안히 해주며 적절한 유머와 위트도 갖추고 있어 즐겁고 재미있는 대화 상대가 돼준다. ‘우리는 하나’라는 연대의식이 강하고 상대의 생각에 감정이입을 잘한다. 타인의 입장을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추고 있으며 위기상황에서 갈등관리 능력도 뛰어나다.

그러나 타인의 말만 들어주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해주는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니다. 독립적이고 자존감이 높아 자기 주장을 정확히 편다. 또 자신의 생각대로 타인을 설득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간다. 주체적인 판단으로 옳은 것과 그른 것에 대한 시비를 분명히 가리려고 한다. 즉, 인성 좋은 사람의 특징은 잘 듣고 경청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잘 표현하고 효과적으로 주장을 펼 줄 아는 능력을 겸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난 올바른 인성교육의 핵심 방향은 전통적 의미의 인성인 도덕성의 토대 위에 사회성과 감성(정서성) 등을 포함한 전인적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희대 교육대학원장을 지낸 지은림 교무처장은 “특정 가치와 덕목을 주입하는 암기식 도덕·윤리 교육을 넘어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교육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가 인성교육위원인 정창우 서울대 윤리학과 교수도 “도덕적 인성과 시민적 인성을 고루 겸비한 21세기형 인성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성교육진흥법도 인성교육의 목표를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며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교육”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역량으로 공감·소통에 필요한 의사 소통능력과 갈등해결능력 등을 꼽고 있다. 장해순 경희대 언론정보대학원 교수는 “선진국에선 초등학교 교실에서 ‘싸우지 않고 갈등을 해결하는 법’과 같은 수업을 한다”며 “21세기 인성교육은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역량을 가르치는 교육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 윤석만 기자, 중앙일보 인성교육연구소 사무국장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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